공항청소노동자에게 공항은 어떤 곳일까?
[메밀]
'K-컬쳐'가 부상하면서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치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82만 5967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4.6%가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해외여행객 수도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공항 안팎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해외관광객뿐만이 아니다. 여행과 출장 등의 국내 이동 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전국 공항 중 인천과 김포공항을 이용한다. 지방공항 13곳 중 김해공항, 제주공항을 제외하면 모두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실정이다(2024년 기준). 이런 가운데 10개 공항을 더 짓겠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각자의 이해에 따라 해마다 궤를 달리하며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대량해고, 조류충돌, 신공항, 대규모참사, 관광산업, 탄소배출, 군사기지 등. 여행자들의 관문인 동시에 다양한 쟁점들의 플랫폼이기도 한 공항. 이곳의 매일을 돌보는 오안자님을 7월 17일 부산시 북구 모 카페에서 만나 청소노동자에게 공항은 어떤 곳인지 물어보았다.
- 반갑습니다, 소개말씀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해공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고, 공공연대노조 부산본부 강서지부 미화지회에서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휴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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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2번 게이트 안 로비를 청소중인 오안자님 |
| ⓒ 오안자 |
"김해공항에서 일한지는 이제 1년 정도 되었고, 제주공항에서도 같은 일을 8년 정도 했어요. 그전엔 부산에서 입주청소랑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지냈었는데, 남편 일 때문에 제주로 가게 됐어요. 일을 쉰 적이 없다 보니, 쉬니까 오히려 아프더라고요. 다달이 보험료도 나가고 하니까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알아봤죠. 남편이랑 휴일을 맞추려고 교대근무는 안 하고 싶었는데, 공항에서는 바로 일할 수 있대서 하게 된 거예요. 얼른 일하고 싶었어요. 막상 해보니 새벽에 일했다가, 밤에도 일했다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오늘만 하고 관둬야지 싶다가도 식구들한테 금세 그만뒀단 소리도 하기 싫고, 하다 보니 깡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하다 보니 어느새 공항 미화 9년차가 됐네요."
- 와, 내년이면 10년이네요. 하루하루의 비결은 결국 '깡'인가요? 그 깡은 어디서 나와요?
"면접 볼 적에 파트장이 '우리는 보너스 400% 준다'고 하는데 거기에 혹했어요.(웃음) 보너스 생각하면서 힘들어도 다닌 거죠. 그런데 그것도 몇 번 못 받고, 2020년에 소속이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보너스도 그렇게 끝이 났죠. 용역 시절에도 받았던 상여금, 다시 원상회복하라는 게 우리 노조 주요 요구안이기도 해요."
- 공공부문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 꿈꾸었던 것들이 좌절되면서 선생님과 동료 분들께는 이런 여파를 남겼네요.
"기간제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건 우리가 요구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 찾아가서 비정규직 없애겠다고 했는데, 정말 '비정규직'을 없앴죠. 직고용 정규직 전환이 아닌 자회사라는 꾀를 내서요. 그때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회사에서는 이제 '정규직'을 채용하는 거니까 시험을 치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던 2017년 7월 20일을 기점으로 그전부터 일했던 사람들만 경력직으로 전환채용하고, 그 이후부터 일했던 사람들은 시험을 치게 했어요.
저는 2월 입사라 고작 다섯 달 차이로 경력직이 돼서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됐지만, 몇 년째 묵묵히 청소일 해오던 사람들을 시험으로 걸러 뽑겠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렇게 '경력직'과 '신입'을 갈라쳐서 임금도 차별하고 있어요. 임금차별 소송을 진행했고 우리가 이겼지만 회사가 또다시 항소했어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예요. 안 그래도 이 나이가 되면 아픈 곳이 많거든요. 골병드는 청소 일 하면서 투쟁까지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으니까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 현장 일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오늘같이 아침 6시에 일이 시작되는 날에는 새벽 4시 조금 넘어서 일어나요. 출근 준비하고 5시 넘어 집을 나서죠. 공항 도착하면 청사 안에 있는 미화 휴게실에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6시 되면 모여서 5분 정도 체조를 해요. 원래 없었는데 질병이랑 사고가 하도 많아서 만든 거예요. 마치면 각자 구역으로 흩어져 청소하는 거죠. 담당 구역은 보통 한 사람당 두 게이트 정도고, 한 달 주기로 바뀌어요. 구역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공항을 증축하고 게이트가 늘어나도 일하는 사람 수는 그대로예요."
- 이전에 입주 청소나 가사 돌봄 일도 하셨다고 했는데, 공항청소는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청소 일은 크게는 비슷비슷해요. 쓸고, 닦고, 정돈하고. 그런데 공항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보니 더러워지는 속도가 남다르달까요. 원체 티가 잘 안 나는 게 청소라지만, 공항은 정말 티가 안 나요. 그게 문득문득 사람을 미치게 하는 면이 있어요. 청소를 했는데 계속 반복적으로, 계속, 계속, 또다시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나라마다 생활양식이 다르다보니 우리로서는 참 곤란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어떤 문화권의 사람들은 좌변기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 게 아니라 화변기에 볼일 보듯 신발을 신고 올라가 앉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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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 일은 안 아픈 데가 없어요." |
| ⓒ 오안자 |
"국내선으로 보면 김해는 제주에 비해 이용자 수가 5배 가량 차이나다 보니, 제주에서는 한 사람당 구역이 훨씬 적었어요. 화장실 담당은 하루 종일 화장실 청소만 하고, 대합실은 대합실만 종일 하는 식이었죠. 솔직히 김해가 제주에 비해 육체적 노동강도는 조금 낮은 것 같은데, 구역이 넓다 보니 그만큼 또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화장실 청소했다가 킹카(탑승식 청소차)도 몰고, 에스컬레이터랑 계단도 쓸고 닦고, 쓰레기도 치우고, 바닥에 난 캐리어 바퀴 자국도 지워야죠.
그리고 집을 청소할 때는 차분히 내 계획대로 하나씩 하면 되지만, 공항에서는 한 가지 일을 마치기 전에 누가 와서 불러요. 어디 일 나서 치워야 한다고 하면 가서 그것부터 치워야죠. 저지레하는 손님이 많은 날이면 너무 정신이 없어요. 인천 빼고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중 김해, 제주, 김포, 이렇게 세 개 공항이 흑자이고 나머지 공항은 적자라고 해요. 그 세 곳 중에 김해가 재해율이 제일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병가조차 쓸 줄 모르고 일했어요. 아파도 연차 쓰고 쉬었는데, 알고부터는 병가를 쓰고 있어요. 산재나 이런 건 생각도 못 해봤죠."
- 어디가 주로 아프세요?
"대걸레질을 많이 하니까 팔꿈치가 아프고, 손목 인대도 잘 나가고, 손가락도 마디마다 아파요. 쭈그려 앉아서 일할 때도 많으니 무릎, 발도 아프죠. 청소 일은 안 아픈 데가 없어요. 허리는 당연히 다들 가장 아프고요. 우리들이 나이가 있으니까 그동안 많이 써서 아픈 것도 있고, 다들 그런 상태에서 일하다보니 더 아픈 거죠. 50, 60대가 많은데 그 나이대의 몸을 고려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리도 만만치 않은 육체적 노동을 30, 40대는 견딜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결국 50, 60대가 남죠. 교섭권이 없고 조합원이 적어 쉽지 않지만 노조 간 경계를 넘어 현장 동료들과 함께 무리한 작업은 피하고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한 요구들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메밀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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