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주지사의 미러링

미국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만든 황당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대문자로만 쓴 글로 트럼프를 내놓고 조롱하며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이 좋아서 따라 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일부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적 표현을 그대로 남성에게 돌려주기 위해 똑같은 표현으로 남성을 공격하는 ‘미러링’이라는 방법과 다르지 않은 전략이다. 뉴섬식으로 말하면,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많다. 트럼프가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렸는데, 그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같은 수준으로 대응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사람들은 트럼프식 소통이 일반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뉴섬은 생각이 다르다. 사람들은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하는 거칠고 저열한 표현에 익숙해져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따라서 자기처럼 다른 사람이 트럼프의 행동을 고스란히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게 얼마나 나이와 직위에 맞지 않는 짓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신조어로 사용되던 미러링과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현재 뉴섬은 미국에서 2028년 대선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그가 이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기를 높여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도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그로서는 정치적인 모험인데, 현재로써는 성공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큰 인기를 끌며 지지자를 모은 후에 뉴섬이 다시 옛날과 같은 ‘정상적인’ 소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켜봐야 알겠지만, 한 번 깨진 규범(norm)은 복구가 쉽지 않다. 누구보다 트럼프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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