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봉관號 서희건설 어디로?
이봉관 회장이 이끄는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이 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다. 김건희 특검팀 조사 결과 이봉관 회장이 수천만원짜리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자수하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수주 급감, 매출 부진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졌다.

이봉관 회장 ‘사위 인사청탁’까지 일파만파
김건희 특검은 최근 “서희건설 측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 당시 김건희 여사가 착용했던 목걸이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목걸이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6000만원대에 판매되는 고가 장신구다. 이 목걸이가 500만원 이상 보석류를 신고하도록 한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서 누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김 여사가 앞서 특검 조사에서 “2010년경 홍콩에서 모친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모조품”이라고 밝힌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2022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자, 목걸이를 이 회장 측에 반환했다. 특검은 이 회장 측으로부터 자수서를 제출받으면서 김 여사가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 진품 실물도 제출받았다. 특검은 지난 8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사무실과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서희건설 측이 백화점 상품권으로 구매 자금을 세탁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걸이를 구매한 정황을 포착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봉관 회장이 “사위가 윤석열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취지의 인사청탁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다. 이 회장은 2022년 대선 직후 김 여사 자택 지하 식당에서 김 여사를 만나 목걸이를 전달하며 이 같은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회장은 김 여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선 당선 축하 명목으로 목걸이를 건네며 자신이 주도하는 조찬 기도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다시 김 여사를 만나 사위의 인사청탁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는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직전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박성근 전 검사는 이봉관 회장 첫째 딸인 이은희 서희건설 부사장 남편이다. 특검은 이러한 인사가 목걸이를 건네받은 대가가 아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희건설, 틈새 건축 공략해 성장
교회, 병원 이어 지역주택조합 강자로
잇따른 논란에 휘말리면서 서희건설은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건설 경기 불황에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수주가 끊기면서 실적이 고꾸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희건설 역사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 공채 출신 이봉관 회장이 회사를 나와 1982년 영대운수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사 물류 운송을 대행하다 건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1994년 서희건설을 세웠다.
당시 대형 건설사들이 일반 주택 건설 물량을 휩쓸자 서희건설은 교회, 병원 등 틈새 건축 시장을 공략해왔다. 2009년 당시 국내 최대 규모 교회 공사였던 서울 명성교회를 비롯해 역삼동 청운교회, 포항중앙교회, 새에덴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영산성전 등을 지었다. 대형 병원도 꽤 많이 건축했다. 부산 해운대백병원을 비롯해 고려대 구로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분당 차병원, 서산중앙병원 등 주요 지역 대형 병원을 준공했다.
교회, 병원뿐 아니라 군부대 공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서희건설은 미 극동공병단(FED·Far East District) 발주 사업 참여 자격을 획득해 미8군 장교 숙소를 건립했다. 이를 필두로 경남 진해 해군 관사, 계룡대 관사, 해군 동해 관사 등 주요 군부대 시설 공사를 도맡았다. 전국 주요 대학 시공 업체로도 이름을 올렸다. 경희대 경영대학관과 예술디자인대학관을 지었고 홍익대 디자인센터, 고려대 세종캠퍼스 종합운동장도 건립했다.
하지만 교회, 병원, 대학 공사는 일감이 꾸준하지 않다. 그래서 이 회장이 눈을 돌린 게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보통 아파트 건설은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업 과정에서 적잖은 금융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들이 직접 토지를 매입해 건축하는 방식이라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총 19건으로 수주총액은 4조6216억원. 2008년 이후 서희건설의 지역주택조합 사업 누적 수주만 10조원에 달한다. ‘서희스타힐스’ 브랜드로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덕분에 서희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매년 높아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33위로 30위권에 그쳤지만 2021년 23위, 2023년 20위로 20위권에 올라섰다. 지난해 18위, 올해 16위에 진입하면서 어느새 10위권에 안착했다.
건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적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서희건설 영업이익은 2022년 2061억원에서 지난해 2357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조4377억원에서 1조4736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서희건설 전체 매출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하지만 이번 뇌물 사태로 사업 초기 단계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 오남3단지, 이천 안흥, 인천 마전, 평택화양센트럴2차 등 4건의 수도권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수주했다. 이들 사업장 수주총액만 9860억원에 달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서희건설이 수주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중에서 사업 초기이거나 착공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 금융권의 대출 심사가 강화될 수 있어 조합원 계약 해지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주택조합이 잇따른 논란 속에 존폐 위기에 처한 것도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6월 광주 타운홀미팅에서 지역주택 사업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서희건설을 콕 집어 실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일반 아파트 대비 리스크 요인이 많다.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전체 토지 소유권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거나 아예 실패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추가 분담금이 급증해 사업이 표류하면서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권하는 사업’ ‘지옥주택조합’ 등의 오명이 붙기도 했다.

서희건설 영업정지, 상장폐지 가능성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서희건설도 여러 실패 사례를 겪었다. 인천 미추홀구 지역주택조합 사업 서희스타힐스더도화(144가구)가 대표적이다. 2022년 당시 서희스타힐스더도화는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무순위 청약, 선착순 분양까지 진행했지만 무순위 청약에서도 15명만 지원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전체 공급 물량 중 70% 이상이 분양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더도화 분양을 포기했다.
2023년 3월 분양한 경북 경산 서희스타힐스 역시 대부분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6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은 단 한 사람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파트는 준공됐지만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고 설상가상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서희건설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 여파로 올해 실적도 불안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지만, 올 2분기 서희건설 영업이익은 391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8.6%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희건설 임직원 비리 문제까지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7월 말 경기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지역주택조합 전직 조합장 A씨와 서희건설 부사장 B씨 등을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전직 조합장 A씨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희건설 부사장 B씨로부터 공사비 증액, 공사 수주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A씨에게 건넨 뒷돈만 13억7500만원에 달했고, 그 대가로 서희건설은 물가 상승분보다 243억원 많은 385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얻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파로 서희건설이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건설공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면 대표이사 형사처벌 외에도 회사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반분양 물량의 경우 입주 지연에 따른 분양 계약 해제나 지연손해금 배상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도 이어졌다. 코스닥 상장사 서희건설 주식은 현재 거래 중지돼 오는 9월 2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조사 결과 서희건설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심지어 서희건설은 하청 업체와의 상호 협력도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곳의 수급사업자에 공사를 맡기고도 법정기일 내 하도급대금 1억126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 위탁을 하는 경우 목적물 등의 수령일부터 60일 이내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한다.
또한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는 11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20억2000만원을 지급하면서 법정지급기일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한 날로부터 지급일까지의 지연이자 927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서희건설의 이 같은 행위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교회, 병원, 지역주택조합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오며 꾸준히 성장해온 서희건설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건설 업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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