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받은 문자 한 통, 4만 8590원을 아꼈다
[김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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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도 구독하는 시대'라며 받은 문자메시지 |
| ⓒ 김관식 |
그 문자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우리집 가전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거글 본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가전 구독이라... 몇 년에 한 번씩 큰돈을 들여 가전제품을 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일정 기간 동안 비용을 내고 관리까지 받으며 최신 제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샀던 가정용 정수기도 알고 보면 구독 방식이었다. 한 번에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고장 나면 바로 관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내 불안감이 엄습했다.
'과연 이 모든 게 나한테 득이 될까?'
분명 잘 활용하면 가계에 보탬도 되고 편리하지만, 무분별한 구독은 오히려 '소리 없는 지출'이 되어버린다.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런 식으로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가 몇 개인지 이 기회에 살펴보기로. 잘됐다 싶었다.
'OTT 서비스 A 7000원 B 7900원, C 프리미엄 1만 4900원, D 온라인 쇼핑몰 멤버십 7890원, E 음원사이트 1만 900원, F 톡서랍(톡클라우드) 3900원, G 파워포인트 서비스 1만 4900원, H 정수기 2만 400원...'
무심코 이용하던 구독 서비스가 줄줄이 자동 결제되고 있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일지 몰라도 그 수가 쌓이니 매달 8만 7790원이라는 돈이, 내가 이용을 하든 하지 않든 '구독료'라는 명목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습관이 무서웠다. C 프리미엄은 광고가 싫어서 끊지 못했고, 배달 서비스와 OTT가 묶인 결합 상품에 혹해 가입한 것도 있었다. '잠깐 쓰다가 해지하자' 했던 것들이 금세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큰돈이 줄줄이 새어나갈 줄 몰랐다.
나처럼 현대인들은 '구독의 덫'에 쉽게 빠져든다. 클릭 몇 번만으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작은 지출들이 모여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 편리함이라는 미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구독 서비스는 왜 계속해서 확장하고 진화하는 것일까.
구독경제의 현주소... 편리함과 낭비 사이
전문가들은 구독 경제의 성장이 소비자의 편의성 추구와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라는 두 가지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상품을 구매하는 번거로움 없이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초기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최신 제품을 꾸준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배달 서비스와 OTT를 묶는 것처럼 여러 서비스를 한 번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결합 구독'은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기업 입장에서보면 정기적인 구독료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가입한 고객은 해지하기까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예측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밑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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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별 신규 구독서비스 선호도(2025. 2) |
| ⓒ 대한상의, 마크로밀 엠브레인 |
또, 응답자가 가장 많이 이용해본 구독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60.8%)이었다. 이어 쇼핑 멤버십(52.4%), 인터넷·TV 결합상품(45.8%), 음원 및 도서(35.5%), 정수기(33.8%), 외식배달(32.5%) 순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구독경제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경제적 효율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최신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소비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도 분명 존재했다. 월정액 관리 부족으로 인한 낭비(77.4%), 해지 어려움(47.2%) 등이 지적된다. 여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실제 사용하지 않거나 덜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정기적으로 비용이 지출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지속적으로 연출되는 것이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자신의 구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호갱'이 아닌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한 작전
먼저, 나만의 '구독 결산'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분기별로. 현재 구독 중인 모든 서비스를 목록화하는 것이다. 대신, 습관을 뜯어 고치듯 사용하지 않거나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는 미련 없이 해지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또, 무료 체험 후 자동 유료 전환'되는 서비스를 이용 후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미리 메모를 해두거나, 휴대폰 알림을 설정해두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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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겹치는 서비스는 중심으로 오래도록 구독하던 멤버십을 해지했다. |
| ⓒ 김관식 |
한 달에 몇 천 원, 많아야 몇 만 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구독료가 어느새 고정지출이 되어 있었다. OTT 서비스는 하나만 남기는 등 습관처럼 결제되던 다섯 개의 서비스를 몽땅 정리하고 나니 매달 4만 859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일주일치 점심값에 가까운 큰 액수다. 그리고 막상 해지하고 보니 되레 그간 무심히 새어 나가던 돈줄을 끊어낸 듯 속도 후련했다.
구독경제는 '소유보다 경험'을 내세우며 빠르게 확산했지만, 어느 순간 소비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이것저것 합쳐진 구독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만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현금이 중심이 됐던 시대와 달리 금전적인 감각이 둔해져 일단 이래저래 쓰고 보려는 마음을 부추긴다. '한 달에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지출 구조를 만들어버린다. 내 주변에서도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돈이 빠져나가나' 하다, 알고 보면 각종 구독료가 적잖은 몫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태도다. 구독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다. 내 소비 습관을 들여다보고, 필요와 욕망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작은 구독료라도 줄였을 때 얻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은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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