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여유, 사유 그리고 연결이 있는 덴마크 교육

이정미 2025. 8.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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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만난 행복 교육,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정미 기자]

오연호 님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삶의 위한 수업>을 읽고 난 후 소망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처음 접한 것이 2015년이었으니 10년 만이다.

지난 6월 28일~7월 6일 도교육청이 주관한 '배움 중심 수업 선도 교원 국외 탐방 연수'를 통해 덴마크의 교육 현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핀란드,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나라들은 행복 지수가 높은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지 궁금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래가(내일, 생활이)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이다,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차별이 적고 평등하다, 혼자가 아니고 신뢰하고 함께할 이웃(타인)이 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회적 지원이 있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을 교육에 접목해 보면, 행복 교육은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배울 수 있다, 자신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성적으로 줄 세워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다, 혼자가 아니고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교육받을 기회(사회적 지원)가 평등하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은 그 사회를 읽어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덴마크 교육과 문화를 탐방하는 것은 좀 덜 경쟁적이고 좀 더 행복한 교육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다. 그곳에 머무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부러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강력하게 작동하며 일생 불안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나라. 타인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도 개인의 고유함이 존중받는 나라.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며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는 나라. "자유란 반드시 다른 사람들처럼 모든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을 실감했던 나라.

덴마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엑스페리멘타리임(Experimentarium) 과학박물관이었다. 가이드 님의 말에 따르면 이처럼 햇볕이 좋은 주말이면 덴마크인들은 해변이나 야외 활동을 즐긴단다. 실내 박물관은 한산할 것이라는 안내였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몇몇 볼 수 있었다.

박물관의 모든 프로그램은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며 놀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덴마크 교육과 가정의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담긴 과학과 기술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배우도록 모든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자연환경, 인체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어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 엑스페리멘타리임(Experimentarium) 과학박물관 아빠와 함께 조류에 따라 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체험하는 아이
ⓒ 이정미
켄토프테 시청 아동 청소년 교육과에서 덴마크의 아동 복지, 특수교육, 방과 후 돌봄 서비스, 혁신교육 프로젝트 등에 대해 듣고 질문할 수 있었다. 모든 교육은 무상이다. 학생의 사회적 경제적 백그라운드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무엇보다 무상 평등 교육이 가장 부러웠다. 부모와 가정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데 출생부터 교육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교육자로 있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 이 부분이다. 교육을 독점하며 격차를 심화시키고 그들만의 성을 공고히 하는 소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더불어 행복한 교육은 멀기만 한 것일까!

글라드 삭세 교육역량 개발센터는 유치원부터 초중등 교육기관을 지원하는 전문교육 센터이다. 도착하니 센터장님이 너무나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영어 교사로 재직했던 그녀는 아주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분이었다.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무엇보다 학교와 선생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센터의 역할에 대해 안내하는 내내 그녀는 미소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하며 함박웃음을 지은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일이, 나의 열정이 너와 우리를 돕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으로 연결되는, 행복 사회 덴마크의 비결을 그녀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덴마크 교육은 학생 중심의 철학과 자율성을 중시한다(우리도 학생 중심,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국가와 지역 교육과정 지침을 따라야 하는 면이 많아 슬로건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교육 철학에 따라 센터는 기술을 활용하여 놀이와 학습을 촉진하고, 이동과 협업을 지원하며, 장비와 자료를 대여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학습을 위한 그래픽 자료와 실물 자료를 주문하면 외부 전문 기관 등과 협력하여 제작하고 제공한다.

현장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가 반영된 학습자료는 학생들에게 더욱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는 교사 간 서로 공유된다. 지역의 교사들이 이 센터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이다. 센터가 교사의 연구와 학생 중심 학습을 돕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프로그래밍 가능한 로봇, VR 안경, 비디오와 팟캐스터 제작 장비 등의 학습 기술뿐만 아니라 사운드 및 조명 장비, 팝콘, 슬러시 제빙기 등의 이벤트 장비도 빌려준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교 별로 필요한 장비를 빌리거나 구입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었다. 학교를 지원하는 이런 센터가 있다면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교사들이 모여 공부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회의실도 빌려준다. 회의실에는 최신 AV 장비와 무료 WI-FI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지역 선생님들이 모여 연구회 활동을 할 때 회의실을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다. 각자 주머니를 털어 카페 등에서 시간 단위로 회의실을 빌리기도 하고, 관리자에게 어렵게 부탁해서 교실 한 칸을 빌려 공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더욱 쉽게 모이고 배우고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코펜하겐 거리 어디서든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 하는 건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전거 앞 큰 바구니에 아이를 태우고 달리는 엄마 아빠의 모습도 자주 보였다. 운하 주변은 여름 햇볕을 온몸으로 충전하는 여유로운 사람들로 넘쳐 났다. 재생 에너지 비율이 80%를 초과한다고 했다. 코펜하겐 거리를 걷는 내내 달콤한 공기에 숨이 잘 쉬어졌다. 맑고 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이 덴마크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 자전거 타는 사람들 자건거의 수도 코펜하겐 거리에는 자건거를 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 이정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한 코펜하겐에서 만난 소수의 덴마크 사람들, 교육 기관으로 덴마크 교육 전체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만난 덴마크 사람들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교육과 건강을 나라에서 책임지는 덴마크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생활이 안정되어 있으니 현재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존중되니 경쟁할 필요 없이 타인과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다. 개인의 속도와 삶의 철학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물론 덴마크 교육 시스템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사회적 경제적 백그라운드와 관계없이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 공동체가 함께 의논하고 연대하는 점은 분명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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