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놀이'로 수학 공부의 문을 열다
[윤송미 기자]
Day-3
제법 성공적인 어제 덕에 오늘 아침은 한결 가벼웠다. '오늘도 잘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기도와 펭톡으로 루틴을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다. 할 수 있다. 해 보자.
방과후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수업까지 끝내고, 놀다 오니 벌써 저녁 여섯 시 반. 치과 진료 등등 매일 같은 시간 공부방은 역시 쉽지 않다. 다음 주부터는 요일별 스케줄을 꼼꼼히 확인해 시간표를 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화이트보드 앞에서
어제 산 화이트보드는 기대 이상으로 유용했다. 잠깐이었지만 어제 쓰고 지우며 공부한 게 꽤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수학하자."
저녁 여덟 시,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는 화이트보드와 마커를 챙겨 앉았다. 어떤 분수 문제를 줘도 다 풀겠다는 결의가 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가르친다고 뱉는 말은 내 만족일 뿐이다.'
'아이 머릿속에서 자기 말로 나오는 것만이 진짜 공부다.'
'나의 앞선 마음으로 가르치지 말자.'
선생님이 된 아이
"진분수 더하기 진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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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학년 1학기 수학 1단원 진분수의 덧셈 학습 내용 _ 문제집의 개념 설명 옆에 QR 코드- 3분 정도의 선생님 강의로 혼자 공부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
| ⓒ 윤송미 |
나는 곁에 앉아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 되겠다고 했다. 아이는 책을 옆에 두고 화이트보드에 예시를 써 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진분수끼리 더하기야. 분모는 그대로 쓰고, 분자만 더해. 그럼 끝."
"근데 합이 1을 넘으면… 음… (책을 들여다보다가) 아! 가분수가 되지? 그러면 대분수로 바꾸는 거야."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장면은 그렇지는 않았다. 책 한번, 화이트보드 한번, 지우고 다시 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속으로는 '언제 끝나려나' 싶었지만, 꾹 참으며 귀명창 역할에 충실하려 애썼다.
선생님 놀이 비법
<지금 공부하는 게 수학 맞습니까?>의 저자 최수일은 개념학습을 위한 '선생님 놀이'에서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성실한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의 설명이 틀릴 때 즉시 교정하지 말 것, 그 순간 놀이가 '평가'로 바뀌고 흥미와 자신감이 무너진다고 했다.
지난 학기, 내가 아이와의 수학 공부에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는 틀릴 때마다 고쳐 주었고, 아이는 불쾌해했다. 결국 "나는 틀린 걸 고쳐줬을 뿐인데, 왜 화를 내니?"로 우리의 공부는 끝이 났고, 서로 상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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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학습 내용 진분수의 뺄셈_특히 <1-진분수> |
| ⓒ 윤송미 |
하나, 틀린 말을 해도 지적하지 않는다. 귀명창 명심.
둘, 아이의 생각을 돕는 적절한 '질문'을 찾는다. 아직은 서툴지만,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
아이는 설명 도중 오류를 반복했지만, 곧장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등호를 빠뜨린 전개만큼은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모든 설명이 끝난 뒤 조심스레 짚어 주었다. 담이는 마뜩잖아 했지만, 반복되면서 점차 고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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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의 오류 유형 등호를 누락(수식 전개의 어려움), 주객전도식 설명 |
| ⓒ 윤송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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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 점검 주어진 학습을 위해 부가적으로 덧붙인 설명 |
| ⓒ 윤송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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