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10·19 없는 제주 4·3 평화공원, 반쪽의 기억
[정병진 기자]
지난 22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11월에 방문했을 때보다 전시물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제주 4.3 학살 유적지인 다랑쉬굴을 재현해 놓은 코너, 2층의 세계 주요 인종 청소(제노사이드) 역사를 다룬 전시, 그리고 유해와 고문 장면을 조각한 전시물들이 새롭게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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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3 평화기념관 제주 4.3 평화기념관 |
| ⓒ 정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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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명비 4.3 희생자의 성명과 나이를 새겨 놓은 각명비 |
| ⓒ 정병진 |
제주 4·3 평화전시관의 전시물을 살펴보면, 당시 친일 경찰과 서북청년회에 맞서 봉기한 시민들을 '무장대'라 칭하지, 결코 '반란 민병대'나 '반란군'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주 동포 학살' 명령을 거부하며 봉기한 여순 사건의 제14연대만은 '반란'으로 규정하고, '반란군'이라 낙인찍은 것입니다. 여순사건의 아픔에 가장 크게 공감해야 할 제주 4·3 평화전시관에서 그런 명칭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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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사건 다룬 영상 작년 11월 제주 4.3 평화전시관에 들렀을 때 보았던 여순사건 관련 영상. 해당 영상의 나레이션은 "전남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가 반란군으로 돌변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반란'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한다. |
| ⓒ 정병진 |
그런 답변이 있었기에 이번 방문에서는 과연 어떻게 수정했을지 기대하며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순 관련 전시물의 제거였습니다.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혹시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평화공원 측에 문의했습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4·3평화재단이 평화공원을 관리한다"며 "예산 문제로 전시물을 매번 바꿀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고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의 사건에만 매몰되어, 긴밀히 연결된 역사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요? 제주 4·3 사건과 여순 10·19 사건은 쌍생아처럼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두 사건 중 하나만 말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일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대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인권이 깃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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