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한덕수 구속영장 청구…내란 방조∙위증 등 6개 혐의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이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윤석열 정부 ‘2인자’ 한 전 총리가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했다는 판단에서다. 전·현직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헌정사에서 한 전 총리가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최고 헌법기관”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국가 및 헌법수호 책무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최고의 헌법기관 위치에 있었다”며 “국무총리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우두머리 방조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및 위증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구속영장은 54쪽 분량이다. 범죄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도주 우려, 재범의 위험성 등이 구속 수사가 필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은 국무총리이자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저지할 헌법상 책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 관련 모든 문서의 부서 권한을 가진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1970년대 공직 생활을 시작해 전두환 신군부 내란 사태를 겪은 만큼, 누구보다도 그 여파를 잘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박 특검보는 “단순한 부작위를 넘어서 적극적 행위까지 있다고 판단하고 방조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40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얘기를 들은 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 특검팀은 이런 행위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사전에 대통령실에 모여 있던 국무위원 외에 윤 전 대통령이 선별한 6명의 국무위원에게만 회의 소집을 알렸다. 계엄 전 국무회의는 정족수(11명)가 채워지자마자 시작됐고, 5분여 만에 끝났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책무와 권한이 있음에도 정상적인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지 못했다는 것에 집중해 수사를 진행했다.
사후 계엄 선포문, 합법적 외관으로 탈바꿈 시도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서명·폐기 등 과정에 참여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봤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처럼 ‘외관’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 전 총리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외관상 적법한 비상계엄을 만들려 시도하면서 계엄의 ‘절차적 하자’가 아닌 ‘실질적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됐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담화문 발표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통치행위”라며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법 77조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할 실질적 요건이 된다는 취지였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로 권한대행 역할을 맡으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기각될 것으로 보고,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을 유지하려 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지난 19일 특검팀 조사에서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선포문이)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선포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선포문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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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소환 조사 거쳐 영장…발부 시 첫 사례
특검팀은 지난달 2일과 지난 19일, 22일 총 3차례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6일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헌정 사상 전직 국무총리에 대한 첫 구속 사례가 된다.
김보름·나운채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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