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논란,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윤재열 2025. 8.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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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육 자료로 격하되자 관련 업체들 반발... 기술보다 교육 효과에 방점 둬야

[윤재열 기자]

새 학교에 새 학년에 들면 교과서를 받았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달력 종이로 교과서를 싸 주셨다. 차츰 성장하면서 교과서 포장은 직접 했다. 그때 교과서는 공부하는 데 유일한 책이었다.

교직 생활하면서 교과서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다. 교과서 대신에 학습 보조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굳이 사물함에 있는 교과서를 펼치지 않았다. 나만이 아니었다. 다른 교과 시간에도 교과서는 가끔 보는 보조 자료 정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다.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자료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육과정 목표에 도달하게 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스스로 만든다. 자료 만들기는 아이들 수준과 환경에 따라 매년 달라진다. 학습 자료를 만들면서 아이들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험도 축적한다.

최근 국회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아래 AIDT)'를 교과용 도서가 아니라 교육 자료로 규정했다. 이 법안에 사업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 자료로의 격하는 약속과 다르다는 것이다. 교과서처럼 채택이 안 되면 수익 보장이 안 된다는 논리다. 막대한 시간과 기술을 투자해 왔는데, 업체가 고사하게 됐다는 비명이다.

사업 업체들의 반발이 한편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너무 경제적 논리만 앞세운다. 사업 업체들 지금 해야 할 일은 교과서보다 더 좋은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수업과 AIDT를 결합한 사례도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 자료라고 홍보하면 된다.

이런 막중한 역할을 제쳐놓고 'AIDT를 전 학교에 도입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라', '수업 교과서로 채택하라'는 주장은 방향을 잃은 듯하고, 설득력도 없다. 자율성과 창조성이 교육의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에 일률적 채택에 기대는 구조도 전근대적 행정이다.

AIDT가 맞춤형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학습 효율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AIDT 채택률은 전국 32.3%며, 학생들 평균 접속률은 10% 미만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디지털 활용 능력 격차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사 역할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검토하자는 신중론이 대세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때는 당연히 진통이 따른다. 하지만 결국은 현장에서 긍정적 정책을 통해 발전한다. ADIT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ADIT에 대한 논란을 없앨 기회다. 법안대로 '교육 자료'로 쓰면 된다. 그러면서 현장 검증을 통해 ADIT 효율성을 입증하면 된다. 교실에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교육이지, 인공지능 기술로 설계한 교과서가 아니다. 인공지능 기반이 학생의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면 학습 보조 자료든 교과서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 효과다. 알고리즘으로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문제를 제시한다고 ADIT 학습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디지털자료와 통계를 축적한 학습 방법일 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흐름을 담아야 한다. 이 흐름이 추론 능력, 비판 능력 등 고차원적인 학습 능력을 키우는 시스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증명될 때 ADIT 사용 중독 우려도 없앨 수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면 우리말 문맥의 미묘한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러면서 정보 오류를 보내게 된다. ADIT도 현재로서는 완벽한 학습 자료라고 장담할 수 없다. 무조건 교실 안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교육 자료로 쓰면서 보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ADIT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갈증을 풀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능력을 키워줄지는 의문이다. 교실에서 수업 효과는 교실에서 관계로 나타난다. 따라서 교실에서는 인공지능에 기대는 것보다 사람에게 기대는 배움이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소통하는 학습에 비중을 둬야 한다. 책도 사람을 만나는 길이다. 책은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가 있다. 올바른 사고를 돕고, 사회를 해석하는 힘을 키워준다. 사람과 책이 자기만의 삶을 향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상상력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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