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목포에 갔습니다
김성호 평론가
따지자면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목포까지 갔다. 제12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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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스틸컷 |
|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은 영화에 관심 깊은 이들이 여럿 추천한 작품이다. 이달 초 열린 인천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돼 꽤나 호평을 받았다 했다. 인천독립영화제를 가지 못한 탓으로 작품을 보진 못했으나 신뢰할 만한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니 관심을 가질 밖에. 민망하지만 인천독립영화협회를 통해 감독 연락처를 얻어 도움을 구하였다.
한편으로 궁금했다.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가를, 장애를 소재 삼은 세상의 흔한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알고 싶었다. 어째서 이 영화를 보고 글을 써 달라 청해오는 이들이 많은지가, 무엇이 제가 참여하지도 않은 작품을 권하도록 하는지도 관심이 갔다. 빡빡한 일정에도 목포에서 열리는 제12회 국도1호선독립영화제에 간 건 수고 많은 이 영화제가 게스트로 초청해준 덕분만은 아닌 것이다.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은 이현빈 감독의 31분짜리 단편 극영화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일정부분 실제 모습을 보여준단 점에서 다큐적 성격도 가졌으나, 중심 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창작한 허구다. 주인공은 민아(최민경 분)다. 감독은 그녀에 대하여 '비혼, 직장인, 장애인, 배우, 활동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녀를 아끼는 여러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제 삶을 성실하고 알차게 꾸려가는 그녀가 길을 잃고 떠도는 개와 관계 맺는 게 이 영화의 주요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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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스틸컷 |
|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이날 민아와 친구들의 자리가 무르익어 갈 즈음, 길을 잃고 지나가던 개 마루가 한 친구의 눈에 띈다. 검은 치와와로 눈에 하얗게 백내장의 흔적이 내려앉은 이 개가 친구들의 눈에 밟힌 모양이다. 이들은 주인을 잃은 듯, 혹은 유기견으로 버려진 듯 돌아다니는 강아지가 거처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맡자고 합의를 본다.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는 이, 결혼을 앞둔 친구 등등 서로의 이유가 있는 탓으로, 혼자 사는 민아가 개를 감당키로 한다. 개의 이름은 마루가 된다.
영화는 민아가 마루와 관계 맺는 과정을 다룬다. 별다를 것 없던 민아의 일상 가운데서 마루는 온기를 전하는 정다운 존재다. 일을 나가는 동안 마음이 쓰이는 존재가 있다는 것, 돌아올 때마다 먼저 찾는 생명이 있다는 게 삶을 조금쯤 풍성하게 한다.
그런데 뭐랄까, 마루가 조금 이상하다. 산책은 물론,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인 흔한 개들과 달리, 마루는 겁이 많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케이지에 넣어 바깥에 들고 나가도 좀처럼 케이지 바깥으로는 나오지 않으려 든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처음엔 칩이 들어 있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데, 나중엔 마루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사실까지 알게 된다. 눈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뱃속에 온갖 장기가 눌러붙어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는 마루가 개공장이라 불러도 좋을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는 임신견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수술을 해 새끼를 꺼내고 매번 대충 배를 닫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 대체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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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스틸컷 |
|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동물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이와 같은 물음을 던질 때의 반응이 또한 가관이다. 제 장애를 염두에 두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 묻는 그녀에게 "뭐가요?"하고 답하는 간호사의 모습은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는 물론이고, 장애를 가진 이가 스스로 움츠려드는 아픈 현실 까지를 웃프게 일깨운다.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은 인간과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장애를 대하는 자세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 또한 부각한다. 열악한 번식장에서 번식견과 임신견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이따금 듣는다. 생명을 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그 삶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운영하는 이들이 반려동물 산업의 한 축으로 기능해왔단 건 한국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양이 예쁜 강아지를 생산하려 품종을 억지로 개량하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장애와 고통 등의 문제 또한 알려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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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포스터 |
|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장애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은 아예 제도화돼 있고, 일반 학교가 아닌 장애인 학교에 보내려 해도 그 존재부터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씨네만세'에서도 수차례 소개했듯 중증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고등학교가 단 하나도 없는 게 이 나라이고, 장애인 학교를 건립하는 일조차 지역 주민이 나서서 반대하는 게 또한 우리 사회다. 과연 사회가 동물을 다루는 자세와 장애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할 수 있을까.
동병상련일까. 제 고충을 투영한 것일까. 민아가 마루를 애틋하게 여기는 모습을, 그 아픔을 제 고통인 양 괴로워하는 장면을 영화는 섬세하면서도 격렬하게 포착한다. 극단에서 꾸준히 연기를 해온 이력 덕분인지, 최민경 배우의 연기가 충분한 호소력을 갖고 전해져 온다. 주변으로부터 배제되고 밀려나 가려져온 고통에 대하여 이 영화가 보이는 관심이 진중하다.
영화는 한 편으로 결혼을 앞둔 또 다른 장애인 현경의 출산 또한 의미심장하게 다룬다. 장애를 가진 여성에겐 연애와 결혼, 출산이 모두 금기에 가까운 것이라는데, 현경은 이중 셋을 모두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이다. 그녀의 부모가 결혼이며 출산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사실 또한 언급되는데, 현경은 이를 무릅쓰고 강행하려 한다. 장애인에겐 결혼도 출산도 허락될 수 없는 걸까. 그것이 허락돼야 하는 문제인 걸까. 사회가 감당하지도, 심지어는 고민하지도 않은 듯 보이는 이 문제가 영화 속 강제로 임신견으로 쓰이다 용도폐기된 마루의 존재와 겹쳐 보이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제12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에 최우수작품상인 로드1어워드를 안겼다. 나는 그를 마땅한 선택이라 여긴다. 영화제와 작품 모두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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