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개모차가 채운 거리, 아이가 사라진 골목이 보내는 경고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말>
[박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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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펫쇼에 와서 행복해요 2022년 4월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2 코리아펫쇼에서 반려견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반려동물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개모차'라는, 새로운 시대의 단면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요즘 들어 강아지를 태운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를 종종 본다. 반려동물 인구는 꾸준히 늘고, 출산율은 해마다 역대 최저를 경신한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자리를 채우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개 짖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 거리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쓸쓸함을 느꼈다.
확실히,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언제부턴가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도,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아이들 모습이 드물다. 단순히 출생아 수가 줄었다는 '숫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변화 속에서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아이 한 명 한 명이 지닌 '작은 우주', 상상력과 창의성이다.
며칠 전, 공원을 걷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그늘에서 쉬던 엄마를 보았다. 둘은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엄마, 저 하늘에 구름 좀 보세요. 저게 뭔지 아세요?"
"음, 그냥 구름이잖아? 저게 뭘까?"
"엄마, 저건 하늘의 입김이에요. 하늘이 숨을 쉴 때 나오는 입김."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을 올려다본 내 눈에, 모양도 흐름도 제각각인 구름이 정말 하늘이 뿜어낸 입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말 한 마디가 나의 세계를 조금 바꿔 놓았다.
그 풍경을 보고 예전에 아이를 키울 때가 떠올랐다. 여섯 살이던 내 아이가 어느 날 식탁에 앉아 뜬금없이 물었다.
"엄마, 인생이 뭐예요?"
놀라고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그 질문 하나에 나는 잠시 멈췄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넌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태어나고 아기들이 크는 걸 보면 그냥 그런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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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
| ⓒ jzoerb on Unsplash |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그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표현하고, 연결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단지 자라나는 존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상상을 펼치며, 고유한 정신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아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깃든 무수한 정신의 우주,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 창의적 질문의 씨앗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잃어가는 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 한 명, 한 명은 더 이상 '통계 속 숫자'로만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미래를 새롭게 써 내려갈 수 있게 하는 창조의 씨앗이다. "인생이 뭐예요?"라는 도발적 질문 하나, "구름은 하늘의 입김"이라는 독창적 비유 하나가, 고정된 사고를 깨고 새로운 시선을 열어 준다.
숫자가 줄면 사회는 점점 안전한 틀에 갇힌다. 상상력 대신 정답을 찾고, 질문 대신 묵음을 선택한다. 결국 저출산은 단지 노동력 부족이나 경제 성장률 문제만이 아니라, 상상력의 기반이 붕괴되는 사회적 경고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이 펼칠 수 있는 그 '정신의 우주'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의 세계가 가볍게 소비되고, 축소되고, 사라지지 않도록 어른들이 먼저 그 세계를 지켜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질문하고 상상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개모차가 일상이 된 거리에서, 아이 한 명의 우주가 사라지는 모습을 떠올린다. 숫자가 줄어든 그 자리에, 비어가는 건 단순한 인구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과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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