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아빠가 유죄인지 물었던 미국 판사, 향년 88세 별세
[이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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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랭크 카프리오 전 로드아일랜드주 지방법원 판사 |
| ⓒ AP/연합뉴스 |
카프리오 판사는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한 빈곤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과일 행상 겸 우유 배달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안토니오가 나은 세명의 아들 중 둘째로 자랐다. 온수가 공급되지 않는 아파트에서 살며 어려서부터 신문배달, 구두닦기, 우유 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을 품었고 열심히 공부해 법원 판사라는 꿈을 이뤘다.
그는 서퍽 대학교 로스쿨에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안토니오 텁 카프리오 장학 기금'을 설립했다. 소외된 지역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헌신하는 로드아일랜드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도록 했다. 또한 그는 로드아일랜드 대학, 로드 아일랜드 칼리지, 로드 아일랜드 커뮤니티 칼리지를 총괄하는 로드아일랜드 고등 교육 이사회 의장을 10년 동안 맡았고 프로비던스 칼리지와 프로비던스 센트럴 고등학교에 아버지를 기리는 장학금 재단을 설립해 지역 사회 교육을 위해서도 힘써왔다.
그의 법원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에이미 상 후보에 오른 TV쇼 <프로비던스에서 잡히다>(Caught in Providence)로 유명해졌다. 이는 카프리오 판사의 동생인 조셉이 제작해 1988년 프로비던스의 공공 케이블 TV를 통해 처음 방영되었다. 그러다가 2017년 온라인에 영상이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의 쇼는 실제 사건들을 영상에 담았는데, 그의 특유의 따뜻하고 친절하며 유머러스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소셜 미디어의 짧은 영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어 그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교통법을 위반한 아빠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묻는 것이다. 가족이지만 정의롭게 유죄라고 판결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또한 96세 노령의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중인 자신의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과속 혐의를 기각한 재판도 있었다. 그는 "당신은 참으로 미국적인 사람입니다. 90대임에도 가족을 보살피고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고 언급하며 법정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퇴역군인이 교통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을 때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혐의를 기각하기도 했다. 가끔씩은 변호사인 자신의 아들 데이비드를 법정에 세워 교통법을 위반한 사람을 돕게 만든다. 논리 정연하게 변론을 하는 아들을 훈훈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남을 돕는 가족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카프리오 판사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개인사에 맞춰 접근해 이해를 바탕으로 판결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판결하는 모습은 자비로운 정의에 대한 경종이 된다. 그는 법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경직되고, 감정을 배제한 엄준한 법의 판단으로 법질서를 지켜 나가는 것에 대해 반문한다. 진정한 정의는 인간 개인의 삶과 환경의 복합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모든 배경의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때 구현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 풍토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처벌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범죄를 저지를 사람일지라도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의 정의가 법적 처벌 보다 인간의 존엄에 중시할 때 선을 장려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카프리오 판사는 "정의와 자유는 모두에게 적용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며 "미국 저소득층의 90%가 의료문제, 부당 퇴거, 재향군인 수당, 교통법 위반 등과 같은 문제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실제로 주차 위반 범칙금을 내는 것을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벌금을 자신의 재단에서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선의를 베풀었다.
또한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약 30%는 관용을 베풀며 '처벌보다 재활'이라는 정의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실제로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을 통해 "결코 악인으로 간주할 수 없는 사람들이 흉악법으로 처벌받는 것은 중도 정체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듯이 불우한 사람들이 소소하게 겪는 문제들에 대해 모든 것을 법에 준해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때도 됐다. 법은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거 그 방향에 서야하는 것일 수 있다.
카프리오 판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매우 논쟁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정부기관이 친절 공정함 그리고 연민을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한다면 이를 통해 법은 매우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며 법에 대한 사회의 인식의 전환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까지도 정의는 냉철한 때로는 가혹한 처벌과 함께 찾아온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 휩쓸리지 않고 친절과 공감 그리고 연민을 통해 인간적인 접근으로 사려 깊은 판결을 해왔던 카프리오 판사는 우리 사회가 억압적이지 않고도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인생을 통해 증거했다. 그렇게 정의에 대한 정의를 바꿔놓은 카프리오 판사는 세상을 더욱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그가 남긴 자비로운 유산이 우리 사회에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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