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42년 넘게 교사로 일했지만, 이런 학교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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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했다. 퇴직 후 집 근처 이웃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가끔 시간 강사로 나가고 있다. 최근 지하철 7개 역 정도 떨어진 초등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올 수 있는지 연락을 받았다. 시간 강사는 주로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연락해 주신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던 교감 선생님께서 올해 3월에 발령이 나서 옮긴 학교다. 조금 멀긴 하지만, 연락해 주신 교감 선생님이 고마워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요즘은 같은 지역 초등학교라도 학교에 따라 개학일이 다르다. 대부분 지난주나 이번 주에 개학을 했을 것이다. 학교는 방학을 이용해 공사를 많이 하는데 공사 기간이 길면 9월에 개학하는 학교도 있다. 내가 가는 학교는 지난주 개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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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작성한 계단 오르기 응원 문구 학생 중심 학교 답게 곳곳에 학생들 작품이 게시 되어 있었다. |
| ⓒ 유영숙 |
이번에 시간강사로 나간 학교는 5학년 담임이었다. 학교가 멀어서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오전 8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교무실에서 교감 선생님을 뵙고 학년 부장님 안내로 5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았다. 교실을 환기하고 컴퓨터를 켜며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학생들이 등교하였다.
1교시 전에 학생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담임 선생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공부할 유영숙 선생님입니다. 우리 처음 만났으니 인사하고 수업 시작해요. 회장이 누구인가요?"
"선생님, 회장 없는데요."
"아, 회장을 뽑지 않았나요?"
"우리 학교는 회장을 뽑지 않아요."
그제야 이 학교가 혁신학교인 것이 생각났다. 나는 서울에서 42년 6개월 동안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했는데, 혁신학교에서는 근무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회장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어떠실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더니 선생님들도 회장 없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학급 회장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회장 대신 출석 번호 1번부터 하루씩 1일 회장을 시킵니다. 심부름이나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1일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오히려 전체 학생이 회장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1인 1역을 세밀하게 짜서 한 달 주기로 운영하는데 학생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잘 실천해서 별 어려움이 없어요."
보통 초등학교는 학급 회장과 부회장을 3, 4명 정도 선출해 한 학기 단위로 운영하는데, 이 학교는 학급 회장단과 전교 회장단을 선출하지 않아도 학급과 학교가 잘 운영되었다. 대신 5, 6학년을 대상으로 학급별 학생 자치회를 신청받아 월 1회 정기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전체 학생과 학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학교의 불편 사항이나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봉사 활동으로 안전 지킴이 활동 등을 한다.
종소리는 하루 딱 두 번 울리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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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에 붙여 놓은 일과표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 하루 일과표를 교실 게시판에 붙여 놓고 운영한다. |
| ⓒ 유영숙 |
"선생님, 원래 시종 시간을 알려주지 않나요?"
"네, 저희 학교는 시종 시간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교사가 시계를 보며 수업해야 해요."
"혹시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저도 올해 이 학교로 발령받아 왔는데 3월에는 불편했어요. 하지만 지내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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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는 시간 타이머 1인 1역 학생이 쉬는 시간 10분을 타이머로 맞추어 놓았다. |
| ⓒ 유영숙 |
일반교사의 행정 업무가 없는 학교
일반 선생님들은 학급 업무와 학년 업무 외 행정 업무가 없어 수업과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기에 좋다고 하셨다. 행정 업무는 부장님 10여 명이 업무 전담팀으로 담당한다고 한다. 일반 교사는 교육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일반 학교는 교사가 한 가지 이상 업무를 담당한다. 학교마다 형편과 처지가 다르니 어떤 정책이 좋다고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선배 교사로서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보다는 교육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시간 강사로 나간 학교는 정말 큰 학교였다. 전체 학급 수가 65학급으로 학생 수도 1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5학년만 해도 10반까지 있고 한 반 학생 수도 많아서 28명이나 되었다.
시간강사로 나간 것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겨우 4일이었지만, 몇 명 학생들을 회장, 부회장으로 선출하기보다 모두가 주인공인 학교 같아서 좋았다. 서로 경쟁하지 않기 때문인지 학생들은 서로 도와주며 편안해 보였다. 나흘 동안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또한 종이 울리지 않아도 수업 시간이 되면 자리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정말 기특하고 예뻤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행복한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생이 우선인 학교, 모든 학생이 주인공인 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학생을 바라보는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정성을 다하는 학교가 행복한 미래의 학교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학기에는 모든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되길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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