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과거사 문제, 더 근본적 문제의식 갖고 논의 바라"

이경태 2025. 8.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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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방미 출국 전 한 일본 신문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기존 합의 존중' 방침 속 재논의 필요성 시사

[이경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방문을 위해 23일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하며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강제동원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과거 한일 정부의 합의를 "쉽게 뒤집을 수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 인간적인 깊은 고려 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3일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공개된 <아사히>·<마이니치>·<닛케이>·<산케이> 등 일본 신문과의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강제징용(동원)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서 이전 정권이 제시한 합의와 해결책을 그대로 답습할 계획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국가 정책에 대한 대외 신뢰를 고려하는 동시에 피해자 분들과 유족들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해법을 존중하겠으나, 이보다 더 발전된 과거사 해법을 논의해보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서울공항을 통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출국했다(관련기사 : '결전의 3박 6일'... 이 대통령, 내일 미일 순방 출발 https://omn.kr/2f1es ).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회복 위한 해결방안 함께 모색하고자 해"

이 대통령은 과거사 관련 질문에 먼저 "이는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전임 대통령도, 또 전임 정권도 국민이 뽑은 국가의 대표여서 그들이 합의하거나 이미 한 국가 정책을 쉽게 되집을 수는 없다"고 했다.

기존 합의를 인정하나 강제동원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실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앞서 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 때 "국가 간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고 했던 것과 같은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에 대한 대외 신뢰를 고려하는 동시에 피해자 분들과 유족들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 인간적인 깊은 고려 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공통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피해자의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기본 정신을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 지도자의 대응 및 극복 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역사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그 토대를 확실히 구축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 방문을 위해 23일 성남 서울공항청사를 나서며 윤호중 행안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김대중-오부치 선언 넘어서는 새 선언 만들고 싶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을 계기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을 만들고 싶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또한 일본과 '셔틀 외교' 복원을 출발점으로 교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관련해 "양국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한일 정치 지도자들에게 늘 중요하지만 어려운 과제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해법이라 생각한다"며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원칙"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특히 저는 이번 기회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일관계에 관한 공동의 선언, 그리고 그에 따른 진정한 새로운 한일관계, 발전적이고 또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님과 함께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의 공조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겠다"라며 통상, 경제안보, 공급망, 신에너지, 기후변화 등 핵심 분야별로 한일 정부 간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체적으론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해 양자 채널뿐 아니라 한미일, 한일중,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 및 소다자 채널도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 장관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 조치 해제 요구에 대해서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규제 철폐를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국민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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