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정규 1집 낸 머쉬베놈, 뜯어보니 흥미로운 앨범
[김건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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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미더 머니 9>에 출연한 머쉬베놈 |
| ⓒ 엠넷 |
충청도 방언을 극대화한 랩이라는 독특한 무기에서 시작된 그의 음악 여정은 2000년대 대중가요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과의 세대적 대화, 최신 하이퍼팝 사운드와의 접목, 그리고 개인적 고백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완벽주의의 딜레마를 겪으며 여러 차례 앨범을 재구성한 끝에 발매한 앨범은 머쉬베놈이라는 아티스트 스스로의 새로운 출발점처럼 들린다.
공백, 번복, 그리고 복귀
머쉬베놈은 <쇼미더머니 9> 준우승과 'VVS' 음원의 폭발적 성공 이후 수년간 산발적인 싱글 발매에 그쳤다. '안될 것도 되게 하래서 되게 했더니만 됐다고 하네'(2022)같은 선공개곡들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완성된 앨범은 그로부터 3년이 더 흐른 후였다. 단순한 완벽주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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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쉬베놈 '돌림판' MV 스틸. |
| ⓒ 주식회사 멋이밴놈 |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타이틀곡 '돌림판'에서 이박사를 피처링으로 선택한 점이다. 뽕짝 EDM의 대가로 불렸던 이박사의 참여는 철저히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선택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테크노와 트로트를 결합한 독자적 영역을 개척해온 이박사의 사운드는 중독성 강한 신디사이저 키보드 연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흥겨운 음악 스타일로 구축해 왔다.
어쩌면 이박사의 테크노 사운드는 2025년 현재 유행하는 하이퍼팝과 많은 접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이퍼팝의 특징인 거친 신디사이저 멜로디, 과도한 압축과 디스토션, 오토튠으로 왜곡된 사운드를 극도로 과장시켜 당장 터질 것만 같은 소리로 변형한다는 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박사가 20여 년 전부터 구사해온 반주의 메커니즘, 그러니까 연주자 한 명이 키보드 한 대로 모든 걸 해결하면서 여기저기서 리드 악기를 덧붙이며 멜로디를 쌓아가는 방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하이퍼팝이 무언가를 극단적으로 팽창시켜 터지기 직전의 이미지, 즉 전형적인 과잉의 사운드로 과장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은 이박사의 뽕짝 사운드가 추구해온 바와 궤를 같이 한다. 머쉬베놈은 이박사를 자신의 음악에 적극 수용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사의 아방가르드한 전통을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와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흥미로운 세대 간 협업이자 신선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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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쉬베놈 '돌림판' MV 스틸. |
| ⓒ 주식회사 멋이밴놈 |
하지만 <얼>의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적 통일성은 부족하다. 개별 트랙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트랙 간 유기성은 떨어진다. 이는 아마도 앨범 제작 과정에서 거쳤을 여러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싱글 선공개 이후 앨범 전반을 재구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곡들이 서로 다른 시기의 고민과 실험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앨범 초반의 유머러스하고 에너지틱한 분위기와 후반부의 내성적이고 실험적인 톤 사이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물론 모든 앨범이 유기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구난방처럼 들리는 트랙 구성의 연유를 앨범에서는 쉽게 추측할 수 없는 게 아쉬운 점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 '얼'은 이 모든 음악적 시도와 고민의 종착점이다. 머쉬베놈은 이 트랙에서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자기 고백을 펼쳐 놓는다. 곡 후반에 삽입된 할머니의 내레이션을 통해서다. 앨범 발매가 지연된 이유, 완벽주의자로서의 고뇌,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는 '얼'의 가사와 내레이션으로부터 충분히 추측해 볼 만하다. 이 트랙에서만큼은 앨범이 전반적으로 유쾌한 톤을 유지했던 것과는 반대로 그는 더 이상 코믹한 캐릭터가 아닌 진지한 음악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3분 30초 지점에서 들려오는 스트링 섹션은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효과적으로 연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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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쉬베놈 '얼' 앨범아트 |
| ⓒ 주식회사 멋이밴 |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대화를 시도한 점, 그리고 최신 프로덕션 트렌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낸 점이 그렇다. 머쉬베놈은 이상 단발성 화제의 래퍼가 아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걸음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확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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