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선물'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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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수 기자]
43개월이 된 아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이다. 7월의 어느 날, 함께 뽀로로를 보던 아들이 "아빠, 배를 타고 싶어요. 큰 배를 타고 싶어요" 했다. 그리고 다른 어느 날은 함께 비행기 영상을 보다가 "아빠. 슈웅 비앵기 높이 있는 비앵기 타고 싶어요" 했다.
처음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였으나 그 목소리에 간절함이 실리고 눈에는 물방울이 맺혀가기 시작했다.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우선 큰 배를 탈 수 있는 도착지는 어디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했다. 결론은 제주도. 그렇다 제주도를 다녀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항에서 제주도로 출항하는 배편이 없었다. '이를 어쩐다' 고민하다 목포에서 제주도로 출항하는 배편이 있음을 확인하고 8월 둘째 금요일에 예약을 완료했다. 다음 날 제주도에서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편도 예약했다. 제주 바닷가 근처의 숙소도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다. 이제 아들과 나, 부자간에 추억만 쌓으면 된다. 왠지 미리 좋은 아빠가 된 듯하여 가슴이 뿌듯했다.
목포에서 제주로 출항하는 배편이 오전 8시 30분 출항이고 10분 전까지는 승선을 완료해야 했기에 KTX를 이용하여 목포역으로 오전 7시 45분 정도에 도착했다. 목포역에서 목포여객선터미널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였기에 아들과 사부작사부작 걸어가며 처음 찾은 목포의 평온한 정취를 느꼈다.
오전 8시에 우리 탑승할 선박의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객님, 지금 선박 탑승하실 삼학부두로 오시고 계신가요?" 나는 "이제 항구에 거의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전 8시 5분에 목포여객선터미널 앞에 도착했을 때, 낯선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로 가세요. 혹시 제주도 가는 배 탈 거면 여기가 아니라 삼학부두로 가야 해요." 순간 멍해지며 이게 뭔 소린가 하며 돌아보곤 물어봤다. "여기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타는 게 아니에요?" 그 아저씨는 "여기서 좀 떨어진 삼학부두로 가야한다니까요"라 말했다.
그렇다. 문자로도 카카오톡으로도 안내를 받았다. "오셔야 할 곳: 삼학부두 여객선 터미널".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안내 문자를 가벼이 여겼다. 승선 시간이 10여 분 남은 상황에서 나는 좌절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10분이면 삼학부두로 갈 수 있으니 어서 택시를 잡아라" 했다.
서둘러 택시를 잡고 기사님께 말씀드렸다. "기사님, 10분 내로 삼학부두로 갈 수 있나요? 아들과 둘이 하는 제주도 여행인데, 배를 놓치게 생겼어요." 기사님은 결연한 목소리로 "원래 길이 아니라 지름길로 가면 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게요"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탄 택시는 삼학부두에 오전 8시 18분에 도착했다. 연신 택시 기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선박으로 향했다. 승선권을 확인하던 선사 직원은 아들을 끌어안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나를 진정시켰다. "승선하실 수 있으니, 차분히 하셔도 되요." 우리 부자는 그렇게 제주도 향하는 큰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배에 있으면서도,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목포에서 우연찮게 마주치고 섬세한 도움을 주셨던 그 분들이 생각났다.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세상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그리고 많은 이들의 소소한 선행으로 이 사회가 여전히 따스함을. 아들에게 추억을 남기려고 진행했던 이 여행에서 되레 내가 목포의 선물을 받았다. "목포야 조만간 아들이랑 손잡고 다시 내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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