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괴짜 기업의 성공 방정식 "실패도 개선도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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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캐천버그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라이언킹' '알라딘' 등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었다.
디즈니 퇴사 후 드림웍스를 창업한 캐천버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슈렉'의 흥행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앤드루 맥아피가 지은 책 '긱 웨이 : 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에서는 퀴비의 실패 원인을 캐천버그의 1인 독주체제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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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경험보다 '데이터'가 먼저
완벽한 계획보다 재빠른 방향 전환 선호
보고·결재로 늘어진 경영 다잡으려면
실패에서 배우도록 '일의 방식' 고쳐야

제프리 캐천버그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라이언킹' '알라딘' 등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었다. 디즈니 퇴사 후 드림웍스를 창업한 캐천버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슈렉'의 흥행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20년 모바일 전용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를 내놨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10분 길이로 나눠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할리우드 거물이 세운 스타트업에 17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퀴비는 막대한 예산과 1급 스타를 내세워 처음부터 큰 덩치의 사업을 밀어붙였다. 리더의 경험과 확신이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우선했다. 회사는 영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유를 제한했으며, TV가 아닌 모바일기기에서만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은 서비스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왜 이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출퇴근하며 잠깐씩 본다"는 핵심 전략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이 늘며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퀴비는 반년 만에 문을 닫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앤드루 맥아피가 지은 책 '긱 웨이 : 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에서는 퀴비의 실패 원인을 캐천버그의 1인 독주체제에서 찾는다. 퀴비는 '업계에서 숱한 경험을 쌓은 내부 인사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기업'이었다. 저자는 퀴비의 대척점에 있는 기업으로 넷플릭스를 꼽는다. 넷플릭스는 사업 초기 우편으로 DVD를 배달하다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화를 시도했고, 결국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손을 뻗었다. 이 회사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완벽한 계획보다는 자주 점검하고 곧장 고치는 습관을 체질화했다. 조금씩 사업의 방향을 바꿔 가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책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긱(Geek·괴짜) 경영 기업의 성공을 네 가지 원칙으로 설명한다. 첫째, 숫자와 사실로 논쟁하라. 말솜씨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실이 이기도록 기준을 정하자. 둘째, 목표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맡은 사람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셋째, 거창한 계획보다 잦은 점검과 빠른 수정을 사업의 기본 단위로 삼아라. 넷째, 실패를 숨기지 말고 공개적으로 돌아보며 다음을 더 낫게 만들어라. 이 네 가지가 자리를 잡으면 보고·결재·합의로 생기는 마찰과 지연이 줄고 팀은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는다.
이 책은 일부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성공 사례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한계는 있다. "오류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조금씩 고쳐나간다"는 원리는 성공한 기업뿐 아니라 이미 스러져간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애자일·A/B 테스트·OKR 등 널리 알려진 경영 원리를 저자 나름의 방식대로 재정리했다는 인상도 남는다. 요컨대 신선한 이론의 발견이라기보다 경영 현장에서 바로 쓰기 좋은 점검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책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숱한 회사원들이 겪는 공통적인 피로감(임원 보고가 일을 잡아먹고, 잦은 결재가 속도를 죽이고, 다수의 합의가 책임을 흐리는…)을 줄이려면 결국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이 남는다. 대표의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실패에서 배우도록 조직을 설계했는가에 회사의 성패가 좌우된다.
긱 웨이 : 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 | 앤드루 맥아피 지음 |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476쪽 | 2만5000원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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