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댕댕이' 얼굴에 홀라당, '골든타임'이 지나갑니다
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삼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평소 안면이 있어 한 번씩 인사를 나누던 바로 옆집 주택에 사시는 할머님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네 그럼요, 말씀하세요~"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진돗개 강아지를 데려오게 됐어요. 강아지 교육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해서. 전에 강아지 훈련사 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좀 가르쳐 봤으면 해요."
"오, 좋죠! 음, 제가 지금은 어디 가야 돼서 저녁에 한 번 들를게요. 바로 옆이니까요."
그날 난 매우 놀라기도 하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반려견 교육 의뢰일지 모르나, 반려견 문화 자체에 대한 갈증이 큰 나로서는 상징적인 문의였다. 이 얘기를 하려면 내 어릴 적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택이 여러 개 붙고 골목이 언덕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도시 동네에 살았던 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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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진 강아지 시기 강아지 시기는 귀여움도 무한대지만, 앞으로 살아가는데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한대인 정말 선물 같은 시기다. |
| ⓒ 최민혁 |
"다녀오겠습니다!"
아침 먹고 가라는 엄마의 말을 대부분 다녀오겠다는 말로 대체한 나는 아침밥을 명목으로 슈퍼에 들러서 빵과 우유를 사곤 했다. 난 한 번도 그 빵을 내 몫으로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 빵을 조금씩 떼어 동네 개들에게 주면서 등교했기 때문이다. 이미 초등학생 때 개에 대한 책을 40권 넘게 볼 만큼 개를 좋아하다 못해 미쳐 있었던 나였다.
하지만 나는 개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자유가 속박된 개들을 보며 동정심이 더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도 같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 개들의 몸과 마음은 참 답답해 보였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수도권에서 나름 대도시인 수원에서도 내가 어릴 적엔 대문 앞에 묶어 키우는 개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여름이 되면 그 개들의 주변엔 늘 대소변과 개 냄새가 섞인 특유의 냄새가 선명했고, 어쩔 땐 내가 빵 조각을 떼어주던 개들이 그 냄새만 남긴 채 사라지는 일도 흔해 혼자 슬퍼하곤 했다. 흔히 백구, 누렁이라 불리는 진돗개 혹은 진도 믹스라고 불리는 개들이 가장 많았다. 가끔 주는 고기만으로도 복 받은 삶이라 말했던 그 시대에는 개들을 위한 교육이나 자유는 아득히 멀다 못해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 시대를 익히 다 보셨을 할머님께서 강아지 교육을 신청한다는 말이 내게 무척 놀랍고 기쁘게 다가온 것이다.
그 뿐 아니다. 강아지 때 교육을 신청했다는 것은 내게 더 큰 의미를 줬다. 수천 회를 교육해 왔지만 강아지 때 교육이 신청된 경우는 10% 미만이다. 개들의 행동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생존 전략'으로 효율적인 것들을 택한다. 강아지 교육의 필요성을 대부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그 시기 강아지들은 스스로의 몸이 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짖거나 공격하거나 고집을 피우는 생존 전략보다는 우호적으로 다가가거나 정지해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짖거나 '으르릉' 거리며 성질을 낸다고 해도 대부분 '조그만 게 귀엽다'며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이미 그때부터 서서히 시작인 경우가 많다. 1~2살 이후, 성견이 되면서 다양한 본능이 두드러지고, 본래 성격과 올바른 교육 부재로 전문가를 찾게 된다. 1~2살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람 나이로 중년인 5~6살을 넘기고, 10살이 넘어서도 교육이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이가 들어 교육이 들어올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강아지일수록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10년 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강아지 때 하는 교육이 압도적으로 시간과 비용, 효과를 따질 것 없이 모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명 '퍼피 트레이닝(Puppy training)'. 이 과정에서 강아지는 같이 살아갈 사회가 안전하다는 적응과 함께, 다양한 장소에서 차분히 기다리거나 함께 보폭을 맞춰 걸으며 자연스레 공부한다. 이미 문제 행동이 진행 된 개들은 문제를 직면하고 바꾸는 느낌이 강하지만, 강아지 때는 세상을 소개하는 개념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에 놀이처럼 알려줄 수도 있어서 보호자도 반려견도 그 부담이 훨씬 적다.
나는 이 시간을 엄청난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주 설파한다. 하지만 위기가 체감 되지 않은 보호자님들은 대부분 강아지들의 귀여운 외모에 그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옆집 할머님은 내게 교육을 신청하셨다. 마치 새내기 훈련사가 된 것처럼 설렘을 평소보다 더 가득 안은 채 초인종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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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하는 진돗개 강아지 똘이 차분하게 눈을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똘이. 할머님이 잘 따라한다며 활짝 웃으셨고, 똘이는 칭찬 받아 활짝 웃었다. |
| ⓒ 최민혁 |
예전에 아무것도 모를 적 진돗개를 한 마리 키웠는데, 평생 산책 한 번 안 시키고 마당에서 키웠다고 하셨다. 아마 내가 어릴 적 빵 쪼가리 떼어 주며 자주 보았던 그런 진돗개들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땐 다 그래서 그게 맞는 줄 알았고, 그 개도 짖거나 보채거나 하지 않은 의젓한 성격으로 잘 지내서 더더욱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몰랐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같이 사시는 따님이 주도해 강아지를 데려오게 됐는데, 다 같이 잘 키워보고 싶어 가족 분들끼리 합심하셨고, 차분히 나랑 잘 산책하는 내 반려견 꾸롱이를 보고 얘기를 나누다 내가 반려견 훈련사인 걸 알고 계셨던 할머님이 의뢰를 하신 것이다.
너무 잘하셨다고 칭찬을 하느라 목이 탔다. 가족 분들을 칭찬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옆에서 가만히 보던 똘이가 다가왔다. 가볍게 내 바짓 가랑이를 물어 장난을 치려는 걸 보니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부드럽게 인사해 주자 강아지 특유의 선명한 선홍빛 혓바닥을 내밀며 '헤-' 하고 웃는다.
똘이가 마침 사람 눈을 잘 쳐다보기에, 사람 눈을 차분히 쳐다보는 교육부터 같이 공부해 보았다. 할머님과 가족 분들도 열심히 집중해주시며 굳은 의지를 내보이셨다. 사료는 어떻게 줘야 하고,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등등 평소보다 좀 더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마치 과거 그 진돗개들이 자유로웠으면 했던 어릴 적 나와 강아지들을 교육 시키고자 하는 현재의 내가 만난 순간 같았다.
세상엔 늘 한 번에 변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부족했던 과거를 무조건 현 시점에서 잘못됐다고 나무랄 수도 없다. 우리는 늘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는 그 접점 어딘가를 가끔 마주하곤 한다. 내게 그런 순간을 선물해 준 똘이에게 고맙다. 똘이네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만나 천천히 세상을 향해 공부 중이다. 내가 아니어도 어딘가 똘이 같은 강아지들이 있지 않을까? 그럤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강아지들이 그럴 것이다. 똘이 덕분에 기분 좋은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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