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수의 뉴스터치] 트럼프와 사진 정치

정용수 2025. 8. 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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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 논설위원

최근 백악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 한장이 화제다.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 책상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떡하니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유럽 정상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옹기종기 앉은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이탈리아·독일 총리 및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 유럽의 국가 수반급 인사들이 면접 보는 수험생처럼 다소곳하다. 백악관은 이 사진을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대통령”이라는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공개된 사진 중에는 일부 유럽 정상들은 무언가 받아 적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보통 여러 정상이 모이면 상석이 없는 대형 원탁에 앉는 것이 관례다. 이런 관례를 무시한 사진에 유럽 언론은 “굴욕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7년 전 G7 정상회의 때 사진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책상에 손을 딛고 선 채로 트럼프를 내려다보며 쏘아붙이는 듯한 장면이 찍혔다. 그 사진이 고립된 트럼프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면접관 같은 트럼프가 연출됐다. 관세 카드로 각국을 각개격파한 미국의 위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이다.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 같은 이런 사진 정치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트럼프와 만난다. 미국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예의와 배려, 관례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이단아’ 트럼프다. 실제로 지난 2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너는 카드가 없다”는 말을 들으며 쫓겨나듯 회담장을 나와야 했다. 트럼프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한 우리만의 카드가 필요하다.

정용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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