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게 하나님의 사랑 전하는 축복 기도, 이게 죄가 될 수 있나"
[박성우 기자]
지난 2024년, 차흥도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올렸다. 한국 개신교 내에서는 보기 드문 행보였다. 그러나 이 기도는 곧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차 목사를 비롯해 축복기도에 참여한 감리회 목사 6명은 반동성애 세력에 의해 고발당했다.
올해 2월, 감리회 충북연회 재판위원회는 차 목사에게 목회자로서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출교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 절차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서면 통보로 내려진 판결이었다. 차 목사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고,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충북연회 재판위는 총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다시 출교 판결을 내렸다.
올해로 목회 경력 35년을 넘어선 차 목사는 음성 지역 농촌 목회에 인생을 바쳐왔다. 1989년 음성에 자리를 잡은 뒤 1995년에는 농촌선교훈련원을 세워 지금까지 농촌 교회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목회를 이어왔다. 그런 그가 지금 교단으로부터 두 차례나 출교 처분을 받으며 신앙과 사역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차 목사는 오는 22일,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본격적인 판결을 앞둔 그를 만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고, 왜 성소수자를 위한 축도에 나서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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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목사는 오는 22일,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본격적인 판결을 앞둔 그를 만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고, 왜 성소수자를 위한 축도에 나서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
| ⓒ 박성우 |
"1980년대에 신학교를 다녔다. 그때만 해도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성소수자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았을 뿐, 작년 이전까지 그들을 위한 행동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런데 후배 목사인 이동환 목사가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도를 했다는 이유로 2020년에 정직 처분, 작년에는 아예 출교를 당했다.
이에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모임을 50, 60대 이상 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고, 작년 출교 이후 '더는 이 목사 혼자 비바람을 맞으면 안 되겠구나' 해서 나를 비롯해 목회자들이 이 목사처럼 축도에 나섰다."
- 감리회에서는 아홉 명의 목회자가 축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현재 교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목회자는 세 명뿐이더라.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축도에 참여한 이들을 모두 고발하지도 않았지만, 고발된 목사들 중 일부는 아예 기소기각, 불기소처분 등 징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랑 김형국 목사, 그리고 윤여군 목사만 각각 출교와 정직 판결을 받았다. 감리회 내부에서도 같은 사안에 대한 판결이 이토록 상이한데 이게 형평성이 있는 재판이라고 할 수 있나."
- 심지어 본인과 김형국 목사는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출교 처분을 내린 충북연회 재판위의 원심을 파기 환송했음에도 충북연회 재판위가 재차 출교 처분을 내렸다고 들었다.
"그렇다. 파기 환송이란 게 쉽게 말해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 출교 처분에 대해 사회법으로 따지면 대법원인 총회 재판위에서 파기 환송을 했으면 그 하급심인 충북연회 재판위는 당연히 유죄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사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안으로 고발된 윤여균 목사에 대해 총회 재판위가 정직 10개월을 처분했으면 충북연회 재판위도 그에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원심과 똑같은 출교 처분을 내린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 최근 최후변론서에서 "축도는 목사만이 할 수 있는 권리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 말씀대로 축도야말로 목사의 귀중한 사명인데 축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목회자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출교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 비신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가질 않는데.
"신앙은 좌우를,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이념을 포용한 것이 바로 신앙의 세계다. 지금 한국 극우 보수기독교 혐오세력은 이념 위에 서있다. 이념을 중심으로 신앙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셈이다. 그러니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축도조차 이념에 기반해 죄를 묻는 것이다.
그들은 종북, 이슬람, 동성애 등 이념적 잣대가 믿음 위에 있다. 그런 이념적 잣대를 내세우는 게 모두 본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성경에 동성애는 죄라고 적혀 있다고 하지만 성서에 '무엇을 해라', '무엇을 하지 말라'고 적힌 율법이 600개가 넘는다. 개중에는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율법도 있고, 머리스타일을 규정한 율법도 있다. 그런 율법들은 당대의 환경을 이유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그 어떤 율법도 하나님을 몸과 마음과 뜻을 다해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보다 클 수 없다.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을 꾸짖은 까닭이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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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목사는 최후변론서에서 "축도는 목사만이 할 수 있는 권리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5월 2일, 감리회 총회 재판 후 기자회견에서 '사랑이 이긴다'라는 문구의 피켓을 든 채 발언하는 차 목사의 모습 |
| ⓒ Youtube '뉴스앤조이' |
"성경에서는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 중에서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구절이다. 그런데 극우 보수기독교 혐오세력은 이 사랑의 종교를 율법의 종교로 만들려고 한다.
교도소에서 수많은 죄 지은 이들과 함께 예배 드리는 목사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수감자들에게 회개부터 한 뒤에 예배 하러 오라고 안 하지 않나. 물론 교파 중에서 회개를 강조하는 교파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 감리회는 전통적으로 회개가 아닌 사랑을 강조하는 교파다.
창세기에서 왜 하나님이 선악과를 먹었다는 이유로 인류를 에덴동산에서 내쫓았나. 선악을 판단하는 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로가 같은 하나님의 자녀인데 목사라 하더라도 누가 누굴 감히 판단할 수 있는가. 목사는 축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일깨워줄 뿐이다."
- '극우 보수기독교 혐오세력'의 영향력이 교회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목회데이터연구소라는 곳이 있다. 거기서 최근 나온 자료를 보면 전체 기독교인 중 극우적 성향을 가진 이들은 14%에 불과하다. 자극적인 소수의 목소리가 전체를 대변하는 식으로 과잉 대표화된 것이다.
기사를 보니 어떤 목사가 '이재명 대통령도 사랑해야 하나'라는 초등학생의 질문에 '마귀에 조종당하는 사람'이라고 답하더라. 그건 기독교가 아니다. 베드로가 '같은 죄를 범해도 일곱 번까지는 용서해야 하나'라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해 주어라'라고 하셨다. 무한정 용서하라는 말씀이다. 그만큼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고, 사랑의 종교다."
인터뷰 내내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을 강조한 차 목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끊임없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하나님의 성품이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지음받았기 때문에 이미 그 사랑을 각자가 다 지니고 있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축도해준 것이 어찌 잘못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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