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사왔다' 장르도 지역도 에둘러가는 로맨틱 코미디
[고광일 기자]
|
|
| ▲ 스틸컷 |
| ⓒ <악마가 이사왔다> |
|
|
| ▲ 스틸컷 |
| ⓒ <악마가 이사왔다> |
그러나 지금도 숏폼으로 회자되는 전지현, 차태현은 물론이거나 감독의 전작인 <엑시트>의 조정석, 윤아 커플에 비해서도 윤아, 안보현의 화학적 결합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앙상블을 느끼기는 어렵다. 두 사람의 연기가 부족했다기보다는 영화상의 제약이 많아서일 것이다. 우선 활동 시간이 그렇다. <악마가 이사왔다>의 원래 제목은 < 2시의 데이트 >이다. 새벽 2시경에 선지(윤아)에 빙의된 악마가 깨어나 3시간 정도를 활동한 뒤 다시 잠이 든다. 아버지 정수(성동일)와 사촌동생 아라(주현영)는 선지에게 내린 저주를 알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상태로 영화가 전개된다.
|
|
| ▲ 스틸컷 |
| ⓒ <악마가 이사왔다> |
|
|
| ▲ 스틸컷 |
| ⓒ <악마가 이사왔다> |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컬트,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혼합된 장르영화다. 다양한 장르의 결합에 대한 걱정도 컸지만 동시에 기대를 모았던 건 전작인 <엑시트>가 기본적으로는 재난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성장, 가족, 청춘 드라마를 매끄럽게 연결한 수작이었던 덕분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로맨스를 중심에 뒀지만 감정선이 살지 않던 초중반보다 밤선지의 사연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힘이 강하다. 소심하지만 우직한 길구의 매력도 빛을 발하고 두 주인공 캐릭터의 균형이 맞춰진다. 시대를 뛰어넘은 믿음과 상호 성장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동화적으로 전개된다.
아쉬움을 느끼는 건 동시대의 한국을 세밀하게 조망하던 <엑시트>와 같은 작품을 기다렸을 관객일 것이다. 클라이밍 동아리 출신이지만 백수로 지내는 용남(조정석)이 유독가스를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청년들의 취업난과 승자독식사회에 대한 자연스러운 은유로 관객에게 스며들었다. 쓰레기봉투로 방호복을 만들고 고깃집 환풍기나 건물외벽의 구조물 등을 활용하는 액션 장면들도 한국적인 풍경에서 위화감 없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전을 희생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몇 년 전 일어났던 참사의 국민적 트라우마를 사려 깊게 보듬기도 했다.
<악마가 이사왔다> 역시 <엑시트>처럼 '아파트'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에서 진행된다. 길구는 1401호, 선지네 가족은 1301호로 위아래층이고, 선지네가 운영하는 빵집은 아파트 상가에 개업을 했다. 깔끔하게 조성된 아파트 조경 덕에 파놉티콘처럼 어디서나 길구와 선지를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주민들은 두 사람이 벌이는 소동에 반응이 없다. 논두렁에 위치한 단독주택보다 더 고요하고 평화로운 배경 속에서, 지극히 한국적이고 끈끈한 선지의 사연은 탈한국적이고 위화감 가득한 풍경 속으로 매몰되어 버린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악마가 이사왔다>에 대해 무작정 혹평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운 점은 <엑시트>처럼 인간에 대한 선의가 꼿꼿하게 자리하는 덕분이다. 백수이지만 진심을 다해 선지를 도우며 결국 본인도 성장하는 길구의 모습은 청년세대를 떠나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웃으라는 포인트에서 웃음을 터트리진 못해도, 울었으면 하는 장면에서 기어코 눈물을 뽑아내긴 하는 감독의 연출력도 다시 한번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18 북한 개입설' 말하는 국가기관 수장... 윤석열의 꿍꿍이는?
- "나라 잃었지만 음악을 잃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탄생
- 권성동에 '통일교 골프장 영수증 공개할 생각 있나' 묻자 돌아온 답은?
- 제가 동생인데 형의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요?
- "돈을 포대로 던져 놓던 시절" 흑산도 할머니가 눈 떼지 못한 영화
- 윤석열 재구속 날, 구치소 실내온도 32도 찍었다
- 경찰, '돈봉투 수수 의혹' 김영환 충북지사 압수수색
- "경찰국 폐지 환영... 설치 주도자 가려내 책임 물어야"
- "이용마 기자가 꿈꿨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현실화 되길"
- 김건희 측 "신평 무단으로 접견, 발언 왜곡해서 전달" 맹비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