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7개 전쟁 끝냈다"... 외신 '팩트체크' 살펴보니

윤현 2025. 8.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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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및 태국-캄보디아 '휴전'은 긍정적 평가, 파키스탄-인도 사례는 '글쎄'

[윤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서 "내가 죽은 뒤 천국에 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난 정말 밑바닥에 있다"라면서 "하지만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이것(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7개의 전쟁을 끝냈다(We ended seven wars)"라고 주장했지만, 주요 외신들은 곧바로 '팩트체크'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업적을 부풀리거나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국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전 세계 분쟁이 놓여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여러 분쟁에 개입해 끝내기도 했다"라면서 "하지만 그의 역할에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분쟁이 다시 벌어진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 충돌을 일으키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전투기를 투입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면서 휴전을 이끌어 냈다. 당시 그는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 이제 평화의 시간이 왔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마이클 오핸런은 "영구적인 평화에 대한 합의도 없고, 앞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얻어낸 것은 전쟁 종식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휴전이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으로 이란을 약화시킨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에게 어느 정도 공을 돌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면 갈등이 다시 격화될 우려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끝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키스탄-인도

두 나라는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지난 4월 국경 폐쇄와 비자 중단에 크고 작은 교전까지 벌이며 전쟁 위기에 휘말렸다. 결국 휴전 협정이 체결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재한 덕분이라고 내세웠다.

파키스탄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인 외교적 개입으로 휴전에 이르렀다"라고 인정하며 표했다. 그러면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반면에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 외무장관 비크람 미스리는 "군사 행동 중단에 관한 회담은 양국이 구축한 기존 채널을 통해 직접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압박한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외교정책위원회(APC) 선임 연구원 로런스 하스는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인도 분쟁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가 휴전을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나빠졌다"라고 지적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수십 년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양국 정상이 이달 백악관에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앨리슨 하트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역내 정상화 과정과 안보 전반에 걸쳐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라면서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양국은 직접 통로 개설에도 합의하면서 미국 정부에 개발권과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도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BBC방송은 "두 나라가 체결한 협정은 예비 승인이다. 아직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는 아니라고 짚었다.

태국-캄보디아
 20일 태국 군인들이 캄보디아와 태국 간 휴전 이후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확인된 지역의 태국-캄보디아 국경 근처를 지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두 나라도 국경 문제로 자주 충돌해 왔다. 특히 지난달 국경 지뢰 폭발로 태국군 5명이 다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정상에 적대 행위가 계속될 경우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두 나라는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했다.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양국 모두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접근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개입이 갈등의 태국-캄보디아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어쨌든 싸움은 중단됐다"라고 평가했다.

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

민족 갈등을 넘어 광물 개발을 놓고 30년 넘게 다투던 두 나라는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만나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영광스러운 승리"라며 "끔찍한 전쟁이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평화 협정을 중재한 대가로 콩고로부터 광뭉 개발에 대한 권리를 얻었다면서 자신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반군 단체가 콩고 동부의 농촌 지역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140명을 살해하면서 갈등이 다시 불을 지폈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거릿 맥밀런 역사학 교수는 B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르완다와 콩고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라며 "실제로 휴전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세르비아-코소보

두 나라는 1990년대 발칸 전쟁의 여파로 오랫동안 분쟁을 일으켰고, 최근 수년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전쟁이 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더 많다.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두 나라 사이에 전쟁 위협은 없었고, 그가 관계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한 적도 없다"라며 "첫 임기 때는 두 나라의 경제 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끌었으나, 대부분 이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전쟁을 벌일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큰 전쟁이 됐을 것"이라며 "내가 적대 행위를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집트-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대형 댐 건설을 추진하고 나서자, 나일강에서의 수자원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이집트가 이를 폭파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하스 연구원은 AP통신에 "두 나라는 아직 외교적 긴장 상태일 뿐"이라며 "전쟁 중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표현(gross overstatement)"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전쟁이 발발하지도, 댐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진실을 허투루 넘기고 있다"라며 "지금도 자신의 업적을 늘리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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