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하던 꼬리가 부채질 하는 다리로 바뀐 사연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파초선은 우마왕의 아내 나찰녀(철선공주)가 지니고 있는 부채다. 삼장법사 일행은 사계절 내내 불꽃이 타오르는 화염산을 넘어 서역으로 가야 한다. 꺼지지 않는 불길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파초선의 신묘한 바람이 필요했다. 우여곡절 끝에 손오공은 철선공주에게 파초선을 빌려 세 번의 부채질로 화염산의 불을 끈다.
서유기의 파초선은 불길을 잠재우지만 실잠자리의 파초선은 물살을 가른다. 풀벌레 세상에는 새하얗게 표백한 파초선이 다리에 붙어 있는 방울실잠자리가 산다. 명명자는 나뭇잎 닮은 흰색 장식을 '방울'이라고 보았으나 글쓴이가 보기에는 영락없는 파초선이다. 왜냐하면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잠자리는 파초선 꼬리를 흔들며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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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초선이 떠오르는 방울실잠자리 수컷. 애벌레 시절에는 파초선이 꼬리에 달려 있어 물살을 가른다. |
| ⓒ 이상헌 |
물 속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숨을 쉬기 위해 기관아가미(Caudal gills, 꼬리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방울실잠자리 애벌레(학배기)는 꽁무니에 3갈래로 갈라진 꼬리아가미가 있다. 생김새가 정말로 파초선과 똑같다. 얇고 길쭉한 타원형의 아가미 중앙에는 공기가 통하는 빨대(Trachea, 기관)가 있고 부챗살 같은 실핏줄이 촘촘하게 뻗었다.
아울러 호리호리한 몸꼴에다가 꼬리아가미가 더해져서 날씬한 새우처럼 보인다. 학배기는 물속에서 꼬리로 물살을 가르며 산소를 빨아들인다. 3겹의 기관아가미는 실잠자리류가 지니는 특징이다. 다른 잠자리 애벌레는 아가미가 몸속에 있어 배 끝이 뭉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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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울실잠자리의 면상. 항상 관찰자를 따라 움직이는듯한 흉내눈을 가졌다. |
| ⓒ 이상헌 |
곤충의 겹눈은 수천 개의 낱눈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는 이를 향하고 있는 낱눈은 빛을 흡수해서 검게 보인다. 사람의 눈동자와 비슷하므로 '흉내눈(Pseudopupil)'이라고 부른다. 실잠자리, 버마재미, 나비의 눈길이 항상 우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실잠자리는 수초 사이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숨바꼭질을 한다. 뿐만 아니라 빽빽한 물풀 속에서는 후진비행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날개를 X자로 펄럭이며 수생 식물에 부딪치지 않고 요리조리 잘 날아다닌다.
방울실잠자리 미성숙 수놈은 몸 색깔이 황토색이었다가 완전히 자라면 청록색을 띈다. 이와 달리 암놈은 연녹색 몸매에서 갈색으로 바뀐다. 성적이형을 차림새 뿐만 아니라 체색으로도 보여주는 셈이다. 이렇게 혼인색이 갖춰지면 비로서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성충으로 한겨울을 나는 실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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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실잠자리.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다. |
| ⓒ 이상헌 |
잠자리는 쥐라기 시절부터 날갯짓을 하여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고대의 생물이다. 공룡 시대를 비행했던 잠자리(Meganeura)는 약 75cm의 덩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공룡은 사라졌으나 잠자리는 여전히 살아남아 날쌘 하늘의 사냥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쥐라기 때나 지금이나 매무새의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여 오늘날에는 남극을 제외한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달 후 운영중인 홈(www.daankal.com)에도 실립니다.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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