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비만약 시장도 지각변동…마운자로 판매·유통 구조 눈길 [스페셜리포트]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5. 8. 2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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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비만약 시장도 지각변동

마운자로 판매·유통 구조 눈길

한국도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전쟁터가 되는 분위기다. 일단 선점에 성공한 건 위고비다. 지난해 10월 한국 시장에 출시된 위고비는 올해 1분기 기준 한국 비만 치료제 시장점유율 73.1%를 차지했다. 다만 마운자로가 워낙 압도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마운자로 쪽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한국 시장점유율 역전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마운자로의 국내 영업·마케팅·유통 등을 어떤 기업에 맡길지 등에 관심이 고조된다. 마운자로 국내 판권 확보는 사실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 때문이다.

당초 제약 업계는 일라이릴리의 2형 당뇨병 치료제를 공동판매했던 보령이나 종근당·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가 일라이릴리와 협업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릴리가 신입·경력 마케팅·영업 사원을 대규모 충원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통은 특정 기업 한 곳이 아닌 그동안 한국릴리가 거래한 업체 대부분과 공동 협업하는 구조다. 국내 최대의약품 유통 기업인 지오영을 비롯해 백제약품, 동원약품 등 50개 주요 도매사와 공급 계약이 예상된다.

마운자로 출고가는 위고비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2.5㎎ 용량 기준 위고비 대비 25% 저렴한 27만8000원이다. 한국릴리는 저용량인 2.5㎎, 5㎎ 마운자로 제품을 우선 선보이고 고용량을 두 달 이후에 내놓을 예정이다. 위고비는 0.25㎎, 0.5㎎, 1㎎, 1.7㎎, 2.4㎎ 등 5개 용량 모두 출고가를 동일하게 펜당(주사제의 단위) 약 37만2000원(4주분)으로 책정했다. 유통 과정에서 마진가 등이 더해져 소비자는 실제로는 40만~70만원대(4주 기준)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도 신약 개발 경쟁

한국형 비만약부터 먹는 약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비만 치료제 개발 전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국형 비만 치료제’가 필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미약품이다. 2026년 출시를 목표로 ‘H.O.P (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지난 1월 시작했다. 연내 임상을 마무리하고, 2026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비만 치료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후속 파이프라인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의 최대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량 감소’를 해결할 신약(HM15275)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최초로 근육량은 늘리면서 지방은 줄이는 비만 치료제의 사람 대상 임상 진입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비만 동물 모델(DIO 마우스) 연구에서 HM15275가 체중 감량 중에도 근육량 보존 기전이 작동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임상 1상 진입을 앞둔 HM17321의 약리 효과가 인체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입증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 기능과 대사 건강까지 아우르는 ‘질적인 감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글로벌 비만 치료 표준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HK이노엔도 눈길을 끈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 ‘IN-B00009(에크노글루타이드)’의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임상 3상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에크노글루타이드 또는 위약을 주 1회 피하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중국 바이오텍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에크노글루타이드를 도입해 국내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 6월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에크노글루타이드 임상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비만을 겪는 성인 664명에게 에크노글루타이드를 투여하고 48주가 지났을 때 이들의 체중 감소율은 최대 15.4%로 집계됐다. 또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투약 중단 이후 7주가 지났을 때도 체중이 유지되는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투약을 중단했을 때 살이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을 개선했다는 임상 결과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HK이노엔은 2028년 5월 중 국내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먹는 비만 치료제(경구 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도 여럿이다. 지난 6월 일동제약그룹 신약 연구개발 회사인 유노비아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비만과 당뇨 등을 겨냥한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유노비아 측은 후속 임상 개발 활동과 함께 기술 수출 등도 추진해 상업화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디앤디파마텍도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를 기반으로 경구용 비만 치료제 ‘DD02S’ ‘DD03’ 등을 개발 중이다. ‘DD02S’의 경우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하고 있다. 붙이는 형태의 비만 치료제도 주목된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라파스와 함께 붙이는 비만 치료제 ‘DW1022’를 개발 중이다. 미세 바늘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는 패치 형태다. 현재는 임상 1상까지 완료된 상태다. 대원제약과 라파스 측은 DW1022의 후속 임상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완제품의 허가 완료 시점을 오는 2028년으로 예상한다.

‘유행 소비’되는 전문의약품

무분별한 오·남용 → 부작용 우려

그러나 꿈의 약처럼 보이는 비만 치료제는 이런저런 부작용이 존재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마찬가지다. 설사나 구토 등 위장관 관련 부작용부터 췌장 효소 증가·저혈압·탈모·급성 신장 손상 등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조사에 나섰을 정도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현재까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자의 급성 췌장염 보고가 400건가량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급성 췌장염은 위 뒤쪽에 있는 췌장에서 갑작스레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심한 복통이나 메스꺼움, 발열을 일으킨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허가 범위를 벗어나는 처방이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 일종의 오·남용이라는 설명. 전문의약품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①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 ②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와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처방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비만 치료제 관련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BMI 24인데 별일 없이 (위고비) 처방받았다” “A병원을 가면 그냥 구할 수 있다” 등의 후기와 댓글이 공유된다.

전문가들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고 우려한다. 김신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 약(위고비)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을 대상으로 설계됐고, 그 이하에서는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임상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의 처방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허양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모든 전문의약품은 의학적 효과와 부작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하에 처방·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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