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현의 과학 산책] 식물이 내어주는 빛

5년 전 전셋집으로 단독주택을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매일 아침, 청량한 공기를 채우는 새소리에 눈을 뜨면 앞마당의 녹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우리의 먼 조상들도 녹색을 이렇게 편히 느꼈을까? 인간의 시각이 녹색빛을 제일 민감하게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은 여름을 상징하는 색은 단연코 녹색임을 느끼는 시기다.

누군가 식물의 녹색은 사실 식물이 버리는 빛이라 얘기한 게 기억난다. 광합성 공장인 엽록체 속 엽록소가 태양광의 적색과 청색을 집중적으로 흡수하기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녹색광이 반사되어 버려진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침 마당의 풍성한 녹색을 보고 있으면 그것은 오히려 식물들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색이란 생각이 든다. 녹색광마저 광합성에 활용되었다면 식물의 잎은 모두 잿빛을 띠었을 것이다. 상상 속 황량한 세상을 생각하면 눈앞의 푸름은 버려진 것이라기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로 느껴진다.
광복절 연휴 중 관찰한 정원의 녹색은 생명의 색이었다. 온갖 새와 나비를 부르는 식물들은 수많은 곤충도 품었다. 마당 한쪽에 뿌리내린 작은 나무 한 그루라 하더라도, 거기엔 수십 억 년의 진화 속에서 끊임없이 무기물을 유기물의 에너지로 바꾸는 진정한 연금술이 숨어 있다. 그 과정 중 나오는 부산물인 산소는 대기를 이루어 우리가 숨 쉬게 하고, 또한 탄소를 고정해 온난화도 막는다.
산업화 이전 6조 그루에 달했던 나무의 수는 오늘날 대략 절반으로 줄었다. 도시와 산업단지의 개발에, 가속화되는 열대우림의 파괴 속에 끊임없이 숲이 사라지는 중이다. 암담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육지의 생물권이 축적한 탄소량의 95% 이상이 나무에 고정되어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의 미래는 막대한 탄소 저장고인 나무와 숲의 운명과 함께할 것이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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