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 수사에 걸릴라…떨고 있는 여의도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5. 8.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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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 1호’ 경계령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패가망신 1호’ 경계령이 내려졌다. 삼삼오오 모일 때면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본 시장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겠단 이재명 대통령 의지가 강한 데다 이춘석 의원 차명 거래 의혹마저 불거져 금융·사정당국이 실적 경쟁 벌이듯 전방위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걸려 있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날 선 경계감이 확산 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는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증권사 직원 1명은 상장사 공개매수 사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주관 또는 사무수탁기관으로 참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에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강제 조사를 받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와 별개 사건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크게 두 갈래로 불공정거래 수사를 들여다보는 중으로 알려졌다.

첫째, 공개매수다. 공개매수 가격은 투자자 매도를 유도하려 현 주가에 프리미엄을 더해 매겨지므로, 시장에선 호재로 읽힌다. 최근 우리 시장에선 PEF발 경영권 분쟁과 상법 개정에 따른 자진 상장폐지로 공개매수가 부쩍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계획 발표 직전 대량 매수세가 몰려 특정 기업 주식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금융·사정당국은 이번 정부 들어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이해관계자를 저인망 조사하는 식으로 수사 기조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공개매수는 준비 기간이 길고 여러 단계를 거쳐 미공개정보 누수 가능성이 높단 시선이다. 단계별로 ▲회계법인(실사) ▲주관 증권사(매수 대행) ▲법무법인(법률 검토·자문) 등이 얽히고설킨 구조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정보를 미리 알게 된다면 하방은 막혀 있고 상방은 열려 있는 무위험에 가까운 투자를 할 수 있다”며 “공개매수 사무를 맡은 실무 직원을 연결 고리로 투자 점조직이 여럿 생겼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탓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저인망 수사를 차곡차곡 쌓아 퍼즐을 맞춰 연쇄 조사를 벌일 수 있단 관측이 파다하다.

공개매수와 별개로 오랜 병폐로 지목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조사도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수년 전 사건까지 들춰내며 평범한 직장인부터 임원, 총수 등 전방위 칼날을 겨눈다. 이재명정부 들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만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비롯 메리츠화재 전 사장, 글로벌 PEF와 로펌 등 부지기수다.

대체투자 업계도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부동산 활황기 때 일종의 선행매매가 횡행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령, 브리지론 등 대출 실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자본금에 개인 자금을 섞는 식이다. 금융지주 계열 A증권사에서도 PF 업계 유명 임원의 부적절한 선행매매가 적발됐으나 회사 측이 조용히 사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원은 두둑한 성과급에 퇴직금까지 챙겨 회사를 떠났다는 게 대체투자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금융당국, 행정력 총 집결

민사 제재 축적까지 시일 걸릴 듯

금융당국은 동원 가능한 행정력을 총 집결 중이다. 최근 금융위는 주가 조작 처벌 강화를 뼈대로 한 자본 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앞서 내놨던 ‘자본 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 방안’ 후속 조치다. 이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시행된다.

법안 뼈대는 불공정거래를 더 빨리 적발하고 더 센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 현재 한국거래소는 주식 계좌를 기반으로 시장 감시를 벌인다. 앞으로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포함 개인 기반 감시도 이뤄진다. 과징금 기준도 강화된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시세 조종·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행위 과징금은 고의성 등에 따라 기존엔 부당이득 0.5배부터 2배까지 부과됐다. 앞으로는 최소 1배부터 시작한다. 시장 질서 교란 행위 기본과징금도 부당이득 0.5~1.5배에서 1~1.5배로 높아진다.

다만, 그럼에도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패가망신법’도 기존에 있던 법을 손질한 것이다. 지난 2023년 5월 ‘단군 이래 최대 주가 조작’이라 불린 라덕연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징벌적 과징금’을 신설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때 만든 법안을 뼈대로 한다. 라덕연 사태 이전 주가 조작은 사실상 형사처벌만 가능했다. 형사처벌은 인과관계 입증이 엄격하므로, 3심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탓에 주가 조작으로 얻는 실익이 사법 체계로 예상되는 형사처벌을 압도한다는 자조가 우리 시장에 팽배했다.

패가망신시키겠다며 자본시장법을 뜯어고쳐 3대 불공정거래 행위 과징금을 만들었지만 이 또한 실효성 논란이 뒤따른다. 라덕연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3대 불공정거래 관련, 실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법상 주요 불공정거래 사건은 범죄 구성 요건(고의·미공개성·인과관계·부당이득액 등)이 사실상 형사 절차와 동일한 입증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가령, 시세조종·부정거래의 경우 시장 변동 원인 중 해당 행위 기여도까지 입증해야 한다. 과징금을 먼저 부과했다 향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국가 배상·환급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과징금 부과에 나서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증선위원을 지낸 서울 주요 대학 교수는 “실제 과징금 부과를 하려면 검찰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검찰에선 수사상 기밀이 사전 노출된다는 이유로 수사 전 단계에서 행정력 개입을 극도로 꺼린다. 기소도 안 했는데 덜컥 과징금부터 때렸다가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나오면 줄줄이 옷을 벗을 수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반면, 자본 시장 역사가 오랜 미국은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 제재(Civil Penalty) 사례와 경험이 축적돼 있다. 형사처벌과 입증 구조가 겹쳐 무죄추정 위반 시비가 강하게 제기될 소지가 다분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주도로 형사상 무죄라도 민사 제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금융위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오랫동안 형사처벌 중심으로 다뤄왔고 과징금 제도는 2023년에서야 도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사 기관에 사건을 넘기기 전 행정 제재 단계부터 사실상 100%에 가까운 조사 완결성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라며 “금융위·금감원·거래소 인력을 한데 모은 ‘합동 대응단’이 출범한 만큼 기존 2년 가까이 걸리던 조사 기간을 6개월 안팎으로 줄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당이득 환수 기금 설치나 인공지능(AI) 탐지 시스템 구축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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