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강행 태세, 재계 절박한 호소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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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조 교섭 요구 이미 봇물…중기 더 타격
재계에선 절충안 제시, 정부 여당 귀 기울여야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고쳐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재계의 호소가 절박하다. 국내 6대 경제단체 등은 어제 국회를 찾아 결의대회를 열고 “사용자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상 결정’만은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한 미상공회의소도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불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는다.
재계가 우려하는 것은 산업 현장이 감당해야 할 충격이다. 노조법 2조 2호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넓히면 노동쟁의가 크게 늘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국민 의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4%는 “노사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10대 그룹 가운데 GS를 제외한 9개 그룹이 이미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와 시위에 직면해 있다.
노조법 2조 5호의 쟁의 대상 확대도 우려를 낳는다. 지금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만 쟁의 대상이지만, ‘사업상 결정’까지 포함되면 대규모 투자, 설비 확충, 인수·합병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칫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대미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절박감 때문에 재계는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수용할 테니 ‘사용자 범위의 확대’는 멈춰 주거나, 굳이 강행하겠다면 1년만 법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법 개정의 명분으로 ‘노동권 보호의 강화’를 내세우지만,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산업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취약성이다. 노사분규 절반 이상은 10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노무 대응 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쟁의 발생 자체로 사업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외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엌칼부터 변압기까지 주로 중소·중견 기업 제품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와 관련된 대미 수출 규모는 연간 16조원에 달한다. 이 와중에 노란봉투법을 강행하는 것은 중소·중견 기업에 비 오는 데 우산까지 빼앗는 형국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민주당은 노사 중립의 원칙으로 돌아가 재계의 합리적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재계가 호소하고 있는 사용자 범위 현행 유지, 사업상 결정의 쟁의 제외, 최소 1년의 시행 유예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제 충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무리한 법안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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