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도체 300% 관세? 트럼프 장단에 춤춰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200%나 심지어 30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폭탄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모든 교역 상대국에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상호관세에 이어 주요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1기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다. 2기 정부는 공급망의 핵심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를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반도체가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 된 자체가 황당하다. 왜냐하면 반도체는 다른 상품과 달리 대부분 국가 간에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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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최대 300% 관세폭탄 언급
관세 면제 거론돼도 가능성 낮아
보조금 기대 말고 협상 대비해야
」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ICT 제품과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정보기술협정을 1996년 체결했다. 이후 반도체는 전 세계에서 무관세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사실 정보기술협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자국에 수입되는 반도체에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아이러니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은 영국·일본·한국 등 무역 상대국들과 개별적으로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가 하나둘씩 정해졌지만, 반도체 관세는 곧바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달 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제조하고 있거나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약속한 기업은 100%의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조건을 덧붙였다. 다음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관세 면제까지 언급했다.
두 사람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반도체 제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한 기업은 관세 면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선 조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은 기업들로서는 이보다 좋은 조건이 있을 수가 없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경험한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보조금을 받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트럼프 정부에서는 관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은 낭비라고 비난했던 이전 발언이 있는 데다 지난 6월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의회에서 “반도체 보조금 일부에 대해 재협상을 하고 있다”라고 한 발언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트럼프 정부는 이미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조금은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과도한 관세 부담만 남게 될 것이다. 100%든 300%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관세로 인해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시한 반도체 관세가 직접 한국 기업들에 줄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몇 가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첫째,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간 한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서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은 최저 3.4%에서 최고 7.5%여서 미국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 아주 큰 영향을 줄 범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한국 기업들과 조건이 다르지 않다. 즉,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 기업들만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관세 면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반도체 관세 300%”를 외친다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그 장단에 춤출 때인가.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실제로 관세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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