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마저 놀라게 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CEO라운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5. 8.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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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1조 클럽’ 꿰찬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1969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2001년 LG투자증권 ABS, PF팀장/ 2005년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담당/ 2007년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 2016년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전무/ 2017년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총괄 부사장/ 2019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 부사장/ 2024년 한국투자증권 사장(현) [일러스트 : 정윤정]
‘소름 돋아’ ‘업종 최상위 수익성’ ‘더 좋아질 수 있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금융지주 실적을 두고 쏟아진 증권사 보고서 제목이다.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금융지주 분석 보고서지만, 이익 절대 비중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을 경쟁사가 앞다퉈 추켜세웠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이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반년 만에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국내 증권사 중 처음 반기 영업이익 1조원(연결 기준)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1479억원이다. 연결 순이익도 1조원을 넘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4.2% 늘었다.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올 6월 말 기준 10조5216억원으로 늘었다.

호실적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IB, WM 부문 등에서 고른 성장을 일궈낸 덕분이다. 올 2분기 위탁매매 부문 순영업수익(영업이익+판매비와 관리비)은 전 분기 대비 17.5% 늘었다. 증권사 순영업수익은 영업이익에 판관비를 더한 것으로 증권 업종에서는 이를 ‘매출’ 지표로 쓴다. 이 기간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10.8% 증가했다. IB 관련 이자 수익이 1분기 335억원에서 2분기 72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 비중이 20%대에 불과해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순영업수익 비중은 ▲운용 등 46% ▲IB 25% ▲위탁매매 22% ▲자산관리 5.4% 등이다.

발행어음 금리 인하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액은 18조원가량으로 별도 자본 대비 170% 수준이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행어음 마진은 150~200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로 마진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봤다. 다만, 호실적엔 일회성 요인도 일부 섞여 있다. ▲달러값 하락에 따른 외화채권평가이익 570억원 ▲과거 투자한 해외펀드 청산에 따른 영업외손익 1000억원 등이다.

핵심 사업부 두루 거쳐

‘헤비웨이트 리더’ 평가

‘깜짝 실적’ 중심에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56)이 있다. 2024년 초 한국투자증권 수장에 오른 김성환 사장은 자본 시장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옛 LG투자증권을 거쳐 2005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한 뒤 기업금융(IB)·경영기획·리테일 등 핵심 사업부 임원을 거쳐 폭넓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단 평가다. 주요 사업부를 모두 거친 김 사장은 부서 간 상호 협력과 통합 도출이 가능한 ‘헤비웨이트 리더(Heavyweight Leader)’로 평가된다. 이는 특정 분야 ‘영업통’ 출신이 즐비한 타 증권사 CEO와 구분되는 강점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그는 수익 기반 다각화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IB와 위탁매매의 절대적인 수준을 줄이기보다는 ‘글로벌’을 화두로 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을 늘려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다지는 게 다각화의 뼈대다. 이를 통해 내수 기반 전통 사업 부문 의존도를 자연스레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

가령, 내수 기반 위탁매매와 IB 부문 성장판은 사실상 닫혔다는 게 김 사장 판단이다. 5년 뒤 잠재성장률 0% 진입이 예고된 마당에 전통 증권업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해서는 ‘알파(α·평균 이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 사업 부문은 기업 생애주기에 맞춰 IPO보다는 중후반부에 해당하는 회사채 발행, M&A 등에 자원을 쏟는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주식 외 금융상품 잔고를 늘리는 것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코어그룹’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 성장을 그의 ‘트로피’로 꼽는 시선이 많다. 잠재성장률 0% 환경에서는 IB·기업금융 부문 수익 성장은 둔화한다. 금리·환율·거래대금 등 변동성이 낮아지면 위탁매매·트레이딩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WM 부문 상품 잔고를 두둑이 쌓아두면 경기 순환과 상관성이 낮은 안정적·반복적 수수료 수익 확보로 이익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각론에서는 크게 ▲PB 조직 팀제 개편 ▲선진 금융사와 협업 강화를 통한 ‘피기백 전략(Piggyback Strategy)’이 ‘한 수’로 평가된다. 피기백 전략은 ‘큰 말 등에 올라탄다’는 의미로, 글로벌 1위 기업 인프라·네트워크·신뢰도를 활용해 사업을 단기간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을 뜻한다.

김 사장은 개인고객 그룹장 시절 개인 성과급 제도를 사실상 없애고 팀 성과급 체제로 싹 뜯어고쳤다. 기존 PB들은 관리고객으로부터 발생한 순수익에 지급률을 적용해 개인 성과급을 받았다. 이를 개인 실적이 아닌 PB본부별 실질 손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게 PB 경쟁력 강화를 위한 ‘PB팀제’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갖춘 PB 5~6명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한다는 개념. 개인 단위로 자산관리 전략을 펼 때보다 전문성과 시너지가 융합돼 일종의 집단지성 효과가 구현된다는 판단이었다. 이 같은 진단은 제대로 들어맞았고 김 사장이 그룹장을 맡은 5년 동안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4배 정도 증가했다.

피기백 전략을 통한 역량 보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 사장 주도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골드만삭스와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국내 증권사가 골드만삭스와 전략적 협업을 한 건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그 일환으로 골드만삭스·스티펠 거시경제·산업 분석 보고서를 제공한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금융상품도 가져와 판매한다. 지난 4월 한국투자증권은 골드만삭스가 운용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와 다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멀티전략 펀드를 출시했는데, 사흘 만에 약 1800억원의 고객 자금이 몰렸다. 이외에 칼라일그룹·캐피털그룹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덕분에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 부문 개인 고객 금융 상품 잔고는 연초 67조7000억원에서 6월 말 기준 76조1000억원으로 불었다.

김 사장은 종합투자계좌(IMA) 라이선스 확보 의지도 다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에 허용되는 발행어음을 적극 활용해왔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조달 잔액은 약 18조원으로 한도(20조원)를 거의 채워 IMA 라이선스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발행어음처럼 IMA 조달 자금도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IMA는 만기 구조도 탄력적으로 설정 가능해 자금 운용 계획 수립이 수월하다.

변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임직원이 연루된 대출 비리와 회계 부풀리기 의혹 등이 변수지만, 현재로서는 큰 흠결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5년 치 사업 보고서 외화 손익 과다 계상 관련 조사도 감리보다는 회계 심사 단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우세하게 점쳐진다. 김 사장은 “2030년까지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 자산을 200조원까지 확대하고 해외자산 비중도 15%에서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금융상품이 고도화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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