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채찍’보다 ‘인센티브’ 확대 [산업재해 줄이려면]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5. 8.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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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기술 R&D 적극 지원해야

산업재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중대재해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출 일부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형태다. 기관투자자 통보 의무화부터 안전보건 공시제, 대출 제한 등 자본 시장과 직결된 내용도 언급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안전 강화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과도한 징벌’이란 평가다. 기업 존립을 위협할 뿐더러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안전장비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리고 공사 기간 산정 현실화 등 구조적인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 평균 이익률 3%인데

매출 3% 과징금 → 존폐 위기

최근 정부 주요 부처와 국회에서는 경쟁적으로 중대재해 방지 법안을 쏟아내는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여당이 발의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건설안전특별법이다.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 사업자·엔지니어링 사업자, 건축사 등에게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의 최대 3% 과징금 부과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담겼다. 단순 행정처분을 넘어 회계적 책임을 묻겠다는 말이다. 정부도 해당 법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중대재해 발생 시 건설 회사가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건설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효성은 굉장히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는다. 사망사고 한 건으로 기업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건설업은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대표 업종 중 하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종합건설업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2022년 4% ▲2023년 3.1% ▲2024년 3.1%다.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 3% 과징금이 부과되면 기업 존립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포스코이앤씨를 예로 들어보면, 202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9조4687억원, 61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친다. 이 상황에서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가정하자. 매출의 3%는 2840억원이다. 영업이익의 3~4배 수준 비용을 과징금으로 납부하는 꼴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과징금은 오히려 안전을 위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대출 제한 얘기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중대재해를 (은행 여신심사 평가 시) 비(非)재무 모형 평가로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대재해 발생 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떨어뜨리고, 이를 기관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돈줄을 위협해 기업 스스로 안전에 신경 쓰게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건설업은 업종 특성상 대출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필수다. 자금 소요 시점과 수익 회수 시점이 크게 어긋나는 구조여서다. 이를 고려하면 대출 제한 → 일부 건설사 유동성 위기 → 분양·재개발·재건축 지연 →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처벌 아닌 예방·지원 초점 맞춰야

공사 기간 산정 현실화 절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처벌 중심 구조’가 아닌 ‘예방과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벌은 단기적으로 정치권과 행정기관에 손쉬운 성과를 안겨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실질적 예방 활동에 투자할 유인을 약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엄벌주의 정책은 권위주의 정부가 즐겨 쓰는 방식으로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은 채 제재만 높이면 기업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지점은 공사비와 공사 기간 산정 현실화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도 안전이 아닌 ‘속도’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대표 사례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추진하던 현대건설은 정부 측이 제시한 공사 기간(84개월)보다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설 지역이 연약 지반인 탓에 안정화하기 위한 추가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고 현대건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계약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현장 관리는 필연적으로 공정 속도를 높이거나 비용 절감에 쏠릴 수밖에 없다.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현장관리자는 오늘 현장에 투입된 인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설명이다.

기업의 자발적 예방 투자를 유도할 경제적 인센티브 도입 방안도 거론된다. 위험 예방 활동,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안전시설 투자 등 선행 지표를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이를 세액공제, 보험료 감면 등과 연계하면 기업이 안전관리를 비용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소·영세 사업장의 안전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술 지원 확대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영세 기업에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안전관리 기술 지원을 확대해 예방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훈 장관이 강조한 ‘싱가포르 모델’ 들여다보니
안전 장비 도입하면 기업에 보조금 지원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롤모델은 2005년 시작된 싱가포르 ‘WSH(Workplace Safety&Health)’ 프로젝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싱가포르는 실질적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통해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다”며 “적극 참조해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 싱가포르는 20년 전만 해도 산재 사망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싱가포르 산재 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4.6명이었다. 현재는 1.2명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싱가포르 WSH는 처벌이 아닌 ‘예방과 지원’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럭 크레인 안정성 제어 시스템 보조금(SCSG)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건설·물류 현장에서 트럭 크레인 사고가 빈번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트럭 크레인 소유자(개인이나 법인)가 안정성 제어 장치를 설치할 때 비용의 50%를 사후 환급 형태로 지급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안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병행된다. 이른바 ‘WSH Technology Challenge’다.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장비나 로보틱스 기술 개발·도입 시 정부가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형태다. 첨단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는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김영훈 장관 말처럼 WSH에도 최근 일부 ‘처벌’ 요소가 적용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2년 10월 경영진 산업안전보건의무지침(ACOP)을 도입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했다. 경영진이 ACOP를 미준수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을 근거로 WSH를 ‘처벌 중심 산재 개선 모델’로 명명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또 ACOP 도입(2022년 10월)이 확실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2022년 1.3명(10만명당)이던 산재 사망률은 2023년 0.9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1.2명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처벌 중심 정책이 확실한 효과를 담보한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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