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활성화될까…적극적 모험자본 공급 위한 정부 대책 [스페셜리포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5. 8.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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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사 신규 인가 총력전

금감원장 임명 시기 ‘변수’

향후 발행어음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가 대거 참전하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월 1일부터 기업금융(IB) 강화를 위한 발행어음 신규 사업 인가 접수를 시작했다. 메리츠·삼성·신한·키움·하나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연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인가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지는 만큼, 5개 증권사는 올해 발행어음 사업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올해까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연말 결산 기준 2년 연속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여기에 사업 계획의 타당성 평가와 본인·대주주 제재 이력 확인 등 요건이 강화된다. 올해 인가를 받지 못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 전산 리스크 대응 능력,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와 이해 상충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증권사마다 ‘아킬레스건’이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시스템 우려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 지난해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 사태가 결정적이다. 신한투자증권 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담당자는 지난해 8월 ETF 선물을 매수하다가 국내 증식 폭락으로 1289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여기에 담당 직원이 손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스왑 거래를 등록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회사의 내부통제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속출한 전산장애 사태도 변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미국 주식 거래 시스템 오류로 약 1시간 동안 접속이 중단된 바 있다. 이뿐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3년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거래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까지 받는 중이다. 이화전기 거래 정지 직전 내부 정보를 이용해 BW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키움증권도 전산장애 사태를 겪었다. 지난 4월 이틀 연속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대주주 사법 리스크가 불안 요인이다.

하나증권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부정 채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함 회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유죄로 결과가 뒤집혔다.

키움증권은 한동안 오너 리스크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 사건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소환되면서다. 김 여사 측근 김예성 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키움증권이 투자한 것을 두고 의혹이 불거졌다. IMS모빌리티는 자본잠식 상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금융사로부터 총 18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키움증권도 10억원을 투자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것이 원인이었다. 김 전 회장은 주가 폭락 전 다우데이타 지분 605억원어치를 처분했는데, 지분 매각 2거래일 뒤 주가가 폭락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이 물러나고 한 달 뒤 키움증권은 IMS모빌리티에 투자한다. 이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은 유야무야되고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러나 집사 게이트를 계기로 키움증권의 오너 리스크가 재발화되면서, 키움증권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삼성증권은 장기간 이어진 오너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돼 안도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2017년 이미 초대형 IB로 선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등 문제로 지금까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획득하지 못했다. 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부당합병 재판이 장기화하면서다. 그러나 최근 이 회장에 대한 오랜 재판이 무죄로 종결되며 오너 리스크를 씻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5곳 중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을 경우, 삼성증권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자기자본 규모가 크고,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 자기자본은 약 6조9306억원 규모로 메리츠증권(6조2977억원), 하나증권(5조9610억원), 신한투자증권(5조3897억원), 키움증권(4조9717억원)을 앞선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채권 판매 강점을 가진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면 한국투자증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인가 심사는 신임 금융감독원장 선임 이후에나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 퇴임 후 두 달째 공석 상태다. 이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 개편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직 개편과 인사 확정 전까지 심사 진행이 쉽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일부 증권사에 대한 심사 중단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 활성화될까

2028년까지 25% 투입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내년 1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2분기 말 기준, 기존 사업자 4곳의 발행어음 잔액 추정치는 약 43조원 수준이다. 만약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5곳 모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내년 단기금융 시장에는 유동성 60조원이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현재 5개사 자기자본 규모는 약 30조원인데, 최대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서다.

정부가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만큼 벤처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 올해 금융위원회는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 자금의 일정 부분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마련했다. 비율은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존 사업자 4개사 모험자본 비율(11~27%)을 고려한 수치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투자, A등급 이하 채권·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VC·신기사·하이일드 펀드 출자, 상생 결제 시스템 자금 공급 등이 포함된다.

반면 부동산 관련 투자 비중은 현재 30%에서 2028년까지 10% 이하로 축소된다.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는 조달액을 기업금융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로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적극적인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적극적인 모험자본 투자로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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