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없는 검찰파견관의 죽음과 윤석열의 살권수 투쟁

이광철 2025. 8. 1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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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일, 이광철의 기록⑬] '울산 사건'_첫 번째

[이광철 기자]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기소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14일 대법원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하 울산 사건) 상고심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이 올 2월 선고된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지 않나 하는 일말의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항소심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윤석열의 자폭성 내란으로 인한 탄핵 및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라는 정세의 극적 변화 덕분일 것이다. 2019년 11월 26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송시킨 지 5년 9개월 만에 종결되었다.

그 5년 9개월을 돌아보는 일은 고통스럽고, 회한이 밀려 온다. 특히 이 사건에서 윤석열 패거리들은 나의 소중한 동료 고 백재영(2017년 6월 ~ 2019년 2월 민정수석실 검찰파견관, 이하 고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무죄 판결은 멀게는 고인의 무고함을 최종 확인해 준 일이기도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울산 사건의 시종(始終)을 돌이켜 보고자 한다. 이 속에서 기록하고, 평가하고 잘못이 있는 자들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재인 민정수석실 겨냥한 윤석열 패거리들

윤석열 패거리가 2019년 8월 사냥에서 조국을 메이드(구속)하는데 실패했고, 이에 조국을 메이드하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 전체를 포획하겠다고 덤빈 사건이 '유재수 사건'과 '울산 사건'이라는 점은 앞선 연재글에서 설명했다. (관련기사 : 윤석열 '살권수 프레임'과 유재수 사건 https://omn.kr/2et2w) 울산 사건 전체 경과에서 윤석열 패거리들은 두 차례에 걸쳐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 제1차 조작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역설적으로 윤석열 패거리들에게 2차 조작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2020년 1월 30일 울산 사건에 관한 공소제기는 2차 조작의 산물이다.

윤석열 패거리들의 제1차 조작의 목표는 민정수석실이었다. 조국과 백원우, 내가(이광철) 목표였다. 민정수석실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였다. 윤석열 패거리들은 민정수석실을 사냥하는데 가장 약한 고리를 고인으로 보았다. 고인에게 회유와 압박을 가해 거짓 진술을 얻고자 했다. 그리하여 2019년 11월 22일 고인을 울산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고인이 울산지검으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2017년 하반기~ 2018년 상반기 동안 울산 현지에서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어 ➀고래고기 환부 사건(고래고기 업자들의 변호인으로 검찰 전관 출신이 선임되고 나서 고가의 고래고기를 업자들에게 환부해 준 사건)과 ➁김기현 시장의 측근과 형제 비리 사건(울산시장이던 김기현의 측근과 형제들이 이해관계에 개입하여 이익을 챙겼다는 등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황운하 청장은 경찰대를 1기로 졸업하고 경찰에 재직하는 내내 강력한 경찰수사독립론을 주창하였고, 검찰의 전횡과 검사의 비위 문제에 맞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검찰과 수시로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황운하 청장이 ➀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자 검찰(울산지검) 역시 매우 적대적인 시각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울산지검이 영장 청구 과정 내지 송치 후 수사 과정에서 ➁김기현 형제 비리 사건을 살펴보던 중 이 기록 속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보고서를 접하게 된다.
▲ 울산 고래고기 환부 담당 검사 고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9월 13일 울산지검 고래고기 무단 환부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담당 검사를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 핫핑크돌핀스
사실 이 보고서는 민정비서관실 M 행정관이 지역 토착비리 관련 민심청취 과정에서 울산 현지의 진행상황을 기재한 것이었고, 고인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울산지검은 이 보고서의 매우 정제된 형식과 정확한 내용에 주목하여 작성자가 권부에 속한 전현직 경찰 내지 검찰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보고서가 황운하 청장의 김기현 시장 관련 수사 진행에 있어서 결정적 계기 내지 수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보았다. 다만, (아직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전 시기라서) 울산지검은 이 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고 캐비닛에 넣어 둔 상태였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

한편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도래하자, 내가 재직하던 민정수석실은 집권 1년차를 돌아보고, 집권 2년차에 유의하여야 할 요소를 점검하여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고자 하는 기획을 준비하여 조국 민정수석에게 상신했다. 내가 이 기획의 실무총괄 책임을 맡았다. 나는 기획의 내용을 i) 정부 부처간의 엇박자와 헤게모니 다툼, ii)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태 두 파트로 나누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자면 정책 추진간, 정부부처간 알력이나 갈등을 제어하고 고위공직자들의 비위나 추태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2017년 5월 이후 이 두 가지 관련 사례들을 샅샅이 수집하여 기초 작업을 했다. 그 다음 민정수석실 4개 비서관실의 전체 행정관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학연, 지연, 심지어 행시 동기 등의 각종 인연을 매개로 하여 각 부처의 공직자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된 사례의 배경, 동기 등 심화된 사실관계 조사를 벌였다(이 보고서의 표지 및 개관 편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이 사례 중 하나가 울산고래고기 사건이었다. 나는 민정비서관실 특수관계인 특감반원인 고인과 고인의 업무파트너인 J 당시 경찰파견관에게 이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현지 검경간 갈등의 이면 및 수사 담당 해경의 상황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 두 사람이 울산 현지 출장을 간 날이 2018년 1월 11일이었다. 이들은 현지에서 이 과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나에게 출장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2019년 11월 이 사건을 캐비닛에서 꺼낸 윤석열 패거리들은 고인과 J 파견관의 울산 현지 출장과 민정비서관실 M 행정관이 작성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보고서를 연관지어 이 보고서를 고인이나 J 파견관이 작성했고, 울산지방경찰청의 관련 수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하여 2018년 1월 11일에 울산 현지 출장을 내려왔다고 단정했다.

나아가 검찰은 고인이나 J 파견관이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할 리 없고, 그 배경에 조국 민정수석의 묵인·방조 아래 민정비서관인 백원우와 선임행정관 이광철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조국, 백원우나 이광철이 그렇게 한 이유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세 경쟁자로 예상되는 김기현을 제거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의심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울산지검이 2019년 11월 22일을 지정하여 고인을 소환한 것이었다.

2019년 12월 1일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2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던 나는 울산지검이 고인을 소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윤석열 패거리들이 유재수 사건에 이어 울산 사건도 캐비닛에서 꺼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울산지검이 수사를 재개하고 있는 것이 M 행정관이 작성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보고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 문서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2017년 10월경 M 행정관이 이 보고서를 선임행정관인 내게 들고 왔는데도 말이다.

백원우도 우편으로 민원접수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나중에서야 이광철에게 보고받아 이를 반부패비서관인 박형철에게 넘긴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당시 문서수발신을 담당했던 M 행정관(2019년 11월에는 총리실 복귀)에게 이 보고서를 우편으로 수신했는지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M 행정관이 자신이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검찰이 범죄시하는 문서의 작성자인 M행정관도 그제야 이 보고서가 검찰이 문제삼고 있다는 점을 비로소 알고 황당해 했다.

그 사이 윤석열 패거리들은 울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로 끌어 올렸다. 사건을 이송 받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고인에게 12월 1일 출석하라고 2차 소환을 통보한 일이었다. 윤석열 패거리들이 이 사건의 키를 고인으로 상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는 그 사이 고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수사 진행 중 서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증거인멸이라는 덫에 걸린다는 변호사시절 체득한 지론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점이 너무 후회되고 자책을 느낀다. 마침내 12월 1일이 다가왔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오후 6시 조금 넘는 시간, 퇴근길에 경찰의 상황 전파에 따른 보고를 받았다.

"서초동에서 백재영이 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내 입에서 단말마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 나는 청천벽력이라는 말 뜻이 무엇인지를 실감했다. 벼락을 맞은 듯 뇌가 잠시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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