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선물+출근길마다 '사랑해요'…'18경기 5골→5경기 7골' 싸박 만든 김은중 감독의 세심한 관리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싸박이 최근 골 폭격을 퍼붓는 데에는 김은중 감독의 세심한 관리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수원FC가 6경기 5승으로 날아올랐다. 지난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를 치러 울산HD에 4-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주인공은 싸박이었다. 싸박은 경기 시작 2분도 안 돼 윌리안의 스루패스를 받아 트로야크를 따돌리고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2-1로 앞서던 후반 30분에는 안현범의 슈팅을 조현우가 막아내자 곧바로 달려들어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 1분에는 노경호의 쐐기골을 돕는 훌륭한 크로스도 보냈다. 최근 5경기 7골로 확실히 살아난 싸박은 리그 12골로 전진우(13골)에 이어 득점 2위까지 올라섰다.
싸박은 뛰어난 득점력과 함께 통통 튀는 개성으로 K리그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날 선제골 장면에서 그 독특함이 잘 드러났다. 싸박은 준비한 코코넛을 꺼내 빨대로 한 입 마신 뒤 이를 김 감독에게 건네는 비범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싸박은 경기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을 통해 "첫 번째 세리머니는 코코넛을 이용해서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려 했다"라며 "2주 전에 코코넛을 까서 먹으려고 바닥에 내리쳤다. 그걸 SNS에 올렸는데 다음날에 감독님이 까진 코코넛을 사주셨다. 그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라고 세리머니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자세한 내막은 다음과 같다. 싸박은 아침마다 코코넛을 챙겨먹을 정도로 코코넛을 좋아하는데, 어느날 칼로 코코넛 껍질을 까기 위해 고생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했다. 이 영상을 누군가 김 감독에게 전했고, 김 감독은 다음 날 마트에서 칼 없이 편하게 즙을 마실 수 있는 뚜껑 달린 코코넛을 구매해 싸박에게 선물로 줬다. 싸박은 이에 크게 감동해 기억하고 있다가 이날 득점을 하고 코코넛을 선물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평소에도 싸박의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일례로 김 감독은 선수들이 출근할 때 들을 수 있게 싸박의 노래 'SEÚL'을 틀어놓는다. 'SEÚL'은 평소 음악을 진지한 취미로 삼고 있는 싸박이 올해 7월 발매한 싱글이다. '사랑해요'라는 후렴구가 중독적인 노래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울산과 맞대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로 이 노래를 불러 축구팬들에게 화제가 됐고, 수원FC 팬들은 아예 'SEÚL'을 싸박의 응원가로 사용 중이다.
라커룸에서 매일같이 'SEÚL'이 흘러나오는 건 동료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울산전 골문을 지킨 황재윤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라커룸에서 싸박 노래가 매일 들려 외우기 싫어도 외워버렸다"라고 웃은 뒤 "팀에서 가장 잘해주고 있는 선수니까 싸박을 띄워줘야 한다"라며 싸박의 득점 행진이 팀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하프타임에는 수원종합운동장에도 'SEÚL'이 울려퍼졌다. 콜롬비아에서 온 가족들을 위해 싸박이 구단에 간곡하게 요청했고, 워밍업 플레이리스트가 이미 구성돼있던 수원FC는 경기 전이 아닌 하프타임에 'SEÚL'을 틀어 싸박을 부탁을 들어줬다.

사실 싸박은 올 시즌 한 차례 상승세를 탈 기회를 놓쳤다. K리그1 7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부터 3경기 연속 득점을 한 적이 있는데, 이후 상대 수비가 적극적으로 싸박을 마크하자 11경기 2골로 부진에 빠졌다. 싸박은 경기마다 상대 수비가 거칠게 달라붙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자신의 플레이가 막히면 반칙이 아니냐며 항의하거나 짜증을 냈다. 이때 스트라이커 출신인 김 감독은 싸박에게 '어떤 팀이든 핵심 골잡이를 상대 수비가 붙잡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독려했고, 싸박은 점차 K리그 수비를 이겨내고 자신감을 얻어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그때와 달리 지금은 싸박이 득점왕이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싸박의 득점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럽다. 페널티킥 상황에서도 윌리안과 싸박이 누가 차냐 이야기했다. 개인의 득점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윌리안에게 페널티킥을 지시했다. 싸박이 잘 지켜줘 오늘 멀티골까지 넣은 것 같다. 매 경기 득점해준다면 제일 높은 위치에 가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매 경기 득점하다보니 '더 잘해라, 조금만 하면 득점왕이다' 이런식으로 말하기 조십스럽다. 덩치가 크지만 아기같은 면이 있는 선수다. 지금까지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감독의 세심한 관리는 싸박뿐 아니라 여러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냈다. 올여름 FC서울에서 수원FC로 이적한 윌리안은 매 경기 인터뷰에서 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곤 했다. 이번 경기 후에도 "김은중 감독님은 내가 자신감 있게 축구하도록 도와준다. 운동장에서 실수해도 감독님은 나를 질타하거나 말씀을 강하게 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편"이라며 "서울에 있었을 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이렇게 기회를 주시고 동시에 자신감 있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나도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잘 안될 때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김 감독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싸박 또한 "K리그 적응에는 감독님의 지도가 주효했다. 원래는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은 내게 중앙 타깃 플레이를 주문했다. 그 덕에 빨리 적응하고 많이 득점한 것 같다"라며 자신의 득점 행진에 대한 공을 김 감독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수원FC에서 단단하고 조직적인 축구로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승점을 벌고, 이번 시즌 성적이 부진할 때도 경기력은 좋다는 평가를 받는 등 지금껏 전술적 역량이 많이 부각돼왔다. 하지만 최근 6경기 5승의 폭발적인 상승세에서는 전술만큼이나 선수단 관리 능력에 대한 증언들이 연이어 나온다. 어려운 순간에도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던 김 감독의 세심한 관리와 리더십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 K리그 유튜브 캡처,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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