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시장 투자 안 한 한국, 日∙中∙대만에도 뒤처졌다" [전력망에 막힌 에너지전환]

지난달 14일 방문한 제주시 동제주변환소 제어실. 특수 처리된 유리창 너머로 은색 관들이 보였다. 제주에서 생산한 교류(AC) 전기를 직류(DC)로 바꾼 뒤에 98㎞ 길이의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통해 완도로 보내는 곳이다. 반대로 완도에서 생산돼 HVDC를 타고 들어온 직류 전기도 이곳에서 교류로 변환돼 제주 곳곳에 공급된다.
제주도는 지난 4월에 국내 최초로 일시적 'RE100'(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사용)을 달성했다. 육지와 양방향 송전이 가능한 동제주 변환소가 가동되면서 전력계통의 유연성이 향상된 결과다.
그중에서도 은색 관이 보호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IGBT(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는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 장치다.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이나, 고전압 장거리 송전망에서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직류로 변환해 이동한다. 고성능 IGBT는 고전압·고전류를 신속하게 변환하고 전력·열 손실을 줄인다.
하지만 한국은 전력반도체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제주 변환소에도 2020년 일본 기업 히타치에너지가 인수한 ABB(스웨덴·스위스 합작사)의 IGBT가 쓰였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오늘날 전력반도체는 모든 첨단 기술에 쓰이는 핵심 소자인데, 한국은 과거 전력반도체 연구를 하다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았다"며 "현재 일본은 전 세계에서 선두 그룹이고, 중국과 대만도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했다.
스웨덴, 30년째 차세대 전력반도체 연구 지원

지난 6월 방문한 스톡홀름의 RISE 반도체 클린룸에선 연구원들이 설계부터 제조, 측정까지 전 공정을 진행하면서 전력반도체 소재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개발한 WBG(Wide Band Gap) 소재는 기존의 실리콘(Si) 소재 대비 전력 손실률을 50% 저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냉각 시스템 소형화, 전력 변환 장치 경량화가 가능해 고전압·고효율 시대의 핵심 기술로 평가 받는다. 이미 소형화된 노트북 충전기에 적용됐고,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HVDC 등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RIS의 임장권 WBG 전략기술연구 책임자는 "RISE는 전력반도체 연구에 30년 넘게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이를 통해 현재 3300V를 견딜 수 있는 고전압 전력반도체를 전기차 등 산업 현장에 상용화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부산에 전력반도체센터가 설립되는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허준석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학부에서 전력반도체 전공자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국내엔 이들이 갈 만한 연구소나 기업이 부족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라며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제주·스톡홀름=정은혜 기자, 천권필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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