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구역' 여론조사에 쏟아진 우려..."공론화 결과 뒤집는 것"

홍창빈 기자 2025. 8.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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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행정구역 토론회..."공론화 과정 거쳤는데, 다시 여론조사?"
"여론조사 하더라도 승복하겠나...실효성 떨어지고 혼란"
"공론화 과정, 민주성.정당성 의문...법적 구속력 없지만 필요"
여론조사 20일 시작...이상봉 의장 "질문지 사전 공개...조사결과도 공개"
18일 열린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행정 구역'과 관련한 제주도의회의 토론회에서, 도민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여론조사 반대측은 그동안 도민 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한 내용을 뒤집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여론조사 찬성측은 도민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고, 행정구역은 도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신중한 토론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18일 오후 2시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 △신효은 JIBS 보도취재국 부장 △이남근 제주도의회 의원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좌광일 기초자치단체 도입 도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 "공론화 결과 뒤집으면 안돼...여론조사, 실효성 떨어지고 혼란 부추길 것"

이 자리에서 좌광일 집행위원장은 이번 행정구역 관련 여론조사 실시 계획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3개 기초자치단체 체제가 이미 2023년 도민공론화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안임을 전제하며, "도민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때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면서 "그런데 공론화 과정이 다 끝난 후에야 뒤늦게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고 발목을 잡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안 발의를 통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김한규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에서 제주도 자체적으로 행정구역 논란에 대해 정리를 해야 주민투표 실시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것과 관련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행정구역을 2개로 할지, 3개로 할지 입장을 정리하라는 것"이라며 "주민투표의 선결 과제로 행정구역 쟁점 해소를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 이상봉 의장이 여론조사 카드를 꺼낸 것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된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절차적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8일 열린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

좌 집행위원장은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의 과정 없이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여론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의 상황에서 논란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꺼냈을 때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고, 찬반 양쪽 모두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나 김한규 의원 측에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언정 이번 논란을 수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자칫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구역을 2개로 할지, 3개로 할지는 이미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3개 기초단체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뒤늦게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이는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그러다 자칫 도민 공론화 결과를 뒤집기라도 한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도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뿐만 아니라 도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의 위험성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좌 위원장은 "내년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려면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지역 정치권이 조속히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진정 도민을 위하고,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열린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

이남근 의원도 정당이나 소속 상임위원회가 아닌 개별 도의원으로서 입장임을 전제로 "여론조사는 하면 안된다"라면서 "싸움을 말리려다 더 큰 싸움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지만 의결 기구는 아니다. 의회의 의결이 없는 여론조사의 정당성을 누가 인정하겠는가"라며 "또 모바일 기반 조사는 응답자의 특성상 고관여층의 편향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으며, 문항 설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실시하더라도, 권고안대로 3개 구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게 아닌 2개 구역 선호도가 높게 나오면 최악의 결과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 자체가 끝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또 "지금은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거의 불가능하다는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1차로 기초자치단체 부활 여부에 대해 진행하고, 이후 행정구역을 논의해 2030년 설치를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 같은 법정 절차를 따져보면, 올해 12월까지 광역의원 정수 감축과 기초의원 획정을 마쳐야 한다"며 "지난 선거 때 의원 정수 한두 명 줄이는 문제로도 의회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번에는 절반 가까이를 줄여야 하는데, 기간 내 선거구 획정 마무리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신효은 부장은 과거 행정구역과 관련해 실시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질문 문항에 따라 답변에 차이를 보였던 점을 되짚으며, 과거 제주도의회의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와 같이 사전에 조사 문항 공개를 통해 도민들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 부장은 "이번 여론조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 여론조사가 실시된다는 것을 도민들이 잘 알고 계셔야 할 것"이라며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이 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도민들이 미리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여론조사 진행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론화 과정, 민주성.정당성 의문...법적 구속력 없지만 여론조사 필요"

반면 김종현 대표는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이고 정당하게 이루어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여론조사 실시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 대표는 "2023년도에 오영훈 지사는 도의회 발언에서 경쟁 가능한 구도여야 된다라고 하는 말로 2개 권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라며 "지역의 4개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했는데, 2개 구역안의 63%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2개 안을 제척했다"며 절차가 민주적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도민 800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300여명에 대한 공론조사에서 구역안에 대한 입장이 갈렸는데,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를 택했다"라며 "도지사의 자문기구의 결정과 도민의 공감대가 엇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여론조사가 법적 구속력은 당연히 없고, 제주도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이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필요한 과정(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8일 열린 제주형 행정구역 개편안 도민 토론회에서 이상봉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행정구역안 도의회 여론조사는?

한편 제주도의회가 주관하는 행정구역 관련 도민 여론조사가 오는 20일부터 실시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정부가 주민투표 실시의 선결과제로 제시한 '행정구역 논란에 대한 쟁점 해소'와 관련해 도민들의 의견을 파악한 후 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오는 20일부터 18세 이상 제주도민 1500명 내외를 대상으로 유선전화 RDD(20%)와 모바일 웹조사(80%) 방식으로 진행된다.

질문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한 '3개 체제(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와 김한규 국회의원이 별도 법안 발의를 통해 제시한 '2개 체제(제주시, 서귀포시)' 2개 안을 놓고 묻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봉 의장은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중립적인 문항을 활용해 도민 인식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여론조사 문구를 내일 공개한 이후 진행하고, 그 결과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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