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과, 그러나 검사장 회고록엔 왜곡만 남았다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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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지검 현관문 |
| ⓒ 연합뉴스 |
이러한 행태는 '털면 나오기 마련'이라는 반인권적 수사 관행과 기소권마저 독점한 데 따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기에 가능하다. 그런 검찰이 2002년 '충청리뷰 사태'에 대해 '잘못된 수사였음'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5개월 만에 이뤄진 사과
2003년 2월, 청주검찰은 '청주검찰 공권력 규탄 도민대책위원회'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혀왔다. 2002년 9월 중순, '법화-그 깊은 상처'라는 제목의 검찰 비판 보도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마침 앞서 열린 청주지법 1심 재판 결과는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은 김정기 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석위 대표는 업무상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철거업체로부터 받은 3000만 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언론사 대표와 대학 총장의 커넥션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은 결국 한 편의 코미디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2월들어 서영제 검사장은 <충청리뷰>와 범도민대책위측에 비공식 사과의사를 밝혔고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회동이 이뤄졌다. 당시 서 검사장은 "주임검사가 혐의점이 뚜렷하다고 보고하는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역 여러분들께 부담을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충청리뷰>는 검찰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고 사상 초유의 청주 검찰사태는 마무리됐다. 편파·보복수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태에서..."(2012. 9. <충청리뷰> 창간기념호, '2002년 검찰사태, 10년을 회고한다' 기사 중)
이날 회동에는 검찰 측에서 서영제 검사장과 차장검사, 여러 직급의 검사들이 참석했다. <충청리뷰>와 대책위를 대표해서는 김영회 <충청리뷰> 고문과 강태재 전 참여연대 회장 등이 자리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강경필 부장검사와 담당 검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청주지검과의 회동을 주선했던 강태재 전 회장은 강경필 부장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곤란하다는 검사장의 양해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수사 정당성의 상실과 정권 교체기
그렇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과할 줄 모르는 검찰이 왜 <충청리뷰>와 공권력 규탄 도민대책위에 사과했을까? 이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
한 가지는 더 이상 수사 정당성을 담보할 만한 수사 동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청주검찰은 처음 <충청리뷰>에 대해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으나, 수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광범위하게 벌인 광고주 수사에서 어떤 혐의점도 찾지 못했고, 무혐의 결론이 난 윤석위 대표 사건을 확대하여 언론사 대표와 대학 총장 사이의 부패 커넥션을 엮으려 했지만, 부실 수사로 드러나면서 더 이상 수사 동력을 이어갈 대상과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둘째, 정권 교체를 앞두고 검찰 인사가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검찰 조직 특유의 촉에 비추어 시민사회단체와의 빠른 갈등 봉합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2003년 2월은 친시민사회단체 성향이 뚜렷한 노무현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과 시민사회단체는 '충청리뷰 사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이는 서영제 검사장에게 부담이었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서 "대선에서 시민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은) 나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죽하면 옷을 벗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놓을 만큼, 그에게 이 갈등은 중대한 고비였다.
어쨌든 서 검사장은 노무현 정부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놀라운 파격 인사였다. 시민단체와의 화해가 서울중앙지검장 여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칫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를 장애물을 걷어내는 데 효과를 봤음은 틀림없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서영제 청주검찰이 사과하게 된 동기 중 곧 있을 노무현 정부의 검찰 인사라는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영제 검사장의 회고록과 태도의 변화
그러나 서영제 전 청주지검 검사장은 검찰을 떠난 후 2015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주임검사가 혐의점이 분명하다고 보고하는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죄송하다"고 했던 사과 사실은 사라지고, 대신 수사 당시 검찰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첩보에 의해 수사했고, 혐의가 있어 언론사주와 대학 총장을 구속했는데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언론탄압으로 몰아갔다고 되뇌었다. 수사 결과가 무죄였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무엇보다 그는 사태의 발단이었던 표적 수사 및 보복 수사 논란을 일체 언급조차 안 했다. 대신 "언론사 대표를 구속하니 시민단체들이 언론탄압이라 항의하는데 언론사주는 잘못을 해도 그냥 놔두라는 거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하며, 진실을 호도했다. 이는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 수사 논란은 감추고,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잘못한 언론 사주를 봐주라'는 억지 떼쓰기로 치환한 왜곡이자 폄훼에 불과하다.
그는 또한 검찰의 보복 수사 의혹을 피하기 위해, 대학 총장마저 희생양으로 삼아 구속한 것을 질타한 <한겨레> 신문의 '청주지검 왜 이러나'란 사설마저 자기 주장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그는 "서울의 H신문이 사설까지 쓰면서 청주지검이 언론탄압을 한다고 앞장서서 공격에 나섰고, 청주지역의 시민단체들도 기회를 놓칠세라 검찰청 앞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설은 충북 지역 38개 시민단체가 대책위를 결성해 검찰의 보복 수사 중단을 요구하라는 내용으로, 수사 시점, 광고주 수사, 윤석위 대표의 구속 사유 등을 살펴볼 때 보복수사의 의혹이 짙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윤석위 대표의 건설 회사가 참여한 서원대 도서관 공사와 관련해 김정기 총장을 구속한 것은 <충청리뷰>에 대한 보복수사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영제 전 검사장의 이런 주장은 그릇된 전제로 만들어진 오류이자 음해이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타당한 논리 구조를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정확한 전제가 필요하다. 서 검사장의 논리는 언론 사주를 구속하니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론사주를 봐주라는 떼쓰기에 불과하다'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서영제 전 검사장은 정확해야 할 전제를 고의로 빼버리면서 결론을 뒤집었다. 그가 빼버린 전제는 바로 '비판 보도에 대한 보복 수사 논란'이다. 이 전제가 바탕이 되어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의 수사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했고, '청주검찰 왜 이러나'라는 사설 또한 이 전제를 기반으로 비판했다. 그럼에도 서영제 검사장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떼쓰기'로, 언론의 사설을 '무분별한 공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충청리뷰 검찰 사태는 부적절한 명제나 의도된 전제로 오도되어선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학연 코리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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