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조작 세금도둑', 왜 공개 못 하나
[하승수 기자]
|
|
| ▲ 국민권익위원회 유철환 위원장이 2024년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 점검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지난해 6월 10일에 착수한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실태 점검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 과정에서 자료공개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지출구조조정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에게 '공개하는 데 문제가 있나'라고 물었다. 예산실장이 '없다'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럼 공개하는 걸로 하자'라고 정리했다.
세금도둑질 리스트조차 공개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대로 지출구조조정 리스트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예산 관련 정보공개와 관련된 다른 이슈들도 짚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세금도둑질이 드러났는데도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출장과 관련해서 항공료 조작 등의 수법으로 세금도둑질이 벌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그 내역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사안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충격적인 실태 점검 내용을 발표했다. 여러 지방의회에서 국외출장을 가면서 항공료를 조작해서 세금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그 수법을 보면, 기가 찰 지경이다.
어떤 지방의회는 비즈니스 등급의 항공권을 발권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금액을 청구한 후에, 항공권을 취소하고 이코노미 항공권을 다시 발권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차액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지방의회는 항공권의 항공료 부분을 변조하여 실제 금액과 다른 금액을 항공권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항공료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빼돌린 예산만 18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 내용이었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어느 지방의회에서 얼마의 세금도둑질이 일어났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자료를 비공개했다.
그래서 시민단체(전국예산감시네트워크와 세금도둑잡아라) 차원에서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필자가 소송 대리를 맡고 있다.
항공료 조작 지방의회, 최소 87개
그런데 행정소송 과정에서 몇 개 정도의 지방의회에서 항공료 조작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원에 제출한 서증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의뢰를 한 내역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내역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어느 경찰서와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는지가 나와 있었다. 수사의뢰된 곳의 지방의회에서 항공료 조작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려 87개에 달한다. 최소 87개의 지방의회에서 항공료 조작을 통한 세금도둑질이 벌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최소'라는 단서를 붙이는 이유는 시·도 경찰청 1곳에만 수사의뢰를 한 경우, 그 시·도의회 뿐만이 아니라 그 시·도 내에 있는 기초지방의회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
| ▲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 |
| ⓒ 하승수 |
이처럼 심각한 세금도둑질이 벌어졌고 이미 여러 군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신들이 조사한 '지방의회별 항공료 조작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느 지방의회에서 얼마의 항공료 조작이 이뤄졌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항공료 조작 세금도둑질에 관한 내용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자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근거없이 발표하고 수사의뢰를 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권자인 국민들로서는 알아야 할 정보다. 만약 억울한 지방의회가 있다면, 주민들에게 자료를 공개하고 항변을 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심각한 세금도둑질 혐의에 대해 '쉬쉬'하는 건 심각한 문제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회별로 항공료 조작을 통해서 얼마의 세금도둑질이 이뤄졌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보면서 드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여러 곳의 지방의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항공료 조작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한편으론 '지방의회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방법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유되고 전파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지방의회에서 이런 세금도둑질이 일어났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건은 개별 경찰서나 경찰청에만 수사를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챙기고, 일관되고 신속하며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하준 "성장 담론은 박정희 프레임...주주자본주의 말려들면 안 돼"
- 마음이 '안심'되는 마을...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 조국이 넘어야 할 세 가지 벽
- "이 정도로"... 장애 아이를 둔 엄마가 가장 듣기 싫었던 말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2년, '글로소득'으로 해외여행갔습니다
- 조합장 35억원 써서 골드바 뿌렸는데...농협중앙회는 '직무유기'
- 짜장면 아니고, 보물 품고 있는 절 이름입니다
- 국방부, 각 군에 '리박스쿨 교재' 의혹 진중문고 폐기 지시
- 박정훈에 '외압 느끼나?' 말했다는 유재은, 침묵 속 특검 첫 출석
- 내일 9시 30분 한덕수 전 총리 두번째 특검 소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