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작업만이 사람을 살린다"
[김승기, 김도현, 하가인 기자]
"한 명이 할 일을 왜 두 명을 쓰냐." 그 한마디가 또다시 사람을 죽였다. 일을 하는 한 명과 지켜보는 한 명. 위험 앞에서 반드시 두 명이어야 할 자리에 끝내 혼자 내몰린 노동자는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일터에서 사람을 살리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도, 제빵공장의 반죽기 앞에서도, 태안화력의 김용균 역시 혼자였다. 혼자였다는 공통점이 곧 죽음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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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김충현 노동자의 영정 사진. |
| ⓒ 故 김충현 대책위 |
그러나 이 단순한 진실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왜 또다시 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지, 답을 찾기 위해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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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화력발전소 기계공작실 기계 설비. |
| ⓒ 故 김충현 대책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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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5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노동자의 중대재해 관련 속보. |
| ⓒ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알림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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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김충현 노동자가 재해 당일 작성한 TBM(작업 전 안전회의) 일지 문서. 작업 전 TBM 회의도, 실제 작업도 그는 항상 '홀로' 수행했다. |
| ⓒ 故 김충현 대책위 |
왜 그는 '혼자'였나
원청→1차 하청→2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안전인력과 교육시간, 그리고 유휴 인력(대기 인력)이다. 위험은 외주로 내려가지만, 위험을 통제할 권한과 예산은 위에 남는다. "작업은 돌아가는데 사고만 없으면 된다"는 얄팍한 목표는 현장에서 TBM을 단순한 문서 양식으로 축소시키고, '2인 1조' 원칙을 "인력 여건상 곤란하다"는 말로 대체해 버린다. 그 사이에서 책임은 점점 더 쪼개지고, 막상 사고가 터지면 누구도 '최종 책임자'로 남지 않는다. 결국 '혼자'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발전 산업은 2000년대 초 민영화 논의와 함께 분리·경쟁 체제를 도입하면서 조직과 계약을 잘게 쪼갰다. 그다음 단계는 외주화의 일상화였다. 위험 공정의 상시 정비 작업은 계약서 속 단가와 인원표로 환원됐고, 계약이 갱신될 때마다 가장 먼저 깎이는 게 교육과 안전, 다음이 인력이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 정도 작업은 한 명도 가능하다"는 판단은 쉬웠고, "두 명이 붙어야 할 이유"는 서류에서 자꾸 지워졌다.
지난 8일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성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언론팀장은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 속에서 원청은 책임을 피하고, 하청은 위험을 떠넘깁니다.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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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8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와 시민들이 투쟁하고 있다. |
| ⓒ 故 김충현 대책위 |
고 김충현 대책위는 다음 네 가지 요구를 중심으로 사고 이후 대응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첫째, 유족과 노조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공식 사과와 배상을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했다. 둘째, 한전KPS 하청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통해 정규직화하고,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사항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셋째, '2인 1조' 원칙의 법제화와 함께 인력 충원을 요구하면서, 발전소 폐쇄를 방패삼아 인력을 줄이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넷째, 발전소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총고용 보장,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 실행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피해자의 이름으로 출발한 논의가 "전형적 로드맵 발표에 머물지 않도록", 실행과 점검을 현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태성 언론팀장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당연히 지켜야 할 안전조치를 왜 늘 누군가가 죽은 뒤에야 하겠다고 하는지, 이 사회의 무책임함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죽음이 있어야만 제도가 바뀌는 구조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왜 '2인 1조'가 '현장'에서 무너지는가
현장에서 '2인 1조' 원칙이 무너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력이 곧 비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인력은 비용이고, 비용은 경쟁력의 적"이라는 논리는 TBM 작성이나 위험 점검, 감독자 상주 같은 안전 절차를 시간 낭비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결과 서류는 남아 있어도 배치는 줄고, 장치는 해제되고, 결국 사람이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된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도 '2인 1조'는 원칙으로만 존재할 뿐, 함께할 동료가 배치되지 않았다. 안전 인력이 최소한으로만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 명이 모든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일부 제조업·건설업 현장 역시 하청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안전 인력을 붙이기 어렵고, 따라서 '2인 1조' 규정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런 구조적 압박은 죽음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위험 작업에서 '2인 1조' 원칙이 무시되고, 비상정지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건이 겹치면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된 것이다. 김용균 사건 이후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비극이 다시 일어났다.
비용의 언어는 인력 감축을 경쟁력으로 바꾸지만, 생명의 언어는 다르게 말한다. 두 사람이 함께한 10분은 낭비가 아니라 그날의 전부를 지키는 최소 단위다. 절차를 멈추는 시간은 다음 날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결국 어떤 언어를 예산서에 적느냐가, 누가 다음 날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가른다.
고 김충현 대책위는 "안전 인력을 줄이는 건 비용을 절감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2인 1조 의무화의 현장 집행 ▲위험 작업 시 원청의 직접 책임 ▲하청 구조 개선 같은 대책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성 언론팀장도 현장이 매일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대책이 늦어질수록 또 다른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죽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도 당장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노동자의 안전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의 발언을 짓누르는 조직적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한다. 대책위는 "노동자의 안전 확보는 개인 투쟁이 아니라 제도 구조를 바꾸는 집단적 과제"라 강조하며, '2인 1조' 의무화와 함께 정치·산업적 압박 환경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차단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제안하는 '최소 조건'
대책위와 노동계가 "지금 당장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핵심 요구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무엇보다 위험 작업에서 '2인 1조 근무 원칙'이 선언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한다. 감독자를 상주시켜 안전 점검 절차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감독자가 부재하거나 TBM 절차가 형식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희생을 막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총고용 보장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됐다. 이태성 언론팀장은 "발전 분야 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발전소 내 필수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은 여전히 약 30%만 전환됐다"며, 경상정비·환경설비 운전·경비·청소·식당 같은 핵심 업무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김충현 대책위는 "말이 아니라 배치, 선언이 아니라 예산"을 강조하며, 이러한 요구들이 전시적인 로드맵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제도 개혁의 출발점이 결국 단순하다고 말한다. 두 사람을 붙이는 것, 즉 '2인 1조 작업'을 현장에서 실제로 집행하는 것. 그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고 못 박는다.
김용균 이후 7년, 제도는 생겼지만
김용균 사건 이후 일부 제도가 생겼으나, 현장의 노동자는 여전히 혼자였다. 결국 제도를 살아 있는 장치로 만들려면 배치와 예산, 처벌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결론이다.
이태성 대책위 언론팀장은 "우리는 5년 전 김용균 동지를 잃고도 여전히 같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때 다짐했던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게 하자'는 약속은 결국 공허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다 해도 현장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2인 1조' 원칙이 보장되지 않는 전환은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지금처럼 책임을 피한다면 또 다른 이름이 명단에 오를 것이고, 우리는 그 이름 앞에서 또다시 울부짖어야 하는 사회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이름이 생기지 않게"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말한다. "명단에 새 이름이 추가되는 비극은 이제 끝나야 한다."
이태성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언론팀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더 이상 같은 죽음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호소했다.
"2인 1조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더 이상 사람이 죽어야 바뀌는 사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제도와 현장의 실제 배치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제는 분명하다. '2인 1조'는 구호가 아니라 생명선이다. 현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다면, 사고는 멈출 수 있고 목숨은 지켜질 수 있다. '2인 1조' 작업만이 사람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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