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이제 그만
[김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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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2호기 (도쿄 교도) 지난 2011년 3월 15일 오전 8시께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일본 교도통신, NHK 방송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0월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 2호기. |
| ⓒ 연합뉴스 |
원자로가 터지는 건 막았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핵 오염수는 남았다. 이 오염수는 지금도 늘고 있다. 원전 부지에 아직도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되고, 사고 이후 원자로 내부 핵연료 잔해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 중이다. 하루 약 90~130톤의 오염수가 새롭게 발생한다. 유일한 핵무기 피해국인 일본에게 핵 오염수 처리는 국격(國格)을 가늠하는 시험대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최악의 결정을 하고 말았다.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처리 방안이 있었다. 이 중에서 최적의 선택지는 사실 나와 있었다. 자연 붕괴되도록 육상에 장기 저장하면서 트리튬 제거 설비를 구축하고 농축분은 고형화, 격리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모범 답안이었고 사회적 저항도 적은 길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부담이 되더라도 순리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단기간, 저비용'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핵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는 쉽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결정을 하고 말았다.
일본정부는 충분히 희석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바다에 버리면 어차피 바닷물과 섞여 희석되기 마련이다. 희석해서 버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방사능 물질 총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 의해 처리되었으니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오염수가 향하는 곳은 인간이 아니라 해양이다. 해양은 복잡한 생태계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해서 바다에 해롭지 않다고 하는 건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아닌가 말이다.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현재 자연환경에 있는 삼중수소 대부분은 핵무기 보유국이 행한 대기권 핵실험의 잔존물이거나 핵발전소와 재처리공장에서 배출된 환경오염 물질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해양 배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원전 중 '사고로'에서 해양 방출을 하는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밖에 없다. 핵연료에 접촉한 물은 절대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핵연료에 접촉되지 않은 온배수만 바다나 하천에 흘려보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원자로 3개가 붕괴돼 연료봉이 녹아내려 밑바닥에 붙어 있다.
일본정부는 핵 오염수 해양방류 같은 중차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여론 수렴조차도 등한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치 이하 안정성 검증'이라는 보고서를 방패 삼아 밀어 붙였다. 당시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도 이에 동조했으니 한심한 일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검증기관이 아니다. 검증을 한다면 핵 비확산 분야에 한정된다. 국제협력과 기술지원, 기준설정, 감시활동을 하는 기구다.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는데 일본정부는 우겼다. 이는 오랫동안 견제를 받지 않아왔던 자민당 독재가 빚어낸 절차적 민주주의의 파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1일까지 13번째 핵 오염수 방류가 진행되었고 약 7800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갔다. 2023년 8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10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었다. 앞으로 30년 간 100만 톤 이상 더 방류될 계획이라고 한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오염수 상태를 보면, 그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말 심각한 건 핵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화뇌동했던 윤석열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나마 경각심을 잃지 않았던 중국도 얼마 전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 단체였다. 핵 위협 상황을 경고하고 평화를 강조하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나라에서 인접국의 바다에 핵 오염수를 투기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지 70여 일이 지났다.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더 이상 시민단체만으로는 힘이 부친다. 국가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마침 오는 23일~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분명하게 요구하길 바란다. 세상에 이미 늦어버린 건 없다. 잘못되었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바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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