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지나면 일할 사람이 없다? 육아 단축근무제는 죄가 없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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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48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들이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8.17 |
| ⓒ 연합뉴스 |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위한 시기별 휴가제도가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에서 육아시간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위해 육아 단축근무제를 2019년 2월 도입했다. 현재 만 9세 자녀까지, 36개월 동안 하루 2시간 이내 육아시간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만족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이 제도와 활용 실태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공단지부 오종헌 위원장을 만나 설명을 들어보았다.
제도는 좋은데... 오후 4시 지나면 일할 사람이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육아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매일 2시간의 육아시간을 보장하고 있는데, 급여 차이 없이 노동자들에게 보장되는 제도다. 노동시간 단축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많지만, 국민연금공단 노동자들은 현실적 제약이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가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아이들을 봐주지 않고 보통 오후 4시쯤이면 어린이집에서도 데려가야 하니까" 육아기 단축 근무제가 특히 노동자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또한, 공단에서 실시하는 유연근무제는 사용 시 별도의 조건이나 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제도에는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육아 단축근무제 노동자들은 오후 4시가 되면 퇴근하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남아서 동료 노동자들의 일까지 해야 한다. 국민연금 본부와 전국의 지사에는 오후 4시 이후에도 문의하는 시민들이 있고 오후 4시가 됐다고 해서 방문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데,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다 감당해야 하기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왜 나만 이렇게 남아 있나?' 하는 것이에요. 그분들은 이런 제도가 생기기 전에 이미 육아를 마쳤고 이제 50대가 넘었는데 '나는 혜택은 못 받고 희생해야 하나' 하는 불만을 표하는 거죠." 3급 이상의 관리자들 역시 같은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노동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이 생겨서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는 인력 감축 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았던 것 역시 큰 문제라고 오 위원장은 말한다. 윤석열 정부 때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2023년 2월에 결정해서 반영했는데, 그때 정원 152명이 감축됐다는 것.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정운용·인력운용을 방만하게 지속했다며, 조직·인력 슬림화 및 정원 감축, 예산 삭감 및 보수체계 개편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발표해 2023년부터 시행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전국에서 13개 센터를 폐쇄하기까지 했다.
이미 현장에 사람이 부족한데 정원이 더 줄어든 셈이다. 정부에서 육아 단축근무제 같은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정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 보니 노동자 간의 갈등이 계속 쌓이는 상태가 돼 버렸다.
노동자들은 찬성과 반대로 입장이 크게 나뉘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이므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지만 오후 시간에 일을 맡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사람이 부족한데 이렇게는 지속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내버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윤 정부의 혁신 가이드라인 기조가 예산과 정원 축소였기 때문에 취지가 좋은 육아 단축근무제가 전혀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밀하게 현장에 대해 살피지 않은 채 제도는 열어놓고 현장에서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둔 셈이 됐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시행하는 여러 유연근무제도나 휴가제는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시간 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력을 감축했기에 그 제도를 온전히 시행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지 못하거나 일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는 어떻게 해결하고 추진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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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관련 카드뉴스 중 일부. |
| ⓒ 고용노동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유청희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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