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채이자 연 30조원…커지는 확장재정의 무게
국가부채 늘면서 총지출 4% 이상이 이자 비용으로
재정 건전성 유념하며 성장 잠재력 투자 집중해야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재정 건전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투입은 당장의 경기 대응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채 이자비용만 보더라도 2020년 18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2000억원까지 불어나 4년간 연평균 13%씩 늘어났다. 급기야 올해는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총지출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3%대 초반에서 4%대 중반으로 치솟아 재정 운용을 압박하고 있다.
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규모로 발행했던 국채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올해 94조원, 내년 98조원 규모의 국채가 만기를 맞는다. 향후 수년간 매년 100조원 안팎의 차환 발행이 채권 시장에 쏟아지며 금리 상승 압력과 이자 부담을 키울 것이다. 여기에 세입·세출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끌어다 쓴 단기 자금이 올해 1~7월에만 114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렇게 정부 재정이 쪼들리면서 적자(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4%를 넘어서며 재정준칙(3%)을 훌쩍 넘어섰다.
국가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40%는 ‘인위적 족쇄’라며 확장 재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5년 만에 국가부채가 4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최근 정부는 13조원 규모의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에 나섰다. 여권에서는 “추가 발행 가능성도 닫혀 있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데,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될 변수다.
여기에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기준까지 완화해 대규모 사업 추진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지역균형발전이나 물가 상승을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선심성 사업 남발로 이어질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차 없는 도로, 고추 말리는 공항’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 210조원의 절반 이상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세수 부진이 3년째 이어지고 단기 차입까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이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재정 건전성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확장 재정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려면 재정의 선순환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모성 지출을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성장 산업을 발굴해 세입 기반을 넓히는 정책적 노력도 필수적이다. ‘빌려 쓰는 씨앗’이 마중물이 될지, 재정 상황만 악화시킬지는 정부의 책임 있는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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