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메일을 5년이나 보관하게 만든 특별한 답장
[김은미 기자]
책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2025년 6월 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슬아 작가를 우리 도서관 북토크 작가로 섭외하기 위해 두 번 시도했다가 모두 거절 연락을 받은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슬아 작가를 좋아하고 심지어 존경까지 한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
2020년, 소도시의 면 단위 마을 공공도서관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매월 한 명의 작가를 초청해 인문학 강연회와 북토크를 열었다. 중소도시 작은 규모의 도서관에서 매월 유명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나 적은 예산, 작은 규모의 강연장, 지역적 취약성 때문에 강사를 섭외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에 비해 섭외 성공률이 높았던 이유는 청탁 메일 쓰기에 엄청난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메일 한 통을 쓰는데 반나절이 꼬박 걸리기도 했다. 물론 수많은 거절 메일도 받았다. 성사되지 못한 북토크는 강연료가 조율되지 못해서였던 이유가 대부분이었지만, 작가님들의 일정과 거리의 문제로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
|
| ▲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
| ⓒ 이야기장수 |
보통 거절 메일을 받으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한동안 상심하고 아쉬움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슬아 작가의 헤엄출판사 관계자 분이 쓰신 갈 수 없어 죄송하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메일을 읽는 내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이토록 정중하고 솔직하면서 합당한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 메일은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받은 메일은 한 문장 한 문장 다 이해가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메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소모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이야기를 잘 간직해서 텍스트로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는 이 작가의 소신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로서의 욕심 때문에 작가의 집필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랜선을 통해 전달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편지라고 할지라도 때로는 그 편지로 인해 마음에 환하게 둥근 달이 뜨기도 한다는 것을 실제로 여러 번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아 작가가 주장하는 '이메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의심 없이 믿는다. 그리고 진작 이 책이 나왔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즐겁고 윤택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유일무이한 업무 활용 가이드인 동시에 직장인 맞춤형 자기 계발서라고 말하고 싶다.
이메일의 효용
업무를 하면서 이메일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즉각 답변을 받아야 할 때 혹은 여러 명과 정보를 빠르게 공유해야 할 때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지만, 보다 정중하면서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이메일을 사용하곤 한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이메일의 좋은 점은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이다.
이메일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상대방한테 시간을 벌어준다는 거예요. 차분하게 업무 내용을 숙지할 시간. 정돈된 답장을 쓸 시간. 카톡보다 문자보다 전화보다 덜 즉각적이니까.(28쪽)
또한 이슬아 작가가 알려준 이메일 제목 쓰기의 기술은 매우 유용한 팁이다. 나 역시 메일을 쓴 목적을 메일 제목에 정확히 명시해 쓰는 편이다. 스팸으로 인식되어 삭제되지 않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작가님을 우리 도서관 북토크 강연자로 초청하고 싶어서 메일을 씁니다' '최종 확정된 강연료를 안내해 해드리기 위해서 메일을 씁니다'와 같이 제목을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좋은 제목을 쓰려면 역시 읽는 자를 좀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신자를 알려고 노력하는 게 먼저다. 상대의 빛나는 면을 관찰하는 동안, 그에게 받은 아무리 작은 것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기억하는 동안, 한 끗이 다른 제목은 이미 쓰이고 있다. 내가 아닌 상대에게 쓸 때만 그 진가를 발휘하는 특별 호명술의 본질을 잊지 말도록 하자.(85쪽)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에는 출판사 '이야기 장수' 이연실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편집자로서의 탁월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이연실 편집자가 펴내는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고 출판계를 들썩이게 하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프로 편집자이면서 프로 치어리더인 사람'이기에 많은 작가들이 그와 작업하기를 그토록 꿈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크게 나누고 깊이 음미하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기까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편집자로서의 길에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에게도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만큼의 우환들이 있다는 것을. 그는 단지 또 다른 희소식을 만드는 쪽으로 자기 몸을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크게 나누고 깊이 음미한다. 어떤 희소식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아는 이들은 그렇게 한다. (121쪽)
내가 이슬아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돈 얘기를 할 때 당당하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에 합당한 대가를 명확하게 요구하는 투명한 사람이라서 좋다. 상대의 시간과 노고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돈 외의 소중한 가치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서 더 좋다.
나는 섭외 메일을 쓸 때 첫 메일에 강사료를 정확히 명시한다. 빨간색으로 진하게 표시해서 지급 가능한 최대 금액을 제시한다.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진다 해도 최종 결정에 '돈'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정함이라는 기술은 결국 상대의 시간과 노고를 소중히 여기는 씀씀이다. 그것을 귀히 여길 때 돈 얘기도 구체적으로 쓰인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돈 얘기를 생략하지 말자. 첫 메일에 시원하게 적어버리자.(96쪽)
우리는 돈만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 재미, 의미, 의무 인디 문학, 투쟁, 아름다움 등 돈 외에도 다양하게 소중한 가치를 음미하며 일하곤 한다. (104쪽)
전 국민 이메일 품질 향상을 기대하며
|
|
| ▲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 |
| ⓒ ecees on Unsplash |
나는 이 기술에 '꽃수레 권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싫은 소리를 꽃수레에 담아 건네는 방식. 아름답고 다정한 주먹질. 맞은 상대 입장에서는 분명히 타격감이 있긴 한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어딘가 향긋하고 기분 좋기도 한 그런 펀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212쪽)
인생은 이메일 함에도 있지만 카톡창에도 있다. 그곳은 이메일 함보다 사적이고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장소다. 이메일에서 단련한 사랑과 우정의 기술은 어디 가지 않는다. 고도로 발달한 이메일 작성자는 다른 매체에서도 날아다니기 마련이다. (237쪽)
"이메일이 다른 무엇으로 대체된 세상에서도 우리가 연마한 기술은 유효할 것이다" 이슬아 작가가 책의 서두에서 꺼낸 말이다. 천지가 개벽하여 우주의 기운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할지라도 '글'이라는 형식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는 방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가 직장인들의 필독서로서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사랑의 프로가 이메일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이메일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다.(115쪽)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명품백=뇌물 불기소... 특검+나토목걸이=뇌물?
- "윤석열이 뭐라든가?" "......." 의미심장했던 국힘 의원의 침묵 12초
- "트럼프 반도체 관세는 비논리적... 휴대전화 수출 악영향, 대만 주시해야"
- 짜장면 아니고, 보물 품고 있는 절 이름입니다
- 서울역에서 국민들 눈물바다... '비 내리는 호남선' 대히트 속사정
- 10년째 안 찾아간 파란셔츠, 수선집 할머니의 슬픈 한마디
- "해충인지 익충인지 알 수 없으나"... 서울시 '러브버그' 대응 살펴보니
- [오마이포토2025] 2차 토론회 참석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 홍범도 영화 <독립군> 본 김혜경 여사 "몰입 잘 된다"
- 특검, 내일 김건희·김예성 동시 소환…'집사 게이트' 본격 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