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살아도 괜찮을지 궁금한 당신에게
[윤찬영 기자]
'서울·수도권 밖에서 살아봐도 괜찮을까.'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수도권 대도시를 벗어나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번쯤 이런 물음을 떠올려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된 서울살이에 지친 탓이다. 그러다 보니 '로컬살이'니 '로컬크리에이터'니 하는 말들도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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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한 번은 로컬> 표지 |
| ⓒ 도서출판 마음연결 |
11년을 살아보고 쓴 얇지만 묵직한 책
책은 아담한 크기에 200쪽이 채 안 된다. 11년을 살아보고 쓴 책이라고 하기엔 조금 얇은데, 그 긴 시간 동안 작가가 겪었을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일화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아서 그렇다. 작가는 처음부터 혼자만의 경험들을 그럴듯하게 꾸며 무용담으로 늘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작가는 책을 쓰는 내내 딱 한 가지 물음을 붙들고 답하려 애를 썼다. '왜 생애 한 번은 로컬에서 살아봐야 하는가'가 그것이다. 그가 보기에 로컬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보다 먼저 '왜'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책을 쓴 방경은 대표는 어쩌다 로컬에서 살게 되었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이십 대가 지나도록 서울·수도권 밖에서 살아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는 그는 IT회사의 해외 마케터로 벨기에와 튀르키예에서 4년을 보내게 됐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그 낯선 곳에서 그는 서울에서 느껴본 적 없던 자유를 맛보며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관심이 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자유가 찾아왔다. 예전의 나와는 처음으로 단절되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나도 모르게 주변의 기대나 예상을 의식하며 살아왔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짐을 내려놓은 듯 머리가 가벼워지고 몸도 자연스러워졌다. 처음부터 속해있지 않기에, 어떤 이유에서건 배척될 일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그들의 눈앞에 있는 나로 충분했다." (2장.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의도를 가진, 선택과 자유)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자유로운 이방인의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은 그는 남편과 벨기에에서 태어난 첫째를 데리고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로 떠났다. 뱃속에 둘째가 있어 다들 길어야 한 달쯤 살다 돌아올 거라 했지만, 그는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1년을 살았다. 그래서 둘째의 고향은 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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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쓴 방경은 어반피크닉 대표. |
| ⓒ 방경은 |
그러다 어느 날 두 아이를 데리고 주민자치센터 1층에 새로 생겼다는 '영유아 플라자'에 갔다가 '마을 만들기' 사업이란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중간 지원 조직'이란 곳에 새 일자리도 얻었다. 그 뒤로 그는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 '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들에 두루 참여하였고,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작가는 "로컬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말한다.
"로컬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내가 했던 경험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상상조차, 아니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일을 지금껏 지치지 않고 해오고 있다." (3장. 로컬살이, 지금 시작해볼까)
몇 년 뒤 그는 회사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자꾸 로컬의 여성 청년들이 밟혔다는 그는 그들의 '비빌 언덕'이 돼주기로 마음먹고, '지방 여성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 경험'을 만들어주는 회사 '어반피크닉'을 세웠다.
"주변의 여성 청년들과 나눈 이야기가 창업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지역에서 여성 청년은 가장 취약한 고리였다. 같은 기회가 있다면 '자리를 잡아야 할' 남성 청년에게 먼저 돌아갔다. 알음알음으로 전해진 취업 정보에서 배제되거나, 면접 때면 결혼·임신 계획을 궁금해하는 시선을 받으면 분노하면서도 위축된다고 했다." (3장. 로컬살이, 지금 시작해볼까)
여성 청년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널찍한 공유 공간도 마련했다. 회사에 더해 공간까지 꾸려가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그렇게 만난 여성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거나 창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로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 창업한 그의 회사도 어느새 6년을 버텨냈다. 이젠 로컬 여성 청년을 넘어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업과 정책에 담길 수 있도록 여러 정부 부처들과도 함께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블로그 기자단으로 시작해 중간 지원 조직의 직원을 거쳐, 어엿한 기업의 대표가 된 그는 뭐든 "해봐야 할 수 있다"라고, 또 "두려움 없이 내려놓을 각오, 낯선 로컬이라면 가능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 나는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조직의 부속품으로 오직 이익을 위해 시간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스럽다. 전보다 소득은 적어졌지만, 은퇴나 정년과 상관없이 계속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 나의 경험과 능력이 어떻게 쓰일지, 어떤 필요와 만날지는 또 알 수 없다. 다만, 도전하고 문을 두드려볼 뿐이다." (3장. 로컬살이, 지금 시작해볼까)
토박이가 아니어도, 여기저기 헤매도 괜찮아
책에는 앞으로 서울·수도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게 될 또 다른 방경은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도 담겼다. 틀리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이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생존의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 더 이상 울력으로 농사를 짓고 두레로 협동해야만 살 수 있는 농경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외부의 시각으로 로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더 현실적으로 편안한 로컬살이가 될 수 있다." (3장. 로컬살이, 지금 시작해볼까)
또 그는 책에서 그 자신도 숱하게 길을 잃어봤고, 정신적으로도 헤매고 방황했던 순간들이 있었노라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은 남이 그려준 지도를 보고 정해진 목적지에 도달하는 여정이 아니"라는 점을 믿고, 스스로 지도를 완성해 나가면 된다고 가만히 어깨를 다독인다.
다시, 이 책의 제목은 '생애 한 번은 로컬'이다. 방 작가는 '로컬'은 서울·수도권 밖을 가리키는 여러 표현들 가운데 "다양한 가능성을 말할 때" 쓰는 단어라고 했다. '한 번은'이란 말 뒤엔 '괜찮아'가 숨어있다고도 했다. 그러니 로컬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믿고, 생애 한 번은 괜찮을 도전에 나서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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