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기업도 팔지 않고 ‘보유’ 돌아서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장외 거래소 비트코인 물량이 소진 상황에 처했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월등히 많아서다. 최근 인기 스윙 트레이더 베들럼 캐피털 프레지던트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세계 최고 가상자산 보유 업체 스트래티지가 2025년 들어 18만2391BTC를 장외 거래소를 통해 매입했다”며 “장외 거래소 잔고는 현재 약 15만5000BTC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장외 거래소 물량이 스트래티지 반년 매입량보다도 적게 남아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시장 변동성 위험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2021년 9월 이후 장외 거래소 비트코인 재고는 4년도 안 돼 거의 4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전체 발행 25%를 기업·기관·정부가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장외 거래소 BTC 보유량이 2021년 9월 약 55만BTC에서 현재는 14만5000BTC로 대폭 감소했다. 월평균 이동량은 2023년 4900BTC에서 2025년 3만700BTC로 급증했다. 1회 거래당 평균 크기도 162BTC에서 1000BTC 이상으로 커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비트코인 시장이 개인에서 기관과 기업 주도 장세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기관 매수세가 커지더니 지난해 4분기부터는 아예 기업이 매수를 주도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업과 기관 ‘쌍끌이 수요’로 인해 장외 거래소 비트코인 물량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중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디지털 금’을 넘어 어느덧 ‘기업 금’으로 정체성이 변화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사들이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마라홀딩스, 메타플래닛, 테슬라, 라이엇플랫폼즈 같은 대기업이 비트코인 보유량을 공개하며 이러한 추세를 주도한다. 비트코인이 기업의 장기·전략적 재무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25년 8월 기준, 전 세계 291개 기업·기관·정부가 총 365만개 비트코인을 비축 중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비축 물량의 가파른 성장세다. 7월 이후 비트코인 보유 기업·기관이 16곳이 늘어났고 보유량도 4% 넘게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1년 비축량은 175만개가 늘어 540만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비트코인 총 발행량(2100만BTC)의 26%에 달한다.
가장 활발하게 비트코인을 늘려가는 집단은 기업이다. 218개 기업이 125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전략 재무 자산으로 매입했다. 기업 비트코인 매집량은 최근 3분기 연속 기관을 앞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기업 회계 규정이 암호화폐(코인)의 공정가치를 인정하면서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 기업 매입량이 기관 두 배를 넘어섰다.

ETF 매수 급증…기관 의무 보유 수요↑
비트코인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난 배경도 여기 있다. 세계 굴지 상장 채굴 기업이 채굴한 비트코인을 내다 파는 대신에 비트코인 재무 전략 기업으로 전환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후자가 기업가치 상승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라홀딩스(비트코인 보유 순위 2위), 라이엇플랫폼즈(5위), 클린스파크(9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채굴 기업이 공급하던 장외 거래소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유입세도 공급 부족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기관 거래는 일반 개인 투자자가 그때그때 감정과 판단에 따라 종목을 사고파는 것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블랙록 같은 ETF 제공자는 발행되는 모든 주식에 상응하는 양의 실제 비트코인 현물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ETF로 더 많은 돈이 유입될수록, 장외 거래소에서 기관이 그만큼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하는 구조적인 수요 메커니즘인 셈. 이는 수요 성격을 일시적에서 영구적으로 변화시켜 장외 거래소 물량 고갈을 불러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코인 거래소는 크게 ‘장내 거래소’와 ‘장외 거래소’로 나눌 수 있다. 큰손들은 대량 거래 시 가격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내 거래소가 아닌 장외 거래소(OTC·Over-The-Counter)를 이용한다. OTC 마켓 특성상 대부분 국경을 초월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국인 중국이 가장 큰 공급원이다. 2021년 중국이 코인 채굴과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며 국내 거래가 막히자, 대부분 중국 채굴업자들이 OTC 마켓으로 발길을 옮겼다.
장외 거래소 잔고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스트래티지가 올해 들어 월평균 2만6000BTC, 블랙록 ETF가 월평균 3만5000BTC를 사들였다. 기타 미국 현물 ETF가 3만BTC, 상장 기업 신규 구매가 약 1만8000BTC다. 월평균 매수 총합은 약 10만9000BTC에 달한다. 반면 월간 채굴량은 1만3500개(일 450개 채굴)에 불과하다.
고래들이 매도하지 않는 한 잔고는 언제든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짧게는 6개월, 멀리 봐도 1년 안에 장외 거래소 비트코인 물량은 고갈된다. 큰손들은 할 수 없이 장외 거래소가 아닌 장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1000BTC 이상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지갑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1년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장기 보유자가 전체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장기 보유에 대한 강한 확신, 그리고 매도 물량을 의미하는 지표다. 시장 참여자가 단기·투기적 거래에서 장기·전략적인 투자자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장외에서 장내로 번지는 공급 부족
공급 감소 추세 속 장기 투자 관점 필요
장내 거래소 잔고 역시 많지 않다. 5년 내 최저치다. 바이낸스·코인베이스·업비트 같은 중앙화거래소(CEX) 비트코인 보유량은 지난 3년간 340만개에서 현재 211만BTC 이하로 줄었다. 이렇게 장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물량 역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자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대규모 기관 주문은 시장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는 채워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대 기관과 기업 사이에서 2100만개 비트코인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비트코인 시장은 기업과 기관 지배력에 따라 좌우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 이는 전례 없는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이러한 시장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 쇼크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단기 거래 전략보다는 장기적인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당신의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마세요(Never sell your Bitcoin)”는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가치와 희소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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