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권자여, 국힘에 회초리를 들라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8.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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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대전 서구 배재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7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결과(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6%로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5월 넷째 주 이후 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수층 내 지지율마저 4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진보층이 과표집되는 경향 속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시사한다.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이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인해 진보 과표집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는 보수층의 민심 이반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론조사에 응한 보수층 지지율이 43%다. 이를 전체 보수층으로 확장해 추산하면, 실제로는 보수층의 약 20%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강경 세력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최근 주목받는 전한길 씨는 “반성과 사과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을 사실상 탈당이 아니라 출당시킨 것이며, 그 결과가 대선 패배”라고 주장한다. 이는 대선 패배와 현재의 지지율 추락 원인을 윤 전 대통령 탈당에서 찾는 셈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한 5월 17일 이전부터 이미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4·2 재보선 당시, 전한길 씨가 적극 지원한 데다 국민의힘 전통적 강세 지역인 거제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56% 대 38%로 참패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전부터 이미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 하락 요인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일부 당내 인사가 여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이 ‘여론 속 섬’이 될 위험성이 커졌다. 최근에도 일부 당대표 후보는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계엄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라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입당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식이다.

한편, 현재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러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이미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으며, ‘친명’ 핵심으로 불리는 이춘석 의원마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춘석 의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정권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그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서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권의 ‘불공정’ 이슈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조국 사태’의 상징 인물인 조국 전 대표가 사면되는 등 정권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집중될 만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이 정권에 큰 타격을 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국민의힘에 유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지지율을 잃고 있다. 이는 민주당과 여권이 웬만한 사건에 대해서는 여론의 큰 저항이 없을 것이라 확신하게 만들었다. 여론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그냥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잠시 미국 민주당 사례를 보자.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입국 거부나 관세 협상 같은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고 믿었던 일본은 일본 자동차에 대한 기존 관세 2.5%에 추가로 15%의 관세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난리가 난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FTA 같은 국가 간 협약조차 하루아침에 무력화시킬 만큼 ‘내 마음대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런 비판이 여론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29~33% 수준으로, 최근 30년 내 최저치다. 미국 국민이 민주당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이유는, 트럼프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트럼프를 비판할 만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차기 주자를 키우지도 못하는 전략 부재를 그대로 노출했다. 지금 미국 국민의 뇌리 속에는 민주당 내부 갈등만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미국 국민은 트럼프를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을 대안 세력으로 여기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 사례는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국민의힘은 정권 실책에 대한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진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2021년, 국민의힘 당원들은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가장 젊은 당대표를 선출했고, 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해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러한 선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보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었지만, 지금 계엄에 선을 긋고 ‘찬탄’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들이 아니다. 당적을 옮긴 이들이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튼튼한 진지’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과연 전략적 선택에 선뜻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부재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매우 불건전한 요인이 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야기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민의힘은 의원 개개인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이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을 정신 차리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이 ‘회초리’를 들고 꾸짖는 것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이익이 국민 여론을 섬기는 데 있다는 점을 강제로라도 깨닫게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혼내줄 것이라는 시그널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어야만, 그나마 국민의힘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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