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인지 익충인지 알 수 없으나"... 서울시 '러브버그' 대응 살펴보니
글쓴이는 서울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본 기사를 통해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에 대응하며 겪은 과정과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조해민 기자]
"파리과의 흔하지 않은 곤충."
2022년 7월 5일, 서울시의 첫 번째 러브버그 문서에서 러브버그를 칭한 말입니다. 이 문서는 서울시 감염병관리과가 환경부에 발신한 것으로, 많은 주민들이 민원을 넣는 러브버그를 방제해도 되는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토종인지 외래종인지 알 수 없는", "해충인지 익충인지 특성을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등 표현으로 당시 러브버그가 얼마나 우리에게 낯선 존재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살충제로만 대응하던 서울시는 해를 거듭하며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러브버그의 생태적 역할을 홍보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025년, 돌연 러브버그를 "생활불쾌곤충"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과연 근거있고 논리적인 결정이었을까요? 서울시 러브버그 대응 3년사를 살펴보며 앞으로 서울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보려 합니다.
[ 2022년] 러브버그의 등장과 초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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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공문, 파리과 벌레(러브버그) 방제약품 지원 알림, 2025.07.06 |
| ⓒ 서울특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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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구 도심출현 러브버그 긴급 방역 계획, 2022.07.05 |
| ⓒ 용산구청 |
당시 용산구에서 사용한 농약은 '프로텍 유제(네오니코틴계 화합물)'입니다. 역시 대표적으로 꿀벌에 독성이 있는 농약입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 발생 초기에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로 대응했습니다. 많은 곤충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생태적 고려 없이 해충을 제거하려는 방식이었죠. 그러나 이듬해에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2023년] 전문가의 경고와 대응 변화
2023년 여름, 러브버그는 은평구와 서대문구 외에도 관악구와 동대문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러브버그가 나타난 시기도 전년 대비 2주 가량 앞당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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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버그’ 대량 발생 대비 대응방안 마련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보고 2023.06.21 |
| ⓒ 서울특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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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과 2023년 서울시의 러브버그 민원 답변 비교 |
| ⓒ 조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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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 서울디지털재단 이슈브리프 [SNS 데이터로 본 러브버그, 서울시 자치구별 출몰 현황] |
| ⓒ 서울디지털재단 |
그러나 2023년 5600건이었던 러브버그 민원은 이듬해인 2024년 9296건으로 두 배 가량 증가합니다. 그리고 민원 분포도 서울 전역으로 퍼집니다. 사그라들지 않는 민원, 결국 2025년 2월 서울시 감염병관리과는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계획에서 러브버그는 '생활불쾌곤충'으로 공식적으로 명명됩니다. 통합관리계획에 따르면 '생활불쾌곤충'이란 대량발생하여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대량발생하지 않더라도 시민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곤충입니다.
서울시가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한 주요 국외 사례는 미국환경보호청의 '통합해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사례에서 단지 이름만을 따온 것 같습니다. 취지와 방향성, 체계성에 있어서 서울시 통합관리계획과 미국의 통합해충관리(이하 IPM)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IPM의 원칙은 '심지어 해충이라고 하더라도 살충제는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공존의 영역을 더욱 넓히는 방향입니다. 반대로 서울시의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정책은 해를 끼치지도 않는 곤충을 해충으로 만듭니다. 서울시 통합관리정책의 결과, 죽여도 되는 곤충의 수는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IPM과 서울시의 통합관리계획은 체계성에도 차이가 큽니다.
IPM은 해충에 대해 4단계를 따라 대응합니다. 먼저 대응을 시작할 시점, 그 '기준을 설정'합니다. 해충이 몇 마리 나타났다고 해서 즉시 대응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이상 나타나야 대응할지 임곗값을 정하는 것이죠. 만약 해충이 임곗값을 넘어 발생하면 다음 단계, '모니터링'으로 넘어갑니다. 모니터링 단계를 거치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필요하지 않거나 잘못된 종류의 살충제가 사용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모니터링을 마치면 방제에 돌입할까요? 아닙니다. '예방조치'가 우선입니다. 건물에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하고 곤충이 번식하기 좋은 쓰레기나 과도하게 자란 식물을 제거합니다. 농작물은 해를 끼치는 곤충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는 등 재배 방법을 달리합니다. 예방조치 이후 모니터링을 한번 더 실시합니다. 만약 예방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그때가 되어서야 '방제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때도 포획 등 물리적 방제를 우선합니다.
살충제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물리적 방제를 시행하고 모니터링한 결과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그제서야 살충제를 살포합니다. 이 경우에도 해당 곤충에 표적하는 방식을 우선하고 비특정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지양합니다. IPM은 조심스럽고 체계적입니다. 물리적 방제를 하기 전, 그리고 살충제를 쓰기 전에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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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충과 도시 생태계: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대발생 곤충 공동 대응 전략 학술토론회 유튜브 표지 |
| ⓒ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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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에 설치된 동양하루살이 광원포집기. 유충에서 깨어난 아성충이 강한 빛에 이끌리고, 서로 부딪히다 떨어져 죽는다. |
| ⓒ 조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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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련산에 설치된 광원포집기. 전구 아래 깔때기가 있고 그 아래 검은 망이 있다. 광원포집기는 산 곳곳에 설치됐다. |
| ⓒ 조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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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하루살이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동건 교수는 청색광(푸른빛)에 이끌리는 동양하루살이 접근을 예방하기 위해 뚝도시장에 청색광을 제거한 노란색 전구를 설치했다. 곤충을 죽이지 않고 시민 불편도 줄일 수 있는 연구도 가능하다. |
| ⓒ 조해민 |
서울시 정책은 분명 진일보했습니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 전문가와 협업은 긍정적 변화입니다. 그러나 '생활불쾌곤충'으로 명명해 곤충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을 '불쾌함'에 고정해버리거나, 신중한 접근 없이 물리적 방제에 돌입하는 성급한 대처는 도시 생물다양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할 세계적 흐름에 뒤떨어집니다.
앞으로 러브버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이 도시에서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정책은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니어야 합니다. 원인 분석을 선행하고 체계적인 방법에 기반해 예방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환경연합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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