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2아웃 역전 직관하던 날, 중계방송에는 나가지 않은 장면들 [오늘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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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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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경기 중인 그라운드 사진의 왼쪽 하단을 보면 대기 타석에서 준비 중인 타자가 보인다. |
| ⓒ 김지은 |
생각해 보면 야구장만큼 불편한 곳도 없다. 의자가 빽빽하게 붙어 있어 조금만 몸을 크게 돌려도 옆 사람과 부딪힌다. 통로 자리가 아닌 경우,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지나갈 공간 자체가 없다.
의자의 팔걸이 2개 중 오른쪽 팔걸이만 내 것이다. 그쪽에만 내 음료수를 꽂고 내 팔을 올릴 수 있다. 야구장의 꽃은 먹거리라고 하지만, 먹을 것을 사 와도 놓을 자리가 없다. 테이블 자리가 아닌 일반석에 앉을 땐 사 온 음식을 다리 위에 놓고 먹어야 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뜨거운 피자나 치킨의 열기가 더해져 더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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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가 끝난 후. 수비를 마친 야수들이 더그아웃 앞에서 고생한 투수를 격려하고 있다. |
| ⓒ 김지은 |
그런데, 왜 요즘, 이 더운 여름에 야구장 표를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회원이 아닌 경우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럼에도, 이 더운 여름에 야구장에 가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고, 함께 응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같은 장면에서 환호하고 탄식한다. 큰 소리로 응원하고 그 응원에 힘입어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피곤이 사라지고 힘이 난다. 그럴 때, 아주 잠깐 더위를 잊는다.
그 외 많은 팬이 공감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중계 카메라가 비추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싶어서다. 한참 경기가 진행 중일 때 대기 타석에서 준비 중인 타자가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본다.
더그아웃(그라운드에 나오지 않은 선수나 코치 진들이 대기하며 작전을 구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에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선수들을 본다. 볼보이가 뭘 하는지 본다. 이닝 시작 전 내야수들이 서로 캐치볼 하는 것도 보고, 이닝 중간 상대편 투수가 바뀔 때 내야수끼리 외야수끼리 한 곳에 모여 대화하는 모습을 본다. 무슨 대화를 할지 상상한다.
수비하던 팀이 공격으로 전환할 때, 수비했던 야수들은 더그아웃 앞에서 투수를 기다린다. 투수가 상대 팀에 점수를 주었든, 주지 않았든 간에 고생한 투수에게 수고했다고 어깨나 등을 두드려준 후 함께 들어온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난 2일 롯데와 키움과의 경기가 고척돔에서 있었다. 고작 한 점 차이인데 롯데는 그 한 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양 팀의 투수가 모두 잘해주어 두 팀 다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빠르게 이닝이 바뀌었다. 마지막 공격인 9회 2 아웃 상황. 경기가 끝나기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았는데, 그날 라인업에 없던 전준우 선수가 대타로 나왔다.
'9회 2 아웃에 무슨 대타야.'
나는 기대했다가 실망하기가 싫어 끝나지도 않은 경기를 미리 포기했다. 그때, 대기 타석에서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는 김동혁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날 김동혁 선수는 중간에 교체 선수로 들어와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를 기회가 없었다. 난 김동혁 선수의 팬이라, 김동혁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전준우 선수가 출루하길 바랐다. 전준우 선수가 아웃 되지 않고 출루해야 김동혁 선수에게 기회가 있다.
전준우 선수는 날아오는 타구를 계속 파울로 거둬냈고, 결국 안타를 쳐서 동점을 만들었다. 와, 출루다. 그런데 그다음 선수가 바뀌었다. 김동혁 선수가 아니라 베테랑 김민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왔고 안타를 쳐서 결국 역전했다.
9회 2아웃에 역전이라니.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흐름이 바뀌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 드문 경우가 현실이 되자, 팬들은 모두 흥분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치듯 응원가를 불렀다. 나도 일어나 콩콩 뛰었다. 에어컨이 나오는 돔 구장인데도 더워서 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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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척돔에서 롯데 팬 응원 모습 역전 후 신나서 응원하는 롯데 팬들의 모습 |
| ⓒ 김지은 |
중계 카메라는 주로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장면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궁금해할 만한 장면. 그러나 난 가끔 다른 장면이 궁금하다. 그래서 야구장에 가면 궁금했던 장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한 곳을 보면, 다른 곳은 볼 수 없다. 직관 간 날은 중계진의 시각이 아닌 나의 시각으로 본 경기 장면이 쌓인다.
집에서 중계를 봤다면 역전했다는 단순한 승리감으로 기뻤겠지만, 현장에서 본 덕에 김동혁 선수의 내일을 응원하는 마음, 나도 더 열심히 내 자리를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다음 날, 직관의 기억을 떠올리며 여름에도 야구장에 가는 이유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러고는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기를 무려 10일. 더 놀라운 건 이 기사가 그렇게 오래 퇴고한 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의 야구가 계속되듯 인생도 계속되고 대기 타석에서의 타자의 준비도, 더그아웃에서의 응원도, 불펜에서의 투수 연습도 계속된다. 글을 이렇게 저렇게 고치는 대기 타석의 시간이 길었으나, 결국 타석에 올라와 배트에 공을 맞추는 마음으로 기사를 송고한다. 대기 타석과 타석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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