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은닉’을 ‘공유’로 바꾸는 리더의 기술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2025. 8. 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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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나눌수록 커지는가, 나눌수록 작아지는가.”

정답은 나눌수록 커진다지만 현실에선 교과서 속 진실에 머물러 있기 쉽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애널리틱 서비스가 202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경영진의 97%가 지식 관리와 공유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팀 간 벽은 여전히 높고, 구성원은 노하우를 무기로 움켜쥐며 지식의 흐름을 차단한다. 미국 동영상 학습 플랫폼 Panopto가 YouGov와 함께 실시한 2018년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지식 근로자들은 동료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처음부터 재작업하거나, 정보를 빨리 얻지 못해 기다리는 데 주당 평균 5.3시간을 허비한다고 한다. 조직의 지식 중 무려 42%가 특정 개인에게만 존재하며, 정보 단절로 인해 응답자의 81%가 좌절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로 인한 미국 대기업의 연간 생산성 손실은 약 4700만달러에 이른다. 이 수치는 지식이 흐르지 않으면 ‘시간·돈·사기(士氣)’의 세 축 모두에서 심각한 누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과 팀이 지식을 “Share-it-all”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Q. AI 시대에 정보는 차고 넘친다. 키워드만 쳐도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인데 조직 내 지식 공유가 여전히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코치: 많은 사람들이 “정보가 많아졌으니 자연히 지식도 많아졌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보는 넘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지식은 별개 차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문서에 남지 않는 암묵지다. 예컨대, 고객의 표정에서 니즈를 읽어내는 직관이나 프로젝트 실패의 본질을 꿰뚫는 경험은 AI가 수집한 수치로는 파악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AI 프로젝트 도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첨단 시스템이나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조직에 확장하는 과정에서 협업 부족”임을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같은 ‘지식’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단계에 따라 데이터(Data) → 정보(Information) → 지식(Knowledge) → 지혜(Wisdom)로 구분된다. 데이터 시대일수록, 3~4단계 지식과 지혜가 없으면 실제 적용도, 조직 움직임도 정체된다.

Q. 지식 종류에 따라 조직 차원에서 공유 방식을 어떻게 달리해야 하는가?

김 코치: 지식은 종류에 따라 형식지, 암묵지, 절차지, 전략지 4가지로 나뉜다. 형식지는 문서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지식이다. 업무 매뉴얼, 회의록, 데이터 분석표처럼 누구든지 읽고 따라할 수 있는 정보다.

암묵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과 직관이다. “고객 미팅 때 이런 상황에서는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식의 센스와 요령은 직접 옆에서 보고 배우지 않으면 전달되기 어렵다. 절차지는 일의 순서와 단계별 방법을 담은 지식이다. 인수인계, 업무 매뉴얼, 표준 운영 절차 같은 것들이다. 전략지는 ‘왜 그 판단을 했는가’ ‘언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고차원의 지식이다. 단순히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실패 경험을 나누고 전략 코칭을 통해 함께 토론해야 한다.

지식 종류에 따른 효과적 공유 방법

Q.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가 다양하다면 대응 전략도 달라야 할 것 같다.

김 코치: 캐나다 퀸즈대 조직심리학과 컨넬리 교수는 지식 은닉을 은폐형, 회피형, 위장형으로 구분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하거나,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외면하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며 말하지 않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식을 은닉한다. 단 중요한 건 “왜 말하지 않느냐”며 다그치기보다, “왜 말하기 어려웠는가”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지식을 숨기는 행동이 단순한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란 사실을 명심하자. 지식을 기꺼이 제공하던 사람도 ‘동료들이 과도하게 의존해 나만 정보를 제공한다’고 느낄 때, 지식 은닉형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식 은닉 유형과 대응 전략

Q. 지식 은닉은 층위별로도 다르게 나타날 것 같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김 코치: 동료 간, 상하 위계 간, 팀 간으로 크게 살펴보자.

먼저 동료 간의 경우다. 신입사원 A가 1년 선배 B에게 서식 작성법을 묻자 “나도 몰라”라며 회피했지만, 실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비슷한 연차 사이에서는 공헌보다 비교와 경쟁 심리가 먼저 작동하기 쉽다. 동료 간 지식 공유는 ‘도와주는 친절’이 아닌 ‘전문성 발휘의 기회’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공유 경험이 개인 브랜드와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라. 예를 들어 ‘금주의 팁’, 동료 칭찬 게시판 같은 일상 루틴을 통해 지식 흐름이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녹아들도록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음은 리더와 구성원 간이다. 회의 후 신입사원 C가 “자료는 준비했지만 회의 중에는 괜한 말이 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자료는 회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정보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개 발언에 대한 부담과 판단 불안을 줄이는 심리적 안전감 확보가 먼저다. 이때 리더는 ‘정답을 말하라’기보다 ‘생각을 꺼내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끝으로 팀 간, 부서 간 지식 공유를 살펴보자. D팀은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E팀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 데이터는 공유되지 않아 유사한 프로젝트가 반복돼 비용이 낭비됐다. 팀·부서 간 지식 흐름은 시스템이나 도구의 문제라기보다 인정과 보상의 문제다. 공유한 쪽이 기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리뷰 과정에서 명확히 기록하고, 정보 요청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제안하는 문화를 조성하라. 업무 중간에 진행 상황을 나누는 ‘공유 브리핑’을 정례화하고, 다른 팀이나 부서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교차 리뷰’ 시간을 마련해보자.

Q. 우리 조직에서 지식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리더만의 주관일 수도 있기에 공개적으로 꺼내기에는 조심스럽다.

김 코치: 리더로서 그런 흐름을 감지했다면, 감에만 머물지 않고 구성원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첫걸음은 간단한 내부 설문이다. “우리는 지식 공유를 잘 하는가” 같은 답정너식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행동 경험을 묻는 문항이 효과적이다. 가령 ▲ 최근 일주일 안에 동료에게 일 관련 질문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먼저 물어봤나요? ▲도움을 요청하는 데 부담은 없습니까? ▲우리 팀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험을 나누는 편인가요? 등. 이런 질문은 Yes와 No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며, 응답자 스스로 성찰하게끔 유도하는 부수 효과가 있다. 결과를 공유할 때는 “누가, 무엇이 문제다”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습관을 함께 돌아보자”식의 탐색적 태도가 중요하다. 리더가 “나도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는 식의 자기개방을 덧붙이면, 구성원은 방어보다 공감으로 반응한다.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어디에서 흐름이 막혔는지를 함께 찾는 탐색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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