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K안경 성지, 소문날 만하네 [화제의 기업]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진 탓일까. 요즘 들어 눈이 부쩍 침침해진 느낌에 안경 도수가 안 맞는 듯하다. 마침 명동에 갈 일이 생겨 K안경의 성지로 불리는 다비치안경 직영점에 들렀다. 매장 안은 그야말로 ‘글로벌 쇼핑 특구’. 캐리어를 옆에 둔 채 안경테를 고르는 중국인 관광객부터, 유창한 일본어로 상담받는 일본인 커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최신 장비를 체험하는 서양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을 응대하는 안경사다. 언어 장벽이 뭐냐는 듯 들어오는 고객의 국적에 맞춰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만족한 표정의 외국인들은 두세 개는 기본, 많게는 열 개 가까운 안경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안과를 거쳐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시간 만에 전문적인 검안부터 안경 제작까지 끝나는 한국의 ‘원스톱 서비스’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해당 건물 3층 전문 검안실에 들어서자 왜 이곳이 특별한지 바로 느낌이 온다. 안경사는 단순히 시력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눈 상태는 물론 생활 습관과 직업,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까지 세심하게 확인하며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가격을 흥정하느라 기운 빼던 기억과 달리 오직 내 눈에만 집중하는 전문가의 모습에서 깊은 신뢰감이 피어오른다. 국내 1위 K안경 체인 ‘다비치안경그룹’답다 싶다.
다비치안경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까지 아우르면서 매출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97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45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늘어난 매출액 대부분을 외국인 고객이 올려줬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57억원을 넘어섰다. 저가 공세와 해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고전하는 안경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공시족’ 청년, 게임의 규칙을 바꾸다
다비치안경의 시작은 독특하다. 창업주 김인규 회장은 안경사가 아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족’ 출신이다. 그는 매형의 안경원에서 “세상이 환해졌다”며 기뻐하는 고객들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24세이던 1986년, 자신의 첫 안경원(황실안경)을 열고 이듬해 제1회 안경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경원 운영 과정에서 그는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가격 흥정 문화였다. 정해진 가격이 없어 고객 불신이 컸고 안경사와 고객은 실력이나 전문성이 아닌 가격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김 회장은 “그럴 시간에 눈에 대해 더 설명해주고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의 해법이 바로 1996년 설립한 국내 첫 안경원 프랜차이즈였다. 프랜차이즈로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공장과 대량 직거래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판매 방식을 바꾼 것을 넘어 시장 판도를 바꾼 파괴적 혁신이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전담 직원이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시력 검사·상담 과정을 매뉴얼화했다. ‘고객이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해 졸도하게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고객졸도매니저’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안경이 아닌 문화를 판다’는 다비치안경의 자부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2022년부터는 김 회장 아들인 김봉건 다비치안경체인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데이터 기반 CRM 발군
다비치안경의 핵심 경쟁력은 모방하기 어려운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 첫선을 보인 데이터 기반 고객 관계 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설립 초기부터 20년간 투자해온 통합 IT 시스템은 단순한 판매 기록이 아니다. 고객의 시력 정보, 구매 이력, 생활 습관까지 아우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310여개 매장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게 한다. 이는 본사 공동구매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운영 관리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고객은 어느 매장을 방문하든 완벽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경험하며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게 된다.
더불어 과감한 인재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다비치안경은 2007년 국내 최초로 ‘안경사관학교’를 설립했다. 체계적인 실무 교육과 1대1 사수·인턴제 등 장기적인 인적 자원 개발(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프로그램을 통해, 다비치안경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안경사가 된 후 자기 계발을 멈추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다비치안경은 소속 안경사 2000여명에게 1~2개월에 한 번씩 재교육을 의무화하고, 평가 점수가 낮은 안경사는 역량 강화 교육을 다시 받게 하는 식으로 교육을 멈추지 않는다.
가맹점과 본사 간 상생 기반 신뢰 경영도 차별점이다. 본사는 교통 요지, 70평 이상 대형 매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이를 충족시켰을 때만 가맹점을 내준다. 대신 인구 4만명당 1개 지점 식으로 영업권을 보장해준다. 덕분에 폐점률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더불어 안경사는 안경 전문가지만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본사가 통일된 마케팅과 고객 정보 관리, AS 시스템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가 산다’는 철학은 다비치안경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며 “그 결과 폐점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넘어야 할 과제는
온라인 저가 판매 플랫폼 위협
물론 다비치안경 앞에 탄탄대로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악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세와 심화하는 시장 경쟁 역시 현실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안경테 분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온라인 전문 쇼핑몰이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황. 다비치가 전개하는 오프라인 중심 사업 모델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체험 가치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전환 속도에 뒤처질 경우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한 300개가량 되는 가맹점 네트워크는 강력한 자산인 동시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과제다. 본사의 표준화된 매뉴얼과 시스템이 있더라도 전국 모든 매장에서 일관된 최고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일부 매장의 서비스 편차는 브랜드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사업 다각화 역시 양날의 검이다. 다비치안경그룹은 보청기, 건설, 요식업 등 외부인이 보기에 연관성이 다소 낮아 보이는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만 핵심 역량인 ‘시력 보호 전문성’을 희석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종전 사업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정교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비전은 뚜렷하다.
“다비치는 ‘한국 최대 안경 체인’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우리 목표는 고객의 평생 눈 건강을 책임지는 토털 라이프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전문성, 디지털 혁신, 그리고 맞춤형 토털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의 시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브랜드, ‘내 눈을 깊이 이해해주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눈이 불편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다비치가 되도록 끊임없이 혁신해나갈 것입니다.”
다비치안경은 최근 미국(2개점),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K안경 열풍을 글로벌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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