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프랑크의 토트넘, '실용주의의 재설계'…변화의 핵심은 비카리오의 킥

한준 기자 2025. 8. 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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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프랑크 토트넘홋스퍼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25 UEFA 슈퍼컵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토마스 프랑크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은 기대를 높였지만 아쉽게 마무리됐다. 


2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장면만 보면 '역시 스퍼스'라는 냉소가 나올 법했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분석에 따르면,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부임 첫 공식전에서부터 뚜렷한 전술 색깔을 드러냈다. 


특히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달라진 패스 패턴은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식 빌드업'에서 벗어나 실용주의로 방향을 튼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프랑크는 패배를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가 사망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조차 "토트넘이 이겼어야 했다"고 인정했을 만큼, 결과와 관계없이 전술적 방향은 뚜렷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골키퍼 구글리엘모 비카리오의 패스 패턴이 있었다.


세트피스, 프랑크의 '값싼 득점' 철학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열린 슈퍼컵에서 토트넘이 넣은 두 골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브렌트퍼드 시절부터 프랑크가 자랑하던 '공중전 설계도'가 그대로 이식된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브렌트퍼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헤딩골을 넣었고, 세트피스 슈팅의 기대 득점과 성공률에서 리버풀을 제외한 전 구단을 제쳤다. 실점 억제력 또한 최상위였다. 프랑크는 이 '값싼 골'이 장기적으로 승부를 가르는 차이가 된다고 믿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토트넘은 선발 11명 중 9명이 183cm 이상 장신이었고, 프랑크는 "PSG를 공중전에서 공략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첫 골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비카리오가 먼 포스트로 길게 투입해 나왔다. 이는 단순한 '조금 더 직접적'인 접근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공중 우위를 활용하는 설계였다.


비카리오의 롱패스, 철학의 전환점


무엇보다 인상적인 변화는 골키퍼의 킥이었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체제의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적은 롱패스를 시도했다. 비카리오와 프레이저 포스터는 리그 전체에서 90분당 롱패스 수치가 가장 낮은 두 명의 골키퍼였다.


그러나 PSG전 비카리오의 패스 맵은 전혀 달랐다. 프랑크는 PSG 특유의 강한 전방 압박을 무력화하기 위해 골킥과 킥오프 상황에서 과감하게 전방으로 차올리게 했다. 이는 PSG가 원하는 압박 유도 구간을 건너뛰게 만들었고, 전반전 상당 시간 동안 주도권을 잡는 발판이 됐다.


이 변화는 단순한 킥 선택이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하기 위한 맞춤형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스테코글루 시절 '무조건적인 빌드업' 고집이 낳은 약점을 프랑크는 현실적으로 보완했다.



강팀 상대로는 5-3-2, 약팀 상대로는?


프랑크가 감독직을 맡은 배경 중 하나는 이런 전술적 유연성이다. 그는 브렌트퍼드 시절에도 강팀과 맞설 땐 5-3-2로 전환하며 버텼고, 약팀을 상대할 땐 전방 압박과 점유율 축구를 혼합했다.


이번 PSG전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전 0-4 패배 이후 곧바로 5-3-2로 틀을 바꾸며 측면과 박스 안을 조이는 전략을 썼다. 미드필드 3인 로드리고 벤탄쿠르, 주앙 팔리냐, 파페 사르의 압박은 인상적이었고, 측면 수비 가담으로 PSG의 크로스를 다수 차단했다.


다만 주말 개막전 상대 번리는 전혀 다른 유형의 팀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최강 수비를 자랑했던 번리를 상대로는 '두꺼운 벽'을 뚫어야 한다. 제임스 매디슨이나, 소문 속 영입 대상인 모건 깁스-화이트, 에베레치 에제 같은 창의적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실용주의와 전환 능력, 시즌 초반의 시험대


프랑크는 브렌트퍼드의 승격 첫 시즌에도 스타일을 바꾸며 생존했고, 지난 시즌엔 리그 최다 로우 블록 활용 팀이면서도 동시에 전방 압박 성공률 상위 3위에 오른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깊게 눌러 앉을 수 있으면서도, 순간적으로 앞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팀'이 그의 이상형이다.


PSG전에서 비카리오의 롱킥과 세트피스 설계는 그 실용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토트넘 팬들에게 이 변화는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라, '방법을 바꾸는 용기'의 시작으로 비칠 수 있다.


이번 주말 번리전은 그 유연성이 진짜인지 가늠할 첫 시험대다. 프랑크는 이미 "토요일, 선수들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비카리오의 킥이 다시 한번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스카이스포츠 그래픽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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